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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 제3-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사무실을 가다: 2009.09.15 14:34 입력 | 2009.10.19 23:57 수정

면목 제3-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을 찾다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면목 제3-1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이상덕 조합장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현 사업 단계에 이르기까지 해당 조합이 걸어온 길과 본 정비사업의 어려움 등에 대해 장장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5년 전 고시ㆍ재개발 열기 ↑ 
각고 노력 끝에 조합 설립 
 
본 정비사업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6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고시에 따라 면목동 1069번지 일대에도 재개발에 대한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그해 겨울부터 현 조합장인 이 씨는 추진위 설립을 준비했다. 그의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06년 3월 추진위가 관할 구청의 승인을 받게 됐고, 추진위원장으로서 사업을 이끌던 이 씨는 지난 2008년 11월, 77%가 넘는 주민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지난 1월 창립 총회를 개최한 조합은 시공사로 H건설을 선정했다. H건설은 지금까지 조합이 S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27억여 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는 등의 형식으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조합원 똘똘 뭉쳐 사업시행인가 준비 
종교시설 이전 문제가 유일한 걸림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주민 간 화합을 꼽을 수 있다. 조합 설립 당시 주민 동의율이 80%에 육박했고, 여느 정비사업장과 같이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으로 분열돼 분쟁을 겪고 있지도 않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조합원이 적은 탓도 있지만 주민 간 반목이 없는 정비사업장은 드물다”면서 “주민들이 똘똘 뭉친 덕분에 별 탈 없이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조합장은 본 정비사업에 대해 ‘할 만할 정도’라 평가했지만 이곳의 사업성은 강북 지역에서 용산과 그 인근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편이다. 조합원은 152명에 불과하나 건립 예정인 아파트 세대 수가 199세대에 달하고, 전체 세대 수가 200세대에 미치지 않으므로 관계 법령에 따라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을 필요가 없다. 이는 일반 분양 세대가 47세대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게다가 가구당 분양 면적이 최소 113.12㎡에 달해 주민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하게 될 47세대가 모두 분양된다고 가정할 경우 본 정비사업이 창출하게 될 수익은 조합원들의 기댓값(3.3㎡당 1500~1700만 원)을 감안하면 24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지역은 교통 여건 매우 뛰어나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것은 물론 사업구역 바로 앞에 너비 25m짜리 도로가 쭉 뻗어 있다. 향후 용마터널이 개통돼 내년에 완공 예정인 암사대교와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교통 인프라는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울시가 2020년까지 18조 원을 들여 추진하는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맞물릴 경우 중랑천 일대에 동부간선도로가 건설돼 이 일대는 명실상부한 서울 동북부의 교통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될 전망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역시 이곳의 자랑거리다. 사업구역 바로 옆에 용마산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어 지역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문화ㆍ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용마산은 아차산의 최고봉으로 바로 앞 중랑천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등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춰 서울에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렇듯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 정비사업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없을까.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사업구역 내 교회 이전 문제가 유일한 걸림돌”이라며 “종교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의 ‘알박기’를 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회, 조합 제안 모두 거부 
결국 법원이 판가름할 듯 
 
이 조합장은 “S교회와의 협의 내용을 이미 관할 구청에 보고했다”며 “조합이 고심 끝에 내린 제안을 모두 거부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조합은 S교회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 기존 교회 건물을 존치하되 전용 진출입로를 개설하는 안 ▲ 인근에 보다 넓게 신축하는 안 ▲ “대로변 내 달라”는 교회 요구에 대로변 맞은편에 경매로 나온 건물 부지를 매입ㆍ신축하는 안 ▲ 기존 교회에 대한 감정평가 후 협의 매수하는 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S교회 측이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해 양측의 분쟁은 법원에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장은 “조합은 교회와의 분쟁 해결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그런데도 자꾸 어깃장을 놓는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S교회는 지난 7월 조합에 내용증명을 보내 “교회를 존치할 것이다. 대신 진입로를 사업구역 중앙을 가로질러 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이 요구대로 하자면 사업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라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으므로 (조합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ㆍ지자체, 좀 더 적극성 보여 줬으면 
조합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억울함 호소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인터뷰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조합과 사업구역에 대한 자랑거리를 얘기하던 이 조합장이 최근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시행 중인 ‘공공관리자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의 구조적 문제, 나아가 관계 당국에 대한 고언 등을 막힘없이 쏟아냈기 때문. 
그는 먼저 “서울시가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 문제가 있다며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특히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처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조합장은 또 “정비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라며 “정비사업 자체가 고비용 체제이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누더기 법안이 된 데다 정비사업에 수반되는 비용을 공공이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정비사업이 도시 기능 회복을 위한 일종의 공익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은 모두 민간이 부담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관련 제도의 모순에 대한 언급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입자 이주비 보상에 대해 “공공이 인ㆍ허가 권한만 가진 채 그 역할은 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던 이 조합장은 “세입자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무허가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토지등소유자 자격이 있음에도 그 감정평가금액은 사실상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열변을 토하던 이 조합장은 “이런 모순에 대한 관계 당국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며 “용산 참사 이후 (입법부ㆍ행정부가)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리는 그가 했던 말들은 하나씩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말이 다 옳지도 않고 그 속에 자신과 조합의 권익을 위한 부분도 녹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 당국이 조합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비사업의 거품을 빼겠다며 애를 쓰곤 있지만 그들의 그러한 노력이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관리자 제도를 통해 추진위 단계까지 공공이 개입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조합장은 “통상 수백억 원이 오가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추진위 단계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3~5억 원에 불과하다”며 “결국 궂은일은 조합을 앞세워 처리하고 공공은 뒤에서 편히 앉아 있겠다는 것 아니냐”고 핏대를 세웠다. 
관계 당국 담당자 역시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또 관할 내 정비사업장을 직접 찾아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지금까지와 같이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검토하는 한 이 조합장이 말한 내용의 10분의 1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 수백 개의 정비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조합장이 2시간에 걸쳐 내뱉은 말들이 더 금과옥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지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