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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뉴타운’ 주민이 빠진 해법이 문제다: 2011.12.26 08:19 입력 | 2012.02.01 15:24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사업성이 없다” 이유는 마구잡이 지구지정
땜질식 처방도 문제, 장기적 접근 필요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뉴타운사업구역에 자그마한 지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신분상승이 되는 듯 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뉴타운지구지정을 해 준다는 약속만으로 정치적 능력이나 도덕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여당 후보들이 야당 텃밭에서 대거 당선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뉴타운은 우리사회 다양한 갈등이 집적된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어 버렸다. 당시 뉴타운을 통해 당선된 의원들 중 이에 관심이 있는 이는 하나도 없다. 뉴타운사업구역마다 남은 것은 주민 간 갈등뿐이다. 더 이상 주민동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모르는 사업비 대여금만 계속 쌓여가고 있다.
 
뉴타운을 만든 정부와 국회는 땜질식 처방 외에는 아무 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떨어진 사업성을 제고시킬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뉴타운지구지정 취소를 외치는 정치적 구호만 난무한다. 그런데 이미 발생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표 계산에만 분주하다.
 

■ 위기 맞은 뉴타운
지난 10년 간 재개발·재건축 등 낙후된 주거지 재정비를 주도해온 뉴타운사업이 주택시장의 침체와 수요여건 변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사업은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밝힌 것은 위기의 끝을 반영한다. 경기도는 이미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추진위설립 이전단계의 뉴타운사업장에 대한 주민전수조사에 착수했다. 25%의 반대만 있으면 지구지정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26개 뉴타운지구 245개 구역이 있다. 이 중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곳이 71개로 30%다. 착공된 곳은 13개, 준공된 곳은 19개에 불과하다. 사업시행인가 19개, 관리처분인가 13개로 사업이 진행 중인 곳도 얼마 되지 않는다.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사업이 중간단계를 겨우 넘어서는 지역을 다 합쳐야 4분의 1수준인 64개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계속 커가는 상황이다. 지난 2003년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한남뉴타운의 경우 입지 면에서는 ‘최고’로 꼽히지만 5개 구역 모두 8년 째 싸움만 하고 있다. 사업이 장기표류 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살고 있는 건물에 고장이 생겨도 혹시 사업추진시기가 앞당겨지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수리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세월이 벌써 8년이다.
 

■ 사업성저하가 원인
뉴타운사업이 장기표류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업성 저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논리에 휩쓸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재개발·뉴타운구역이 지정된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장이 없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민간자본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재개발·뉴타운사업 특성상, 너무 많은 지구지정은 사업성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뉴타운·재개발 붐이 한창이던 때, 분양권이 로또인 줄 알고 너도나도 속칭 ‘지분 쪼개기’를 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에는 무리한 지분 쪼개기 때문에 신규로 지어질 주택의 수보다 조합원 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서울 시내 대다수 뉴타운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중 원주민의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기본계획수립단계에서 ‘내 집 마련’, 혹은 ‘투기’를 위해 무리하게 뛰어든 사람들이다. 갈등은 애초에 예상된 결과였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반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존 원주민이 아닌, 외부 투자자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로또인줄 알고 샀는데, 쪽박을 차게 생긴 외부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반대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주택시장의 침체가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 예전처럼 분양 후 프리미엄이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은 악화됐는데 분양가는 여전히 높다. 추가부담금 증가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차라리 사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소송전쟁’이 벌어졌다. 
 
소송 등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은 늦춰지고 사업비부담은 증가하면서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원주민들의 피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당연히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현재 서울 뉴타운의 원주민 정착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 출구전략이 문제?
문제는 뉴타운사업의 문제를 치유한다며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놓은 대책들이다. 사실상 무리한 지구지정으로 뉴타운사업 실패를 가져온 장본인인 공공이 이미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지출된 사업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중단시킨다고 난리다. 결국 사업추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조합이나 주민 모두 진퇴양난에 빠졌다. 뉴타운을 하자니 사업성이 없어 손해고, 사업을 중단하자니 이미 지출된 사업비와 낙후된 주거환경이 문제다. 뉴타운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가격 거품에 기댄 뉴타운정책이 문제였다. 개발논리로 주거지재정비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주택시장침체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따라서 속도조절이나 용적률완화, 공공지원강화 등 틀에 박힌 ‘땜질식 처방’으로는 뉴타운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내년 1월에 발표 예정인 서울시의 뉴타운정책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항으로는, 서울시가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역에 대한 뉴타운 지정 해제, 순환형 정비방식에 따른 속도조절, 주거지재생사업(휴먼타운)과 같은 소규모 개발 등을 뉴타운대책에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