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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개발, 높은 공공기여율에 ‘발목’: 2011.08.23 16:49 입력 | 2012.02.01 15:33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310px; HEIGHT: 238px" align=left src="/PEG/13140857297901.jpg" width=315 height=235>市, “재원 조달-개발 이익 환수 목적”
주민, “재산 뺏는 官의 횡포…결사반대”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마다 커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문구는 저마다 달랐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데에는 서울시 계획안이 주민들의 재산과 땅을 뺏는, 주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횡포’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61만4301㎡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내 상업지역에 지어진 아파트(서울ㆍ공작ㆍ수정ㆍ진주아파트)를 제외한 ▲목화(312가구ㆍ현 세대수) ▲삼부(870가구) ▲장미(196가구) ▲화랑(160가구) ▲대교(576가구) ▲한양(588가구) ▲시범(1791가구) ▲삼익(360가구) ▲은하(360가구) ▲광장(744가구) ▲미성(577가구) 등 11개 단지를 크게 2개 구역으로 묶어 통합 재건축할 계획이다. 1구역에는 9개 단지(목화ㆍ삼부ㆍ장미ㆍ화랑ㆍ대교ㆍ한양ㆍ시범ㆍ삼익ㆍ은하, 45만2230㎡) 6266가구, 2구역에는 2개 단지(광장ㆍ미성, 16만2071㎡) 1906가구가 들어선다.
 
또한 시(市)는 이 사업을 여의도 글로벌타운 조성 사업과 연계시키기 위해 이들 구역의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상향ㆍ조정하고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와 묶어 통합 개발할 예정이다.
 
주거복합용지는 평균 40층 이하 최고 50층 높이로 건립될 계획이며 업무ㆍ숙박복합용지는 상한 용적률 800%에 층수 제한을 없앴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 조정에 따른 개발 이익 환수 범위가 사업 시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발 이익 환수를 위해 임대주택 건립 외에 별도로 40% 이상의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있다.
 
시(市)는 주민들의 공공 기여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되 용적률과 층수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민과 공공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정비사업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기부채납을 받은 토지에는 공연ㆍ전시ㆍ레저 공간을 갖춘 아레나시티를 조성해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전략정비구역 내 11개 단지 주민들은 이 같은 시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5월 ‘여의도 11개 단지 아파트 소유주 연합(이하 여소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여소연합은 현재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철회를 목적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여소연합 측은 주민 50% 이상의 반대 서명을 받은 뒤 영등포구청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높은 공공 기여율이다. 주민들은 여의도가 이미 웬만한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지역에나 적용하는 40%의 공공 기여율을 적용한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강행했다”며 “원안 폐지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합 개발 방식을 채택해 공공 기여율이 높아져 주민들로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의도 개발의 본격화는 서울시와 주민들 사이의 합의 도출에 달려 있지만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 제공에도 한계가 있어 당분간 해법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시행을 위해 여의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용적률 추가 상향이나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닌 데다 지구단위계획 철회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서울시 주택본부 건축기획과 담당자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주민들, “차라리 개별 재건축ㆍ리모델링하자”=여의도 전략정비구역 내 주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공 기여를 하면서까지 관(官)이 주도하는 개발에 동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민간이 주체가 돼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 주민은 “서울시 계획안에 따라 최고 용적률 600%에 기부채납 40%를 적용 받느니 개별 아파트 단지마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하는 게 나을 듯하다”며 “어차피 기존 용도지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300%가량을 적용해 재건축을 하면 주민들로서는 경제적 부담이 줄어 되레 사업 추진이 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의도는 교통의 요지인 데다 정치ㆍ금융ㆍ방송의 메카로서 웬만한 기반시설이 갖춰진 상태라 열악한 주거 환경만 개선되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 개발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황과 맞물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지금 상태에서는 서울시가 내놓은 계획안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소연합, “현실 도외시한 개발 철회하라”
개별 단지 별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해야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내 주민들이 서울시가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해 공람 등의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원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단체가 있어 눈길이 쏠린다.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에 위치한 11개 아파트 단지의 주민 모임인 여소연합이 그 주인공. 이 단체는 지난 5월 결성돼 ▲서울시가 발표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 철회 ▲시(市)의 공람 및 관련 행정절차 즉각 중단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아닌 주택재건축 사업의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안)의 철회를 위해 역내 주민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소연합 측은 서울시의 개발 계획안에 대해 결사반대 의지를 나타내며 그 이유로 서울시 계획안이 주민 의사는 물론 지역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설적인 계획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여소연합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기부채납 비율이 40%이나 실질적으로는 이 비율이 68%에 달한다”면서 “서울시는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강탈하기 위한 정비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구)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이나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기부채납 비율이 30% 수준으로 여의도보다 낮은 데도 주민 반발이 극심한데 그보다 높은 여의도에서 이 같은 주민 반발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소연합 측이 서울시 계획안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표적인 기부채납 대상인 도로ㆍ공원 등이 이미 여의도에 충분히 조성돼 있는 만큼 서울시가 용도지역 변경(종 상향)의 대가로 높은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첫째 이유다.
 
▲다음으로 용적률 600%를 적용해 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부채납 40% 이외에 호텔 업무 지구, 상업지역, 소형ㆍ임대주택 등을 포함할 경우 주민들에게 돌아올 실질 지분은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비 등을 소형 주택 분양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서울시 측 주장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분양률이 60% 수준인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간과한 데다 중ㆍ대형 주택이 전체 세대수의 80%에 달하는 여의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상당수 주민들이 개발 후 종전보다 면적이 작은 주택에 입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시 계획안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내세우며 여소연합 측은 주민들을 상대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안) 철회를 요구하는 동의서를 걷고 있다. 여소연합 측은 8월 22일을 1차 제출 기일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