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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임대주택 폭탄’ 결국 터졌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2011.07.20 10:13 입력 | 2012.02.01 15:39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신축 세대수 20% 이상 임대아파트 공급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시가 시내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종전 17%에서 20%로 상향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개발 임대주택 및 소형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내 재개발 구역에는 신축 세대수의 20%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도 40% 이상 의무적으로 건립해야 한다.
 
다만 자연경관, 역사문화경관, 한옥 등을 보존하기 위해 층고가 7층 이하로 제한되는 곳과 전체 건립 규모가 200가구를 밑도는 지역은 임대주택 건립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시 대책은 정부가 내놓은 ‘2ㆍ11 전ㆍ월세 시장 안정 보완 대책(이하 2ㆍ11 대책)’의 후속 조치로서, 시(市)는 임대주택 건립 비율을 제시함과 동시에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이 신축 세대수의 40% 이상 되도록 의무화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정비구역지정이 이뤄진 시내 재개발 구역의 소형 주택 공급 비율은 평균 35.8%에 그쳤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 이후 정비계획을 수립해 주민에게 통보하는 구역부터 적용된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지난달 9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신축 세대수의 20%까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 같은 국토부 조치와 일련의 법규 개정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2ㆍ11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도시정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힌 점은 서울시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됐다.
 
현행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3조의3 제1항 제2호 가목에는 ‘분양을 목적으로 건설하는 주택은 국민주택(전용면적 85㎡) 규모의 주택이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00분의 80 이하’로, 나목에는 ‘임대주택은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00분의 20 이하로 하되, 전용면적이 40㎡ 이하인 임대주택이 전체 임대주택 세대수의 100분의 40 이하’로 해야 한다고 각각 규정돼 있다.
 
개정되기 전의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3조의3 제1항 나목의 ‘100분의 20 이하’는 ‘100분의 17 이하’로 돼 있었다.
 
특히 재개발 사업에 있어 임대주택 건설 비율이 수도권의 경우 전체 가구 수의 17~20%로 상향 조정됨으로써 앞으로 ‘임대주택 20%’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 경우는 8.5~17%로 종전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시행자 중 이번 개정안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곳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부칙에 따라 시행 후 최초로 정비계획 수립(변경수립 제외)을 위해 주민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는 분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비계획을 수립 중이거나 정비계획이 수립된 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된 기존 재개발 구역들은 임대주택 상향 ‘후폭풍’에서 비켜가게 됐다.
 

◆업계 반응은 ‘우려 일색’=업계는 이번 서울시 조치에 대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및 그에 따른 정비사업 침체 국면에 대한 ‘돌파구’로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 온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악법ㆍ규제 철폐에 역행하는 처사로 간주, 향후 대대적인 반발이 야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17% 공급하는 것도 토지등소유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이를 20%로 상향하게 되면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아직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W재개발 조합장과 같은 구의 H재개발 조합 임원 등은 한목소리로 “우리 구역은 이번 서울시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같은 사업시행자 처지에서 심히 우려스럽다”며 “지난해 공공관리제도 전면 시행 이후 활력을 잃은 서울 재개발 사업이 이번 조치로 사실상 기나긴 동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병천 전국재개발재건축연합회 회장은 “지금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서울시의 이번 조치로 그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사업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이는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를 통한 시(市)의 주거 안정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종국엔 시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회장은 이어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의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단시일 내에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거환경연구원 연구 결과도 ‘임대 폭탄’
20%로 상향 시 가구당 874만 원 부담 증가

 
한편 지난 4월 (사)주거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재개발 사업 임대주택 공급 비율 상향에 따른 영향 분석’에 따르면 재개발 임대주택을 17%에서 20%로 상향하면 조합원 1명당 평균 874만 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주거환경연구원은 이 분석을 토대로 “(재개발 임대 비율 상향 조치가) 임대주택의 증가로 (이어져) 시장 안정화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조합원의 부담 증가로 인해 (원주민) 재정착률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이 추가로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대주택이 20%로 상향되면 서울 강남 지역의 A 재개발 구역은 평균 660만 원, 강북 지역의 B재개발 구역은 평균 1083만 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강남에 비해 강북 지역 조합원의 부담금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A구역의 경우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사업비 총액은 약 2507억 원으로, 일반분양 수입액은 약 150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사업비 총액은 약 999억 원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분담금은 약 1억3880만 원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신축 세대수의 17% 공급할 경우 조합원 1인당 약 3300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업비가 약 2505억 원으로, 총수입액 역시 일반분양분의 임대주택 전환에 따라 약 240억 원 줄어든 1252억 원인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총사업비는 약 1237억 원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분담금은 1억7180만 원으로 계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3%포인트 더 높이게 되면 조합원의 부담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업비와 총수입액이 각각 2504억 원, 1220억 원인 것으로 계산됐고, 조합원 1인당 평균 분담금은 약 1억7840만 원으로 17% 때보다 약 660만 원 증가했다.
 
강북 B구역의 경우에는 A구역보다 더 많은 조합원 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역은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사업비 총액이 약 5304억 원, 일반분양 수입액은 2800억 원으로 조합 부담 사업비는 약 250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19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17% 공급하는 경우에는 조합 부담 사업비가 약 576억6000만 원이 늘어난 3081억 원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약 2750만 원 증가한 1억467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대주택을 20%로 상향하는 경우에는 조합 부담 사업비가 약 3308억5197만 원으로 늘어나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575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임대 비율을 17%에서 20%로 상향하게 되면 AㆍB구역의 추가부담금은 각각 660만 원과 1080만 원으로 두 곳의 평균 추가부담금은 약 874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비율 상향 조치로 인해 일선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 현재보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용적률 인센티브 등 조합원 부담 경감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인한 조합(원) 부담 증가는 곧 원주민 재정착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주거 안정 효과를 상쇄하게 돼 더 큰 폐해를 낳을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조합 측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