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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용 주택·이주 단지 제공해도 주거이전비 지급하라”: 2011.08.02 14:24 입력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대법, “주거이전비 포기각서 받아도 강행규정 위반”
성남, 단대·중3구역 세입자 12억2500여만 원 받아
 
순환정비방식 채택 시 제공토록 돼 있는 이주 단지에 입주하는 경우에도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지난달 14일 성남시민 김 모 씨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를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등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주 단지는 순환정비방식을 채택할 때 구역에 실제로 거주하는 세입자 및 주택의 소유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법률에서는 순환용 주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옴에 따라 LH공사는 성남 단대구역과 중3구역 주민 88명에게 주거이전비 12억3000여 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주단지 지급받아도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 배제하지 않았다=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등의 관련 법령에서 임시수용시설 등의 제공과 주거이전비 지급을 사업시행자의 의무 사항으로 규정한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임시수용시설 등을 제공받는 자를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아니한 점을 비롯한 각 규정의 문언, 내용 및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도시정비법 규정에 의해 사업시행자로부터 임시수용시설을 제공받는 세입자로 하더라도 공익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의한 주거이전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익사업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해 취득하거나 사용함에 따른 손실의 보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통해 공공복리의 증진과 재산권의 적정한 보호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세입자를 위해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지급하는 금원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은 당사자의 합의 또는 사업시행자의 재량에 의해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는 것이다.

 
◆대법 판단의 근거와 논리는 어떻게=대법원은 판결의 근거로 도시정비법 제36조 제1항 제37조 제3항의 규정을 들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사업시행자는 주거환경개선 사업 및 주택재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에 대해 당해 정비구역 내외에 소재한 임대주택 등의 시설에 임시로 거주하게 하거나 주택 자금의 융자 알선 등 임시 수용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손실보상에 관해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 공익사업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익사업법 제78조 제5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 본문의 각 규정에 의하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당해 공익사업 시행 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해서는 가구원 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도시정비법에 의한 세입자에 대한 임시수용시설의 제공 등은 주거환경개선 사업 및 주택재개발 사업의 사업시행자들이 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에게 사업 시행 기간 동안 거주할 임시수용시설을 제공하거나 주택 자금의 융자 알선 등 임시수용시설 제공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 사업 시행 기간 동안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반면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주거이전비는 해당 공익사업 시행 지구 안에 세입자들의 조기 이주를 장려해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적 목적과 주거 이전으로 인해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지급하는 금원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세입자 대책, 단대·중3구역은 어떻게 처리했나=단대구역 및 중3구역의 사업시행자인 LH공사는 두 개 구역의 세입자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순환용 주택 즉 이주 단지를 건립해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순환용 주택에 입주를 희망하는 세입자의 경우 신청에 필요한 서류로 주거이전비 포기 각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세입자들은 LH공사와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이주 단지 입주에 따른 주거이전비 포기 각서’를 제출한 후 입주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LH공사는 철거되는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에 대해 임시수용시설의 제공 또는 주택 자금의 융자 알선 등 임시 수용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세입자가 주거이전비 지급 요건에 해당할 경우 이주 단지에 거주하게 하는 것과 별도로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세입자가 임시수용시설로 제공된 이주 단지에 입주하면서 주거이전비를 포기하는 취지의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해도 포기 각서의 내용은 강행규정인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위배돼 무효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법의 관련 규정상 임시수용시설의 공급과 주거이전비의 지급을 중복해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양자의 목적이 중복되는 상태에서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를 간 후 정착에 필요한 비용인 주거이전비를 사후에 포기하고 정비사업 완료 시까지 제공되는 임시수용시설에 입주하는 것이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포기 각서의 제출로 원고의 주거이전비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결은 공익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주거이전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파기 환송했다.

 
순환정비방식 채택, 순환용주택 제공 
세입자 처리, 일반 재개발과 차이 커
■소송이 불거진 원인은
성남의 단대구역과 중3구역에서 세입자 보상과 관련, 순환용 주택(이주 단지) 제공과 주거이전비 지급과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성남시가 양 구역을 개발함에 있어 순환정비방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환정비방식에 대한 규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주거환경정비·재개발·재건축 시 시행자가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구역 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의 소유자들이 공사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이주 단지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비구역 안팎에 주택을 새로 건설하거나 이미 지어진 곳을 확보해 이주 주민들의 임시 거주처로 사용한다. 
 
다시 말해 정비구역을 A, B, C, D 등 4개로 나눴을 경우 이주 단지(E)를 마련한 뒤 A를 E로 이주시키고 정비사업을 시행한다. 사업 완료 뒤 E에 이주했던 A의 소유자들이 옮겨오면 B의 소유자를 E로 이주시키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순차적인 정비방식을 뜻하는 것이다.
 
이때 이주 단지 즉 순환용 주택에 임시로 거주하는 자가 정비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 이를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순환용 주택은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처분된 것으로 본다. 도시정비법 시행 초기에 순환용 주택에는 소유자만 이주가 허용됐으나 이후 법이 개정돼 세입자도 이주가 가능해졌다. 
 
성남시가 순환정비방식을 도입했던 이유는 세입자 대책 때문이었다.
2004년 12월 성남시가 작성한 <수정·중원구 도시정비사업 추진 방안에 대한 워크숍 개최 결과 보고>라는 문건에 따르면 ‘성남시는 세입자가 가옥주보다 약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세입자의 수용 문제가 제일 중요함.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는 주민이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지만, 기성시가지의 특성상 세입자 이주 대책 없는 사업 추진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세입자용 임대주택 확보 기준과 2000가구 이상 개발 시 순환정비방식을 의무화 하는 등의 성남시 방침을 제시하면, 사업시행자 선정은 정리할 수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 ‘정비사업 후 저소득층 생활자의 근거지 상실이 예상되는 만큼 세심한 배려와 대책 마련은 물론 정비 방향이 공공 주도의 도시 관리 차원에서 제시돼야 할 것임’이라고 총평을 해 성남시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것임을 나타냈다.
 
당시 성남시 정비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세입 가구 4만4697가구 중 구역 내 재정착이 가능한 세입자는 약 23.5%(1만485가구)이다. 이에 따라 기본계획에서는 구역 내 재정착이 불가능한 세입자를 위해 이주 단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3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일대 4만217㎡에 대해 2006년 1월 16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같은 달 24일 옛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됐으며 2007년 3월 13일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됐다.
 
또 단대구역은 2005년 11월 7일 구역지정을 받았으며 같은 달 24일 사업시행자로 옛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됐으며 2007년 9월 21일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됐다.
 
이후 세입자들은 각 구역 내 주거용 건축물에 거주하다가 각 사업의 시행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LH공사는 사업이 시행되는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성남시 중원구 내에 임대아파트를 건립해 세입자 등에게 제공했다.

 
순환용 주택·주거이전비 중복 청구 명확치 않아
주거이전비 포기가 강행규정 위반은 볼 수 없다 
■원심 판결은 어떻게 
대법원 확정 판결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순환용 주택을 제공했을 시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은 도시정비법을 그 근거로 들었다. 서울고법의 판결문에 따르면 도시정비법 제36조 제1항에서 ‘주택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주택재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에 대하여 당해 정비구역 내·외에 소재한 임대주택 등의 시설에 임시로 거주하게 하거나 주택 자금의 융자 알선 등 임시 수용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주거이전비에 대한 독자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주거이전비와 동일한 성격의 이주 단지를 제공했으므로 추가로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서울고법의 판단이다.
 
또 “주택재개발 사업시행자의 임시수용시설의 설치 등의 의무와 주거이전비 지급 의무는 세입자의 조기 이주를 장려해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 이전으로 인해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사회보장을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양자는 그 목적이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입자가 도시정비법 및 공익사업법의 관련 규정상 순환용 주택의 공급과 주거이전비의 지급을 중복해 청구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면 양자의 목적은 중복되는 상태에서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 간 후 정착에 필요한 비용인 주거이전비를 사후에 포기하고 정비사업 공사 완료 시까지 제공되는 순환용 임대주택(임시수용시설)에 입주하는 것이 강행규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LH공사의 기망이나 강요 등에 의해 주거이전비 포기 각서를 작성했으므로 무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세입자들은 LH공사의 기망이나 본인들의 착오 등을 이유로 준비서면으로 (주거이전비) 포기의 의사표시를 취소했으므로 포기 각서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세입자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주거이전비 포기의 의사표시가 LH공사의 기망이나 강요 등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세입자들이 순환용 주택과 별도로 LH공사에게 주거이전비 지급까지 청구할 수 있고 이 점에 대해 세입자들이 착오를 일으켰어도 이는 주거이전비 의사표시에 있어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세입자들은 어떤 주장을 했나=세입자들은 공익보상법 규정을 들어 주거이전비 지급을 주장했다.
 
판결문 내 세입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공익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입주권의 부여 여부와 관계없이 가구원 수에 따른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도시정비법에는 주거이전비의 지급을 배제하는 규정 또는 순환용 주택과 주거이전비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게 하는 규정이 없으며 세입자들은 단대구역과 중3구역 내 주택을 입차해 거주하다가 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이주 단지 입주권을 받아 입주하게 됐으므로 LH공사는 세입자들에게 입주권과는 별도로 각 4개월분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밖에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 청구권은 공법상 권리로서 포기가 불가능한 것이므로 세입자들이 이주 단지에 입주하면서 작성한 주거이전비 포기 각서는 무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