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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는 신념대로 소신껏 주장했다”: /인터뷰/ 이부환 법무사; 2011.02.17 16:10 입력 | 2011.02.19 15:18 수정

장창훈 기자 mustcan@r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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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무효소송은 행정소송’ 최초 주장
 

며칠 전 서울 순화동재판이 조합승리로 끝남으로써 동의서 하자로 인한 조합설립무효소송이 끝났다. 이 판결이 의미를 갖는 것은 순화동 1심판결을 시작으로 조합설립무효소송이 전국의 조합을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기자와 만난 이부환 법무사가 말했다.
“부산 감천2구역과 서울 순화동 판결로 전국 재개발사업이 쑥대밭이 됐어요. 행정지침에 따라 했는데 그것이 잘못됐다는 사법부 판단은 문제가 있어요. 행정소송으로 다퉈야할 조합설립무효소송들이 민사소송으로 조합을 초토화 시키고 있어요. 그래요. 그게 문제예요. 이것을 한 번 보실래요”
 
그가 커피숍에서 내민 자료는 원고매수 50매가 넘는 분량이었다. 대법원에 상고된 모든 조합설립무효소송은 행정소송으로 다퉈야한다는 골자였다. 특히 조합설립인가요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순화동 판결에 인용된 판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순화동에 인용된 판례는 도정법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인 10년 전의 낡은 판례라는 것이다. 내 손끝이 분명히 떨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든 변호사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조합설립무효소송에서 비대위측 승리로 예측하는데 “왜 이 사람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칼럼을 받고서 2주일 가량 고민하고, 당시 H신문에 8월 24일자로 칼럼원고를 데스크에 넘겼고, 논문형식으로 작성된 칼럼이 반박하는 쟁점이 너무 뚜렷해 2회에 걸쳐 특집기사를 내기로 했다. 당시 그 칼럼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칼럼 제목은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 무엇이 문제인가. 동의서는 조합설립인가요건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조합설립인가무효는 행정소송으로 다퉈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기존의 판례도 변경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법원에서도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도정법의 입법취지나 조합의 현실 등을 감안하여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현명한 판결이 있기를 바란다”고 신문기사가 나갔다. 이에 많은 조합들이 설득력이 있는 논리라며 이법무사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반응이 점차 나타났다. 
 
그리고 열흘 후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민사소송에 계류중인 모든 조합설립무효확인소송을 행정소송으로 일괄 이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부산 감천2구역과 서울 순화동 판결의 핵폭탄 뇌관이 제거된 순간이었다. 일부 소송에 눈이 먼 변호사가 만들어낸 모순된 법리해석이 철거된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부환 법무사의 칼럼이 전국 조합들의 희망으로 떠오르던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그를 직접 만났다.
“2년전 기적 같은 사건을 기억하지요. 아무도 믿지 않았을 때 믿어줘서 감사해요. 그때 너무 안타깝고 오죽 답답하면 옥수동 어느 조합장 이름으로 제가 신문에 낸 기고문을 대법원에 탄원서로 작성해서 제출했겠습니까. 당시 말했었죠, 도정법은 토지수용권을 갖고 미동의자를 강제로 조합으로 편입시키는 강한 공법적 성격이 있어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말했지요”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2년 전에도 그는 똑같은 어조로 주장했었다.
 
“이런 도정법 취지를 무시하고 98년의 낡은 재건축판례로 판결하는 것은 일선법원이 조합의 실무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누군가가 판례변경을 해야 하고, 또 동의서는 조합설립요건이 아니고 행정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서를 받기 위한 요건이라며 분명히 말했는데……. 솔직히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거라고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지만 그게 그대로 인용될 줄은 몰랐어요. 전국 조합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았던 날이었죠.”
 
그가 당시 칼럼을 꺼냈다. 판례가 변경될 것을 요청했던 문장, 행정소송으로 이송할 것을 주문했던 곳, 조합을 공법기관의 행정청으로 규정했던 문장, 조합설립인가요건으로 해석해야한다는 문장, 행정소송에서는 무효소송은 다툴수 없다는 것에 그가 밑줄을 그었다. 
 
한편 2009년 9월 17일 대법원의 판례변경, 행정소송 일괄 이송결정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조합설립인가를 알게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조합원이 조합인가를 모르고 있었다면 안 날로부터 제소기간을 계산하므로 90일은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하였고, 이어 행정법원에 이송되더라도 별 차이가 없어 조합이 그렇게 유리하지 않을 거라는 유보적인 전망을 하였다. 
 
이에 대해 이 법무사는 2009. 10. 12 “행정법원에서의 조합설립무효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행정청의 인가는 고시가 되기 때문에 고시 후 5일이 지나면 이해관계인에게 송달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때부터 90일이라는 제소기간의 제약을 받고, 조합의 무효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다수의 이익, 도정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판결하므로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조합이 100% 승소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후 행정법원으로 이송된 조합사건은 이 법무사의 말대로 무효소송은 도정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중대성과 명백성을 판단하였고, 취소소송은 거의 모든 조합이 고시 후 90일이라는 기간에 걸려 소송요건이 되지 않았다. 
 
또 최근 놀라게 한 사실은, 작년 12월 대법원은 백지동의서라 하더라도 무효를 다투려면 조합설립인가가 먼저 취소되어야 한다며 동의서가 조합설립이 아닌 조합설립인가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결국 이 법무사가 주장했던 반박쟁점 4가지가 모두 대법원에서 같은 내용으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조합실무를 감안하지 않고 법리에만 매달린 판결은 죽은 판결입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승인취소 소송이 아닙니까. 교과서적 법리해석이 문제였어요. 법을 법으로만 해석해서 분쟁을 야기시키고, 분쟁의 틈을 이용해서 마구잡이로 소송을 제기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춰도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수임료로 돈을 벌었던 일부 변호사들이 정말 문제예요. 그것은 법률적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도정법 법리와 재개발 실무가 함께 엮어서 판단하는 법률가들이 정말 필요한 때입니다”
1년 6개월 전 그 대법원 사건에 대해서 물었다. 어떻게 그 때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신념이 있었어요, 당시 서울, 부산 등 많은 조합들이 소송으로 궁지에 몰리고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조합현실을 도외시하고 법리에만 치우쳐 단순하게 판단을 해 버리는 사법부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실무를 다루고 있는 누군가가 법원판결에 대해 양심적 선언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언론을 통해 당당히 말했지요. 제가 믿었던 그 소신 그대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오후 7시에도 그의 사무실 직원들은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책상위에 가득히 쌓여있는 각종 서류더미에 직원들의 손이 묻혀 있었다. “변호사는 사업이 멈춰야 소송으로 돈을 벌고, 법무사는 사업이 진행되어야 등기 이전비용을 통해서 돈을 번다”는 어떤 법률가의 지적도 생각났다. 이젠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작고 소소한 분쟁들이 조합마다 없지는 않지만, 아주 커다란 핵폭탄이 제거된 지금에 있어서 그러한 분쟁은 당사사간에 양심과 양보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직과 진실함으로”라는 이부환 법무사의 경영철학을 보면서 모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