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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이상한 법률해석 이상한 결정문: 2011.07.30 20:48 입력 | 2012.02.04 18:09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1/10 발의 주민총회, 법원의 허가사항?
전문가들 “이해 할 수 없다” 이구동성!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조합임원의 해임은 제24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총회의 소집 및 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
 
한편 도시정비법 제27조(민법의 준용 등)는 “조합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7월 14일 수원지방법원(이하 법원) 제11민사부는 수원 포일주공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장 A씨가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총회개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총회는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 근거한 조합장 등 임원해임을 결의하는 총회였다. 
 
법원이 조합장 A씨의 총회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준 이유는 해당 총회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민법 제70조에서 규정한 총회소집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해당 총회의 개최를 금지했다. 또한 법원은 해당 총회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소집되었을 경우, 추후 총회의 소집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률적 다툼이 진행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결정문을 두고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이 도시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과연 필요한 조항인지의 여부를 차치하고, 일단 법이 제정되어 있는 이상 이 법은 그대로 집행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도시정비법은 ‘특별법’으로 이 법에서 별도로 정하지 않은 이상 법에 명시된 사항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합의 조합원들도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신문사에 기사제보를 해왔다.
 
이에 도시재생신문은 해당 법원의 결정문이 추후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해당 결정문과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그 타당성 여부를 집중 점검해 본다.
 

■ 법원, 어떻게 결정했나?
 
우선 법원은 결정문에서 “도시정비법 제23조4항에 근거한 해당 총회의 소집과 관련하여, 민법 제70조에 따른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해 살핀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먼저 ①도시정비법 제24조제2항을 근거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②정관 제19조제4항과 제5항에 따른 총회의 경우에도 시장의 허가가 필요한 점, ③조합원이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 근거하여 총회소집을 할 경우에도 향후 총회의 소집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가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법원은 “조합임원에 대한 해임안건이 총회에서 다룰 다른 안건에 비해 사안의 중요성이나 조합원들에게 미칠 파급효과가 더 클 수도 있어, 임원해임총회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도시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들이나, 업계 전문가들 대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법원이 인용한 도시정비법 및 조합정관의 관련 규정들이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 따른 총회소집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총회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리기 위해 도시정비법 및 정관의 관련규정들을 너무 억지로 짜 맞춘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법원이 인용한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 제24조제1항 및 제2항, 제27조, 조합정관 제17조제4항, 제19조제1항 및 제4항 제5항, 민법 제70조제1항 및 제2항 제3항.
 
전문가들은 법원이 인용한 도시정비법 및 조합정관의 관련 규정들을 어떻게 짜 맞추고 조합해 보더라도,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 의한 조합임원해임총회를 법원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조합정관 제19조제5항에 “조합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2개월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감사가 지체 없이 총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감사가 총회를 소집하지 않은 경우에 소집을 청구한 자의 대표가 시장의 승인을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임원 및 대의원 해임 총회에 연계시키기에는 무리라는 반응이다. 
 
법원의 결정문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도시정비법이 조합정관 보다는 상위법이기 때문에 설령 조합정관에 ‘모든 총회의 소집과 관련하여 시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서 ‘발의자 대표가 직접 총회의 소집 및 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신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상위법의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법원이 억지로 민법 제70조에 의한 법원의 허가사항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에 의한 총회의 소집과 제24조제2항에 의한 총회의 소집은 그 의미나 소집절차가 전혀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법원이 인용한 관련법 적용례를 모두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 제27조(민법의 준용)는 분명히 ‘조합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민법 제70조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조합정관의 경우, 제17조제4항에서 ‘임원의 해임과 관련하여 조합원 1/10이상 또는 대의원 2/3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1/2 참석과 출석조합원 2/3 동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 및 대의원의 해임총회와는 전혀 무관한 정관 제19조제4항과 제5항의 규정을 적용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민법 제70조제2항 및 제3항 역시 ‘총 사원의 1/5이상이 회의의 목적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할 때 이사가 총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2주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역시, 도시정비법 제23조제4항과 관련한 총회소집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민법 제70조를 이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