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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000조 시대…‘하우스푸어’들 한숨만: 2012.03.18 13:45 입력 | 2012.03.18 13:46 수정

김소원 기자 rknews@daum.net

지난해 말 전국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통계한 지난해 4/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2월 말 기준 91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기에 순수 금융권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포함)을 제외한 신용카드, 여신, 그리고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등을 합하면 이미 1000조 원은 훨씬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지역 거주자 중 61%가 막대한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데는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데 제1금융권을 제외한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 대출 모두 동반 상승하면서 지난 2010년 동기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생계형 대출까지 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 주역은 ‘주택담보대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4/4분기 기준 646조 원(비은행권 포함)이었지만 2년이 지난 2011년 말에는 200조 원 오른 830조 6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총 642조6900억 원으로 이중 절반 수준인 392조 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 2009년 부동산시장이 깜짝 활황기를 보이면서, 단기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가계가 기존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추가대출을 받은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자들의 대출금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계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계속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출잔액이 늘어났는데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은 여전히 낮다. 은행들이 손쉬운 방식으로만 대출영업을 하려고 한 때문이다. 이러다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폭락으로 인한 금융위기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시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들은 리스크가 높은 주택담보대출은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 부채관리 가능한가?
가계부채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여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신뢰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예 정부의 위기관리기능에 대해서는 “포기 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거주자 중 61%가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기반을 뒤흔들 만큼 위험수위에 올랐다. 이미 오래전부터 위험은 감지됐지만 정부의 땜질식 처방으로 근근이 최악의 시나리오만 피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등 외부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글로벌경제문제와는 별개로, 이미 우리 내부의 심각한 문제를 반영한 위기시그널로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 모두,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외부 탓으로 돌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최근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서민의 삶의 질 저하는 심각하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더 이상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구입한 ‘하우스푸어’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
 

■ 서울·수도권 특히 심각
한국경제의 전부, 내수 그 자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것이 소위 서울·수도권이다. 그런데 지난 2009년부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신규로 공급된 주택을 비롯해 기존 주택 중 70% 이상이 시중은행 또는 비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통해 장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내 집 마련 또는 재테크를 목적으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중 원금은 물론 대출 이자를 제대로 상환할 능력을 갖춘 이들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부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기대하며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던 경기도 용인, 인천 송도·청라·영종, 김포 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 수분양자 중 대부분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분양을 받았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지금 분양가 대비, 20%이상 가격이 떨어진 곳이 많다. 대부분이 원금상환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대출받으려 해도 어렵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동산부양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해 오다가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자, 빗장을 걸어 잠궜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분양당시보다 가격이 떨어진 수도권 대부분의 분양단지의 경우, 담보능력이 떨어져 추가대출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