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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1, 시공자 변경 과정서 조합 내분 ‘심화’: 조합장, “K건설이 조합원 선동, 조합 흔들어”; 2011.07.20 10:27 입력 | 2011.07.20 11:18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WIDTH: 348px; HEIGHT: 234px" height=253 src="/PEG/13111252338708.jpg" width=371 align=right>K건설, “사주? 있을 수 없는 일” “안타깝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서울 중랑구 면목1구역 재건축 사업이 조합원 내분으로 장기 표류 위험에 처했다. 이곳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초 조합원 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자인 K건설과 관련해 ‘시공자 선정 철회 및 공사 도급(가)계약 해제의 건’을 상정ㆍ처리했다.
 
이미 선정한 시공자를 바꾸는 과정이 지난하다는 점은 업계에서 상식처럼 통용된다. 면목1구역도 지난 3월 총회 직후 일부 조합원에 의해 ‘총회 결의 무효 확인의 소(訴)’와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등 통상적인 수준의 ‘잡음’이 불거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에 지난달 15일 일부 조합원들이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 해임의 건을 의결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분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면목1구역 조합은 조합장 강 모 씨와 그를 지지하는 조합원, 그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로 분열됐다. 
 
지난 5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재 조합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조합장 강 모 씨는 지난 3월 총회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중순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자신을 해임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강 씨는 “지난달 15일 조합원 육 모 씨를 발의자 대표로 하는 임시총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내가 해임됐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물리력을 동원해 조합 사무실을 점거하고 반강제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조합 운영 체제를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바꾸는 등 횡포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강 씨에 따르면 육 모 씨 등은 “지난달 임시총회 때 참석한 조합원이 124명(서면결의 88명 포함)으로, 성원을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두에 의한 것이며 문서 등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한다. 이에 강 씨는 ‘총회 결의 무효 확인의 소’와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관할 구청에 문의한 결과, 강 조합장의 말대로 육 모 씨 측에서 제출한 자료는 총회 결과와 사진 등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랑구청 주택과 담당자는 “보통 임원해임총회 후에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총회 참석자 명부 ▲서면 결의서 ▲속기록 ▲영상물 등을 제출하는데 면목1구역의 경우에는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의자 대표 육 모 씨는 “총회 직후 강 씨 측에서 소송을 제기해 그에 대응코자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제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만큼 판결이 나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할 조합원 총회와 임원 해임 과정 등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 없이 ‘말’로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강 조합장은 그 배후에 K건설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임시총회 자료를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 발의자 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것이 단순 조합원들의 행동이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이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보여 준 행태는 그 자체가 그들 뒤에 K건설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건설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15일 K건설 담당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주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조합원 간 분쟁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일각에서 당사가 이 분쟁에 개입 또는 사주했다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 싶다”고 일축했다.
 

◆내분 ‘점입가경’…갈등 봉합 後가 ‘문제’=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면목1구역의 내분은 점점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이해 당사자 간 고소ㆍ고발이 이어지면서 설령 이곳의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마저 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대로 지난 3월 총회에도 절차상의 하자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조합장) 반대파가 발의ㆍ개최한 (6월) 총회에도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운다면 이곳의 내분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그로 인한 사업 지연과 여기서 발생하는 유ㆍ무형의 피해는 모두 조합원들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강 조합장과 발의자 대표 육 모 씨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일례로 강 조합장은 육 모 씨 등에 대해 “시공자 문제로 조합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지친 조합원들을 선동,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하고 있다. 반면 육 씨 등은 “(강 조합장이) 관계 법령이 정한 임기를 무시로 하는 것도 모자라 ‘측근 중용-반대파 숙청(?)’을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강 조합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일각에서 ‘강 조합장이 조합장직을 수행하면서 사욕을 채워 부동산을 샀다’는 주장만큼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광주시 등에 강 조합장이 매입했다는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전자는 지난 1988년 강 조합장의 부친이 매입했고 후자는 서 모 씨가 지난 1997년 7월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이 모두 강 조합장이 면목1구역 조합 집행부에 몸을 담기 훨씬 이전인 것이다.
 
강 조합장은 육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들어 중랑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변경지정이 ‘도화선’
올 3월 총회 ‘불꽃’, 6월 해임총회 ‘폭발’

 
■그동안 무슨 일이…

 
면목1구역은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520-19 일대 2만4344㎡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08년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당시의 구역 면적은 1만5023㎡.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변경 지정ㆍ고시가 이뤄지면서 지금의 구역 면적을 갖추게 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조합과 K건설(2009년 5월 선정)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구역 면적이 넓어졌고 신축 세대수가 증가(268가구→470가구)해 사업성이 좋아진 만큼 그에 걸맞은 시공자를 뽑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조합장 강 모 씨는 “이미 선정한 시공자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교체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K건설에 사업성 제고에 따른 새로운 사업 조건 제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K건설이 제시한 사업 조건은 강 조합장 등에 실망감을 안겨 줬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새로 제시한 조건이 K건설이 시공자로 있는 서울 성북구의 J재개발 구역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면목1구역 조합은 지난 3월 5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자인 K건설의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ㆍ처리했다.
 
조합 등에 따르면, 당시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246명 중 152명(직접 53명ㆍ서면 99)이 참석했고 이들은 ‘시공자 선정 철회 및 공사 도급(가)계약 해제의 건’을 의결했다.
 
이후 조합원 김 모 씨 등 14명은 ▲소집 통지 절차 ▲의사정족수 ▲안건 상정 절차 ▲서면결의서 징구 ▲총회 진행 등에서 하자 및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 제1부는 지난 5월 19일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시공자의 변경은 이미 선정된 시공자에 대한 선정 철회와 새로운 시공자의 선정이 결합된 행위이므로 별도로 선정 철회만을 의결함에 있어서도 변경과 동일한 의사정족수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시공자 선정 철회 및 공사 도급(가)계약 해제의 건에 대한 결의를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 참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