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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 2009.10.22 17:11 입력 | 2009.10.23 15: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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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 
법원, ‘사업시행계획 무효’ 판결 
 
법원의 ‘사업시행계획 승인 결의 무효 확인’ 판결에 따라 국내 최대의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제12부는 가락시영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의 윤 모 위원장 등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본 정비사업은 사실상 기존 방식으로 추진했던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2006년 9월 서울시 고시 이후 피고인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종전 재건축 결의(2004년 6월)와 달리 신축 건물의 설계 개요 등을 변경해 이듬해 7월 정기총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결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재건축 결의 변경이 종전 결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정한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지난 2006년 9월 서울시 고시 제2006-315호에 따르면, 본 정비사업 조합은  용적률 229.99%, 평균 층수 16층 이하, 전체 8106세대 등을 주된 골자로 하는 사업시행인가를 결의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고시 이후 조합은 종전 결의와 달리 신축 건물의 설계 개요를 변경했고, 지난 2007년 7월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당시 의결된 내용은 용적률ㆍ평균 층수 등은 낮추고, 조합원 추가 부담금은 늘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담은 늘고 혜택은 주는 상황을 조합원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무리. 이에 윤 씨 등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판결로 범대위(원고)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본 사건을 정리할 수 있다. 
 
 
3년 만에 사업비 1조 원 이상 폭증 
부담금 급증ㆍ조합원 선택권 침해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본 정비사업의 총 사업비ㆍ신축 건물의 평형 및 세대수ㆍ용적률ㆍ조합원 평균무상지분율ㆍ조합원 추가 부담금 등에서 지난 2004년 6월 26일자 결의와 2007년 7월 27일자(사업시행인가 신청 결의) 결의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사업비가 1조 2400여억 원에서 3조 500여억 원으로 약 145% 증가했다.(아래 표 참조) 이는 조합 측이 주장하는 이주비(약 8300여 원)를 제외하더라도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법원조차 판결문에서 “조합이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의 사업비와 조합원 부담금의 변경은 2004년 6월 결의 이후 약 3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명시할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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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전의 사업 계획(2004년 6월)에서는 조합원들이 9개 평형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계획(2007년 7월)에 의하면 7개 평형만 선택할 수 있어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게다가 조합원 중 1200여 세대가 50평형 이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던 종전 계획과 달리,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조합원 중 325세대만이 50평형 이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42평형 이하의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로운 계획에서 종전에 있던 62평형과 64평형이 아예 빠짐에 따라 중ㆍ대형 면적의 새집을 원했던 대다수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 재판부도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부담금 역시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종전 계획과 새 계획에 변경되지 않은 평형인 3개 평형(33ㆍ38ㆍ50평형, 아래 표 참고)을 비교해 보면 조합원 부담금은 최소 90%에서 최대 300% 넘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종전 계획에서는 13평형 소유 조합원이 50평형을 분양받게 될 경우 약 4억 7000만 원을 부담해야 했던 데 반해, 새로운 계획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은 약 10억 4000만 원으로 무려 5억 7000만 원가량(약 121%)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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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씨 등은 “지난 2007년 7월 27일자 사업시행인가 신청 결의는 당초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결의했기 때문에 무효”라며 “본안 소송 확정 판결 시까지 이 사건 결의에 따른 재건축 업무 추진은 정지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지난해 12월 개정된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7조에 따르면,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 변경 및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드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의 변경’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다. 하지만 본 사건에서 종전 결의와 달리 변경된 새 결의는 위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써, 그 변경의 정도도 재건축 결의를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므로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이 정한 의사ㆍ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조합원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중대한 계획 변경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례’를 참고 삼아 향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정비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