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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영 재건축, 엇갈리는 법원 판단에 ‘표류’: 2010.03.23 16:36 입력 | 2012.01.20 02:54 수정

가락시영 재건축, 엇갈리는 법원 판단에 ‘표류’
서울행정법원 ‘사업시행인가 유효’ 판결

 
6600여 가구가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이하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이 사법부의 엇갈린 판단으로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은 “분담금과 사업비 변경 시에는 다시 조합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하 행정법원)이 이를 뒤집어 “구청의 사업인가 자체는 유효하다”며 서울고법과는 정반대 성격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행정법원은 지난 19일 가락시영 조합원 윤 모 씨 등이 관할 송파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행정소송)’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건축 사업 변경 과정에서 사업비와 조합원 부담금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 대폭 증가했다면 사업 계획 변경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구청의 사업인가 절차 자체를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송파구와 조합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만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짓는 최종 결론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정법원에는 조합원 윤 모 씨 등이 지난 2008년 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 소송’의 최종심이 계류돼 있기 때문.
 
1심은 조합, 2심은 반대파(가락시영 범비상대책위원회ㆍ범대위)가 각각 승소했으나, 지난 1월 대법원은 이를 “민사가 아닌 행정소송으로 다투라”며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이 완전히 재개되기 위해서는 이 소송의 최종심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대법원이 재건축과 관련된 소송은 모두 행정법원으로 이관(移管)시켰기 때문에 같은 행정법원에서 치러지는 재판 성격상 이번 판결이 본안소송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한 조합과 반대파의 해석이 서로 달라 또 다른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범대위 측은 “인가 결의가 무효 처리되면 이를 근거로 이뤄진 사업시행인가도 무효”라며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오는 6~7월께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 집행부를 교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조합 측은 “같은 법원이 똑같은 사안을 다르게 판결하겠느냐”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이번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종 상향’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락시영 재건축은 지난 2003년 5월 의결됐으나, 조합은 2007년 7월 정기총회에서 신규 계획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총 사업비가 1조2462억 원에서 3조545억 원으로 급증했고, 조합원 부담금도 30~598% 늘었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이 각종 소송 등을 잇달아 제기했고, 일부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