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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장식한 재개발·재건축 3대 이슈!: 2012.12.27 22:35 입력 | 2013.01.08 23:24 수정

송윤창 기자 rknews@daum.net

[도시재생신문] 2012년은 지난 수십년간 진행되어 온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 한 해였다. 2011년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근거하여, 서울시가 추진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그 도화선이다.
 
하지만 논란은 잠시. 정책변화로 인한 시장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출구전략이 본격화되자 곧바로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추진주체가 사용한 비용, ‘매몰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매몰비용의 처리와 관련하여서는 비용의 범위부터 처리방법까지 어느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경제위기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공사들이 자금대여를 중단하면서 시장에 돈줄이 말랐다. 부동산시장이 언제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면서 모두가 지갑을 닫아버렸다. 이른바 ‘현상유지’ 전략으로 불리는 ‘불황 버티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2012년 도시정비시장, 정책으로 시장의 변화를 유도했지만 시장논리에 의해 무리한 정책적 시도가 좌절된 한해다. 정책선거가 실종되면서 대선과정에서도 뉴타운·재개발 의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도시재생신문은 2012년 도시정비시장을 장식한 이슈를 ‘출구전략’ ‘매몰비용’ ‘현상유지’ 3가지로 정리했다
 

■ 이슈 1. ‘출구전략’
2011년 12월 30일 국회는 23개의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7개의 도촉법 개정안을 통합하여 도시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일부 개정법안(법률 제11293호·제11294호)을 통과시켰고, 2012년 2월 1일부터 공포됐다. 개정법에는 ‘일몰제 등 출구전략’ ‘공공관리자제도 강화’ ‘대안적 도시정비사업 도입’ 등을 담았다.
 
2012년 1월 30일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소유자에서 거주자를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의 근본 틀을 바꾸는 내용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사업성이 없거나, 일정기간 사업추진이 어려운 정비사업구역에 대해서는 ‘일몰제’ 등을 적용하여 과감하게 정비구역을 취소하고, 이미 사용한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비용조달방법 등 구체적인 대책마련 없이 무리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공공이 무리하게 추진한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해 사업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출구전략에 따른 정비구역 취소사례도 나왔다. 가장 강력하게 출구전략 추진을 외쳤던 서울지역이 아닌, 경기도 지역에서 첫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이미 사용한 사업비, ‘매몰비용’이 도마에 올랐고, 비용의 부담을 둘러싼 책임공방으로 주민 간 갈등은 오히려 증폭됐다. 현실을 무시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남발된 정책의 실패를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 이슈 2. ‘매몰비용’
올 한해 도시정비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다. 사업타당성조사 등 기초적인 준비도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마구 남발된 뉴타운·정비사업이, 정반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생겨났다. 용어의 의미에서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까지 문제투성이 뿐인 단어다.
 
원래 매몰비용이란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일컫는 말이다. 일단 지출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기업의 광고비용이나 R&D 비용 등이 이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매몰비용은 이미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공공은 역행했다.
 
매몰비용이 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곧바로 국토부에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이 개발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사용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문제도 있다며 거부했다. 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토해양위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매몰비용’의 규모도 문제다. 추진위나 조합이 사용한 비용에 대한 공공과 사업주체간 계산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공공은 지금까지 사업추진단계에 따른 법정비용 내에서 매몰비용을 산정하려고 하고, 사업주체들은 실제 사용한 비용 전체를 매몰비용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업비용이 얼마인지는 수천억에서 수조 원까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매몰비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출구전략은 또 다른 사회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매몰비용의 보전이 가능하도록 도시정비법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예산수립이 가능하냐다. 가장 강력하게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한 서울시의 경우에도 2013년도 정비사업 매몰비용 지원 예산이 39억 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이슈 3. ‘현상유지’
정부나 서울시가 내놓은 정비사업 출구전략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이나 조합원들은 “뉴타운·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분양시장이 과열된 상태였고, 사업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뒤집어 이해하면, 주택시장의 회복이 재개발·재건축사업 정상화의 전제조건이라는 말이 된다. 실제로 현재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 위기는 주택시장 불황에 따른 분양시장의 어려움이 그 원인이다. 미분양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마냥 사업비를 투입할 수 없는 건설사들이 지갑을 닫았고, 유일한 ‘돈 줄’이 막히면서 시장이 ‘올 스톱’상태가 된 것이다.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시장의 최대 화두는 ‘현상유지’다. 현재의 위기가 단기간 내에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위한 투자는 일단 미룬 상태다. 기존에 집행하던 사업비 중에서도, 당장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비용은 전부 중단하고 있다.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느냐가 생존의 목적이 되었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다. 공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시장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정상화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부나 서울시 등 공공은 정비구역취소 등 사업을 축소하는 의미에서만 ‘출구전략’을 논할 것이 아니라, 각종 규제나 기부채납비율을 낮추는 등 도시정비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출구전략’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