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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조 용산개발, 배는 침몰하는데 책임은 누가?: 2013.03.05 17:17 입력 | 2013.03.05 17:18 수정

김소원 기자 rknews@daum.net

단군 이래 최대 사업, 삽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좌초
산으로 간 배, 선장은 주머니 두둑, 사공들은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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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 결국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6년 8월부터 사업 추진에만 6여년 만이다. 자본금 1조 원은 바닥이 났고, 이제 남은 건 달랑 9억 원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공기업이 참여했고 사업비 31조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리며 부동산광풍의 한가운데 섰던 사업이 파행만 거듭하다 좌초 위기를 맞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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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는 침몰하는데 선장만 살맛?
2010년 삼성물산이 코레일과 땅값 협의 과정에서 자산운용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주관사 자리를 내놓은 이후 용산 사업의 민간출자사들은 롯데관광개발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당시 위기극복과 사업정상화를 위해 민간출자자들은 국내 금융업계 큰 인물인 박해춘 前국민연금이사장을 영입해 AMC회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그 후 2년 반 가까이 지난 지금, 용산개발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보지도 못한 채,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박 회장이 제시했던 외자유치방안 등도 허언이 됐다. 자본금 1조 원 중 9억원 만 남겨둔 채 2년 반 동안 월급만 축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비즈(강도원 기자)에 따르면, 박 회장이 지금까지 받은 급여만 20여억 원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실패 뒤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이 용산개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숫한 돈과 세금이 낭비됐는데, 책임지는 이는 하나도 없고, 사업에 참여한 높으신 양반들은 한 주머니씩 두둑이 챙겨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애꿎은 주민들만 죽어나게 생겼다. 5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니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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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으로 간 배, 용산개발
단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 삽 한번 잡아보지 못하게 좌초위기에 빠진 지금, 사업 핵심관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는 ‘31조 용산개발 파산…그 뒤엔 그들이 있었다’ 제하의 기사에서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기 롯데관광개발 회장 등 핵심관계자 모두에게 이 사업 실패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경우 용산 사업에 단순히 토지주가 아닌 주주로 참여했다. 그런데 공기업인 코레일은 민간출자자들과 계약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자금지원만 하고, 지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근거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부당한 계약조건”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오세훈 전시장의 욕심 때문에 이미 마무리됐을 용산개발이 늦춰졌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2007년 서부이촌동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부지인 철도 정비창과 묶어서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서부이촌동이 용산 사업에 묶이면서 ‘주민보상’이라는 걸림돌이 나타났고, 2200여 가구에 달하는 주민보상이 사업의 숨은 복병이 됐고 사업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다.
 
롯데관광개발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의 지분 45.1%가 롯데관광개발에 양도된 이후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며 민간 출자자를 대표했지만,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대립·반목만 키웠다는 것. 일각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이 6개월 전이라도 사업 주도권을 코레일에 넘겨주고 사업 정상화 방안을 찾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용산개발은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공 탓에 부도를 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부도 이후다. 용산개발에 묶이면서 5년 이상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코레일, 민간출자자, 주민 모두 끝없는 소송 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