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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미국 ‘시퀘스터’ 현실화···어떤 일 벌어지나: 2013.03.02 22:09 입력 | 2013.03.02 22:11 수정

송윤창 기자 rknews@daum.net

7개월간 850억 달러 감축, 국방비 최대
디폴트·국가신용등급하락 등 우려 고조
미국정치 특성상 추가 협상타결 가능성도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align=left src="/PEG/13622299005202.jpg">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지도부의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막판 협상 결렬로 결국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현실화 됐다. 시퀘스터를 둘러싼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바뀌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및 지역안보에 미치는 악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미국 정부는 7개월 후인, 오는 9월 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까지 850억 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방예산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군사대국인 미군의 전력차질이 불가피해 후유증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퀘스터 협상 결렬이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여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재정적자 감축 방안, 세금 인상 등을 놓고 대치를 거듭해 온 정치권에 대한 엄청난 국민적 비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지출삭감 규모 및 미국 내 영향
백악관과 의회는 지난 2011년 8월 국가부채 법정한도 상향조정을 위한 협상을 타결 지으면서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예산관리법(BCA)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자동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까지 국방비 460억 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일반예산 390억 달러 등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
 
가장 충격이 큰 부문은 국방 분야다. 백악관에 따르면 시퀘스터로 인해 국방 관련 사업 예산의 13%, 비(非)국방예산의 9%가 잘려나간다. 국방부에 해당되는 삭감액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460억 달러에 달한다. 주당 1500~2000명으로 추산되는 국방부의 민간고용이 동결되고, 일시 해고 대상만 4만6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산재한 국방부 관련 시설의 개축 및 보수 관련 예산 가운데 100억 달러 이상이 감축되고, 전투기 비행시간이 줄어든다. 현재 진행 중인 무기개발 프로그램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방예산 삭감은 (군의) 훈련과 대비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군의 임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연방항공청(FAA) 직원 약 4만7000여명이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고 세관을 비롯해 국경경비대, 연방교통안전청(TSA) 직원들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무급휴가자에 대한 사전통보기간(1개월 전)이 지나는 4월부터는 공항이나 항구에서 승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무부도 육류검사 직원 8400명의 무급휴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검찰 검사, 사회보장국 직원, 국세청(IRS),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방재난관리청(FEMA) , 국립공원관리청 등에서도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가야해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에 삭감해야 하는 지출자동삭감 규모는 2013년 전체 연방예산 3조6000억 달러의 2.4%다. 그러나 삭감되는 항목이 일반적인 연방정부 사업비용인 ‘재량적 지출’이며,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정부부채 이자 등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정치권이 2012년 12월 ‘재정절벽’ 협상 때보다 여유를 부린 이유이기도 하다.
 

■ 한국 등 세계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퀘스터가 세계경제에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방정부 지출삭감으로 이제 막 온기가 돌기 시작한 미국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 자료에 따르면 시퀘스터 발동으로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1.4%에 그치고, 실업률은 0.2%포인트 상승해 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불확실성이 추가되는데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에서도 기업투자와 소비위축 등의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소비가 줄어들면서 전자·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종의 실적부진이 예상된다.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시퀘스터가 주로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작전연습인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은 예정대로 이달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되며, 주한미군 순환(로테이션) 준비도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지출삭감으로 아시아 지역의 미군 재편성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물리적인 영향보다도 시퀘스터 논란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협상결렬의 이유와 향후 전망은?
이번 협상과 관련하여 공화당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 및 각종 공제 프로그램을 대거 손질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유층 및 기업을 상대로 한 세금 인상을 통한 세수입 증대에는 공화당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 칼을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업이나 부유층의 탈루를 막음으로써 세수를 늘려 부족한 예산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년 말 중간 선거를 겨냥해 전통적 유권자 층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협안 마련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현재 공화당의 경우 시퀘스터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 결과를 지켜보고는 있지만, 계속 타협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활동의 상당부분을 연방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지역과 군부대나 방위산업체들이 주로 자리 잡은 지역의 악영향 등 마냥 손을 놓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도 있다.
 
한편, 합의점을 찾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난해 의회가 6개월 기한으로 의결한 2013회계연도(2012.10.1∼2013.9.30) 잠정예산안 마련기간이 오는 3월 27일로 종료된다. 그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한다. 또 5월 18일까지로 미뤄놓은 국가 채무 한도를 재조정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