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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토지 분할 藥인가 毒인가: 고덕주공6단지 상가 제척해 ‘급물살’ 기대; 2011.09.08 10:40 입력 | 2012.02.01 15:31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조합 설립 때 제척했던 둔촌주공은 재통합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재건축에 있어 상가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황금알’로 인식되는 반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해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일선 조합이나 업계 전문가들 중에서는 사업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상가를 꼽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인터뷰 때 “상가 문제, 특히 재건축에 있어 상가 문제는 (2011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며 “원인은 상가 자체의 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입법적 미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차 변호사는 이어 “향후 법적 보완이 이뤄질 경우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간 이해관계와 갈등을 중재ㆍ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정립이 주된 의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례로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격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만 하더라도 아파트 측과 상가 측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통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만이 아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이하 둔촌주공)는 과거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에서 상가 측 동의율이 조합 설립 기준에 미달되자 이를 제외한 채 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주공6단지도 오래도록 풀지 못했던 상가 문제를 ‘제척’이라는 카드로 해결했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최근 상가를 제외한 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성이 저하돼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어 상가와의 재통합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7월 25일 강동구청에 상가를 포함하는 내용의 조합설립 변경인가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달 16일 인가를 받았다고 공지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측은 “동의율 부족으로 인해 최초 조합설립인가 시 상가를 제외하고 인가를 획득했으나, 건축 배치 등 설계 불합리, 토지 분할 소송 인지대 예상 비용 약 10억 원 및 이에 따른 공유물 분할 등기 비용(취득ㆍ등록세, 증지대, 대지권 말소 및 등기, 측량 및 법무사 수수료 등) 약 140억 원 등 상가를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상가 소유자와 수차례에 걸친 협의와 동의서 제출 독려를 통해 상가 동의율이 충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가서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상가를 편입함으로써 토지등소유자 수가 종전 5915명에서 6151명으로, 조합원 수가 종전 4830명에서 4986명(상가 195명 포함)으로 각각 증가했다.
 

◆둔촌주공 상가 통합으로 새 전기=아파트 소유자만의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바탕으로 조합을 설립했고 시공자까지 선정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이번 조합설립 변경인가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09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전까지 이곳의 최대 관심은 조합 설립이었다. 조합을 설립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하루빨리 조합부터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점도 이곳 조합원들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조합 설립 이후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조합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조합으로서는 상가와의 재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상가를 배제한 채 사업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액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단지 내 상가가 7개(종합상가, 가ㆍ나ㆍ라동, 천혜상가동, 140동 앞 일반상가, 둔촌초등학교 옆 일반상가 등)로 분산 배치돼 있어 이를 배제한 채 아파트만 신축할 경우 기형적인 설계가 불가피한 데다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상가 재통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여기에 재건축이 본격화할 경우 배후 수요가 사라져 사업에 반대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상가 측 이해도 덧붙여졌다.
 
이에 지난해 중순부터 재건축 조합 측과 상가 측이 양측의 통합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고, 결국 상가 측이 지난달 중순께 전체 상가 소유자 309명 중 230명으로부터 합병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았다고 조합에 통보하면서 통합 논의가 매듭을 짓게 됐다.
 
이로써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일단 기존 정비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상가 통합으로 신축 세대수는 소폭 증가하고 사업성이 제고되면서 사업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조합 측은 기존 상가 부지를 설계에 반영해 주요 건물 재배치 작업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고덕주공6 상가 제척으로 ‘돌파구’=지난해 5월 시공자를 선정하며 둔촌주공보다 빠른 사업 속도를 나타냈던 고덕주공6단지는 둔촌주공과 반대로 상가를 제척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은 상가 1개동을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립하고 최근 공람ㆍ공고를 마쳤다. 조합은 상가 측의 낮은 사업 참여 의지를 상가 제척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변경(안)에 따르면 상가가 제외되면서 건축 총면적이 당초 29만6866.87㎡에서 29만912.88㎡로 5953.99㎡가 줄었고, 용적률도 249.9%에서 249.85%로 0.05%P(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전체 신축 세대수는 기존 1520가구에서 141가구가 늘어난 총 1661가구로 증가했다. 이는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당초 계획보다 중ㆍ대형 주택 비율은 줄이는 대신 소형 주택을 더 늘렸기 때문이다.
 
윤정일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신축 세대수가 늘어 사업성이 제고됐지만 이는 상가 제척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상가 제척을 통해 얻은 가시적인 성과는 크지 않지만 장차 관리처분 단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 조합장은 이에 대해 “추진위 단계서부터 조합 설립 동의서를 내지 않고 협의 때마다 무리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는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방해해 왔던 상가 소유자들이 관리처분 때에도 이제까지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상가 제척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는 고덕주공6단지는 현재 강동구청에 변경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조합원총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윤정일 조합장은 총회가 11~12월 사이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 “개별 상황에 맞게 제척 결정해야”
광범위하고 정교한 시스템 정비 고민할 때

 
◆전문가 제언=토지 분할, 특히 상가 제척 혹은 편입과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그것이 비록 관계 법령에 명시돼 있고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하나이나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그것이 약(藥)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가 문제가 일선 조합에게 골칫거리인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둔촌주공처럼 조합 설립을 위해 제척했다가 또다시 통합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그에 따른 조합의 행정력 및 예산 낭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가 제척’ 카드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다소 특수한 사례”라고 전제한 뒤 “기존 상가와의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표류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사업성을 저하시키는 것보다는 (문제가 있는) 상가를 일찌감치 배제하는 것이 실효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상가 제척 문제가 때마다 화젯거리가 되는 이유를 찾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가 소유자들은 대다수 주택 소유자와 달리 임대사업자서의 성격이 강해 대부분은 정비사업 시행 기간 도중 휴업에 따른 손해를 감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행 법령 등이 규정한 영업보상비 등이 이해관계인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닌 데다 세입자 간 형성된 권리금에 대한 보상 방안이 전무해 상가는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도시 및 주거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1항에 따라 정비사업으로 인한 휴업 등에 대해 손실을 평가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휴업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6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 239곳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32개 단지(4월 기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전진단 통과 후 이주ㆍ철거에 이르는 평균 기간이 7년으로 나타났다. 상가 소유자 처지에서 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피해가 영업보상비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업보상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통한 개발 효과를 놓고 볼 때 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 간 구분이 쉽지 않은 데다 주택 소유자들도 사업 시행 기간 동안 살 집을 구하는 데 실제 필요한 돈에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액수를 주거이전비, 이사비용 등으로 받고 있어 상가 소유자에 대해서만 획기적으로 보상을 늘릴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고덕주공6단지 판결 의미=고덕6주공단지는 이번 정비계획 변경에 앞서 이미 소송을 통해 아파트와 상가의 토지 분할을 허가 받았다.
 
지난 2월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11부(재판장 소영진 판사)는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당시 추진위)이 ‘사’ 상가 소유자 심 모 씨 등 34명을 상대로 제기한 ‘토지 분할 등’ 소송에서 “강동구 상일동 124 일대 8만6071.9㎡ 중 1758.5㎡를 심 모 씨 등의 소유로, 나머지 8만4313.4㎡를 조합의 소유로 분할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조합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상가의 소유자들을 제외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제41조 규정에 따라 토지 분할을 청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조합은 아파트 소유자들로부터 조합 설립에 관한 동의를 받아 상가 부분을 제외하고는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했으나, 유독 상가 부분에 관해서만 ‘사’ 상가의 소유자들로부터 조합 설립에 관한 동의를 받지 못해 상가 건물과 관련해서는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조합은 도시정비법 제41조에 따라 ‘사’ 상가 소유자들을 상대로 토지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사’ 상가 소유자 심 모 씨 등은 조합이 주장하는 방법대로 분할을 인정할 경우 분할 후 상가의 토지 이용이 힘들어져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토지 분할 소송의 1심 판결은 패소한 상가 소유자들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4월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상가 측이 조합 설립 요건을 빌미로 과도한 권리 행사를 하는 데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차제에 조합 설립에 동의해 주는 대가로 과도한 요구를 한다든지 일단 동의를 한 뒤 나중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등의 횡포를 부리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토지 분할, 法에는……=현행 도시정비법에는 토지 분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먼저 제41조 제1항에는 ‘사업시행자 또는 추진위는 주택법 제1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아 건설한 둘 이상의 건축물이 있는 주택단지에 주택재건축 사업을 하는 경우, 제1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조합 설립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주택단지 안의 일부 토지에 대해 건축법 제57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분할하고자 하는 토지 면적이 동법 동조에서 정하고 있는 면적에 미달되더라도 토지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제16조 제2항은 ‘사업시행자 또는 추진위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해 토지 분할 청구를 하는 때에는 토지 분할 대상이 되는 토지 및 그 위의 건축물과 관련된 토지등소유자와 협의해야 한다’고, 제3항은 ‘사업시행자 또는 추진위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토지 분할의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에 토지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4항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해 토지 분할이 청구된 경우 시장ㆍ군수는 분할돼 나갈 토지 및 그 위의 건축물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토지 분할이 완료되지 아니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동의 요건에 미달되더라도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조합설립인가와 제28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인가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음 각 호에는 ▲제1호 ‘당해 토지 및 건축물과 관련된 토지등소유자의 수가 전체의 10분의 1 이하일 것’ ▲제2호 ‘분할돼 나가는 토지 위의 건축물이 분할선상에 위치하지 아니할 것’ ▲제3호 ‘그 밖에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할 것’ 등이 포함된다.
 
정비구역의 분할 및 결합과 관련해 도시정비법 제34조 제1항은 ‘시장ㆍ군수는 정비사업의 효율적인 추진 또는 도시의 경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구역을 둘 이상의 구역으로 분할하거나,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구역(제4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구역에 한함) 또는 정비구역을 제4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정비구역을 분할하거나 서로 떨어진 지역을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 시행 방법과 절차에 관한 세부 사항은 시ㆍ도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조합설립인가와 관련해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은 ‘주택재건축 사업의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집합 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주택단지 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복리시설의 경우에는 주택단지 안의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봄)별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가 5 이하인 경우는 제외함)와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또한 같다. 다만,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조합원의 동의 없이 시장ㆍ군수에게 신고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