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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재생 & 뉴타운사업 명과 암: 2011.11.07 00:06 입력 | 2012.02.02 02:00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한국형 도시재생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도시재생 기본법’에 대한 정부와 국회, 전문가 논의도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제화를 서두르면서 무산이 됐다.
 
서울시 강남·북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생활권대상의 광역적·종합적 도시정비기법으로 도입된 뉴타운사업 역시 지금은 도시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로 전락한 상태다. 특히 광역적이고 종합적인 도시정비를 위해 공공이 먼저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는 형태의 협의의 ‘도시재생’ 개념을 도입하기는 하였지만, 뉴타운지구 내 개별 사업지구는 기존 재개발·재건축 형태로 민간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갈등만 더 키우는 구조가 돼 버렸다.
 

■ 재개발·재건축 갈등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각계각층의 토지등소유자, 건설사, 정비사업 관련 용역업체, 변호사·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 건설사업에 관련된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시행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 또한 종합적이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나타나는 수백·수천가지의 문제 중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 4가지를 꼽는다면, ‘1.사업주체간 갈등의 조정’, ‘2.원주민의 재정착률 저하’, ‘3.거주권보다 재산권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업방식’, ‘4.사회·문화적 접근의 부재’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이후 나타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 되며, 추후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먼저 ‘1.사업주체간 갈등의 조정’과 관련하여,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을 둘러싼 사업주체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의2 및 제77조의3에 의거한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자치구마다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기능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않다.
 
도시정비사업은 모든 절차가 공공의 인·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2010년부터 정비사업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인 갈등의 조정 및 해소와 관련하여서는 사실상 공공의 역할이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강제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국토해양부와 각 지자체의 분쟁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하여, 분쟁이 발생한 초기에 신속하게 개입하여 갈등을 조기에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원주민 재정착률 저하’의 문제도 중요하다. 산정방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원주민의 개념을 토지등소유자로 할 것인지, 세입자를 포함한 지역주민을 전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이 공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주민 전체를 원주민으로 보고 재정착률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를 위해서는 지금의 부동산가격 상승에 편승한 사업진행 방식들을 재고하고, 사업초기 사업타당성 분석 등을 통해 토지등소유자들의 개별 분담금에 대해 정확히 제시하고, 무리한 사업추진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임대주택 비율 및 매입가격의 현실화, 기존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 우선권을 주는 방안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3.거주권보다 재산권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업방식’은 결국 사업주체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이 부동산가격 상승에 기댄 개발논리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무분별하게 진행되면서, 도시기능 회복과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오로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다.
 
결국 오래 동안 함께 살아 온 마을공동체가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갈기갈기 찢겨지고, 투기꾼과 개발업자가 득실거리는 전쟁터로 변했다. 그리고 거주권이 아닌 재산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 되면서 발생한 사업주체간 갈등이 지역·계층·세대 간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엄청난 정치·경제·사회적인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4.사회·문화적 접근의 부재’는 도시재정비사업이 가지고 있는 근본문제이자, 재개발·재건축을 넘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야 하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우리가 반드시 보존해야 할 사회·문화적 가치, 사회적 커뮤니티를 통한 새로운 공간모델의 창조 등 가장 중요하지만 개발논리에 묻혀 그동안 배제됐던 것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 뉴타운사업 명과 암
 
뉴타운사업(재정비촉진사업)은 원래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강남·북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입한 생활권 대상의 광역·종합적인 도시정비기법으로 협의의 도시재생개념을 도입·적용한 것이었다. 당시 은평뉴타운의 성공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뉴타운바람이 불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당 텃밭에서 소위 ‘타운돌이’라 불리는 여당의 초선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달리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 개별지구가 아닌 광역단위의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 개별 사업지구별로 재개발·재건축 형태로 진행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광역단위로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재정비지구지정 요건을 약화시켰고, 도시재정비가 시급하지도 않은 지역들이 개발논리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무분별하게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뉴타운문제는 단순히 뉴타운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한국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의 총체적 문제가 집약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이제 한국도 개발논리에 기댄 도시재정비가 아닌, 사회·경제·문화를 포괄한 ‘한국형 도시재생’의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A href="mailto:높다.@rknews.co.kr">높다.</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