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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공간·가치’ 도시재생의 다양한 논의: 2011.11.07 07:07 입력 | 2012.02.02 01:59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도시재생은 다수의 합의과정을 거쳐 거시적 안목으로 풍요로운 도시환경을 만들어 가는 사회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는 자가 없어야 하고, 그 속에는 인간의 삶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이 담겨진 도시의 건축을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주민의 참여과정 역시 관이 주도하는 형식이 아닌 민간 스스로의 참여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을 도시의 물리적인 환경개선이라든지, 토목사업 위주의 인프라 건설이나 자본형성을 위한 부동산사업 정도로 인식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 도시재생을 단순한 물리적 환경의 개선사업 정도로 볼 때 그 속에는 인간과 삶의 철학이 결여되게 된다. 인간은 없고 오로지 건물만이 남게 된다. 전면철거 후 건축의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 버린다. 인간의 삶이 어우러지고 갖가지 문화와 이야기가 어우러진 공간이 창출되지 못한다.
 
이 외에 한국형 도시재생의 개념 정립에 있어 시간·공간·가치 등 논의돼야 할 많은 주제들이 있다. 사업주체에 따라서는 사업진행의 속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고, 공간과 가치에 대한 접근방식 역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도시재생과 사업진행 속도
도시재생에서 시간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도시재생 자체가 사업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진행 속도는 주체 간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재생의 핵심주체가 내부의 소유자들이냐, 아니면 외부의 개발업자들이냐에 따라 사업진행속도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자본의 이해에 얽매인 외부 개발업자의 개입은 시간이 결국 각종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빠른 사업진행 속도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주체가 내부 조합원일 경우에는 굳이 사업을 무리하게 빨리 진행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업진행속도가 더디어지게 된다.
 
도시재생사업의 진행속도는 사업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과 타협, 조정과 중재의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업진행속도가 절대적인 가치로 작용하는 이해당사자(업체)가 있고, 그냥 하나의 절차적인 과정으로만 작용하는 이해당사자(소유자)가 있다. 개발업자의 경우에는 시간이 곧 돈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시간이 길면 그만큼 갈등과 반목이 줄어들게 되므로 사업진행속도가 사회적인 가치로서 작용한다.
 
그렇다면, 외부의 개발업자와 내부의 조합원은 사업진행속도를 두고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는 개발업자와 조합원이 사업진행속도를 두고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비구역의 지정과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전에 지역 커뮤니티를 통한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이 없이, 정비업체 등 개발업자의 개입에 따라 사업절차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도시재생 사례에서 보듯이, 사업 시작 전 충분한 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들이 사업추진에 대한 이해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의견이 충분하게 수렴된 가운데 사업을 추진하면, 개발업자와 지역주민 간 사업진행속도에 대한 충돌은 최소화 될 것이다.
 

■ 물리적 재생 아닌 가치재생을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생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추구해 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금까지 도시재정비사업은 ‘전면철거 후 건축’의 형태로 주로 물리적인 재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댄 개발논리에 의해 사업이 진행돼 오다보니 개발주체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제는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의 물리적인 개발만으로는 도시기능 회복이나 주거환경개선을 할 수가 없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조합원들은 새 아파트에 물리적인 공간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지기를 원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단순히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사회·역사·문화 등 도시공동체의 새로운 가치가 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사회·문화·역사·환경 등 다양한 가치들을 어떻게 새로 짓는 물리적 공간 속에 담을 것인지,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또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보존해야 할 것, 새롭게 창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 도시재생을 위한 다양한 논의
도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이것을 담는 물리적인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를 움직이는 주체는 인간이다. 또한 도시는 늘 변화한다. 이때 어떠한 사회적인 가치가 도시의 변화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양상은 달라진다. 물리적인 재개발을 통한 물질적인 가치냐, 아니면 도시재생을 통한 공존의 가치냐는 결국 사회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변화는 대체로 자본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역시 자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개발사업자의 참여와, 공공성을 확립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가 ‘한국형 도시재생 모델’의 주요 과제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에 엮여 있는 인간의 삶과 연관된 모든 문제를 법과 제도, 자본에 의해 풀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익과 공공성의 가치는 항상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충돌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항상 자본의 논리(개발업자의 논리)에 따라 타협되고 조정되게 된다.
 
결국 도시재생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가치는, 외부(시공사·정비업체 등 개발업자)의 압력에 대한, 내부(조합원)의 저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합원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공정한 거래의 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