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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휴먼타운 실효성 논란에 주민들 뿔났다: 당국의 안일한 상황 인식ㆍ태도에 ‘전향’ 촉구; 2011.07.06 10:31 입력 | 2011.07.06 15:26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상황 개선 안 될 경우 반발ㆍ사업 포기 늘 듯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본지는 지난 호(40호ㆍ2011년 6월 22일자 15면 참조)에서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휴먼타운 사업과 관련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효성 논란과 그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 등에 대해 다뤘다. 하지만 주민을 비롯해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 모색과 더불어 보다 강도 높게 서울시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질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휴먼타운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관계 당국이 한 발짝 비켜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포구 연남동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최근 들어 서울시가 추진 중인 휴먼타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가 늘고 있어 불안하다”면서 “문제는 사업 초기라는 이유로 평가ㆍ비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관계 당국 입장과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휴먼타운에 대해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묻자 서울시는 ‘문제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울시 주택본부 담당자는 “사업 초기인 데다 이제 막 본격화를 시도 중인 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왈가왈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일각에서 갖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시(市)는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가 ‘법부터 만들어 놓고 추진하는 사업은 없다’고 밝힌 부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휴먼타운 사업이 처음 도입한 제도라 이에 대한 법제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정비사업 등에 적용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든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등도 마찬가지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는데 이러한 안일한 인식 때문에 제도 시행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법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래전부터 그러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인식은 구시대적”이라며 “비합리적인 관행을 이유로 들기 전에 실제 지역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과 그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경청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재개발 등 각종 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 제정 전부터 시행돼 오다가 법 제정을 계기로 좀 더 체계화한 전례는 차치하더라도 도시정비법과 도촉법 등의 사례를 휴먼타운 사업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재개발ㆍ재건축 등은 도시정비법 시행 훨씬 전부터 이미 시행돼 왔던 개발 방식인 데다 시행착오 등을 겪으며 이해관계인 등이 경험칙을 쌓은 뒤라 법제 마련이 늦어졌어도 이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휴먼타운은 이제까지의 정비사업 방식과 그 궤를 달리 하는 신(新)개념의 개발 방식인 만큼 그와 관련해 업계에서 쌓은 제반 지식이나 노하우가 부족하고 이를 전담할 인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라 관련 법제 없이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실험적이며 무모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본부 담당자는 “휴먼타운은 ‘개발’ 사업이 아니다”라며 “작년에 8곳, 올해 2곳 등 10곳을 지정했거나 지정 예정인 단계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돼 오고 있는데 정책을 흠집 내려는 듯한 일각의 주장에 다소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일축했다.
 

◆주민, “市의 말로만 ‘중점 과제’ 사업 의지 깎아”=서울시가 최근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내 휴먼타운을 1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겉으로는 중점 과제처럼 홍보하면서도 실제로 이에 대한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이 미미한 것은 당국의 ‘표리부동’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거다 뭐다 해서 국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각종 이슈에 묻혀 휴먼타운을 본격 추진하는 데 필요한 법제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이맘때부터 관련 법제 마련을 공공연하게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그러한 공약(公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휴먼타운이 과연 서울시의 역점 사업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서울시가 휴먼타운 사업에 배정한 예산 규모만 보더라도 쉽게 수긍이 간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市政) 1순위라 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 사업’만 하더라도 지난 2008년에 시작된 이후 올해 4월 완공, 오는 9월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으며 투입된 예산만 1000억 원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시가 자치구별로 4개씩 총 100곳의 휴먼타운을 조성하겠다며 책정한 예산이 현재까지 불과 150억 원가량이고 이마저도 여러 사업장에 분배해야 해 한마디로 조그만 빵 하나 앞에서 굶주린 사람 여럿이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담은 법제 마련은 그 시기가 요원하고 그나마 책정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공무원은 ‘문제없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으니 주민들로서도 휴먼타운 사업을 서두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에 박차를 가할 만한 인센티브가 충분치 않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의 또 다른 축인 관(官)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느긋한 태도가 되레 주민들의 사업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휴먼타운 적용 대상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가는데 이러한 주민들의 속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야 할 공무원들이 너무 안일하다”며 “관계 당국과 담당 공무원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으로 휴먼타운 사업 추진에 좀 더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당국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市, “재원 충분, 모자라면 추경” 업계, “첫 단추 잘 꿰라”=설령 민원과 업계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휴먼타운 사업을 시행한다고 해도 당장 걸리는 문제가 바로 예산이다.
 
서울시는 아직까지 사업 초기라 투입되는 비용이 미미한 수준이고 장기 프로젝트이니 만큼 필요한 예산 확보는 물론이거니와 경우에 따라 추경예산까지도 편성할 수 있어 예산 확보와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서울시 주택본부 담당자는 “(휴먼타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휴먼타운만 하더라도 올해 예산이 150억 원가량 확보된 상태라 초기 사업을 지원하는 데에는 문제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휴먼타운은 물론이고 공공관리제도 등도 모두 서울시 재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면서 “만약 재원이 모자랄 경우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먼타운의 경우 아직 사업 초기인 데다 실제로 투입되는 비용이 거의 없어 책정된 예산을 통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휴먼타운 사업이 서울시 말대로 장기 프로젝트라고 할지라도 일단은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 초기부터 제때에 적절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100곳을 조성한다고 했으나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로 사업 기간을 한정하더라도 앞으로 32곳이 더 지정돼야 한다”면서 “이미 지정된 8곳이 지정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향후 추가 지정되는 곳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주택본부 담당자는 “휴먼타운 사업은 주민이 주체가 돼 자신이 살던 집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의 사업인 만큼 한꺼번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예산 문제 등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게다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예산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게 외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