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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자도 주거이전비 받을 수 있다?!: 부산지법, “공익사업법 준용해 지급하라”; 2011.07.06 10:44 입력 | 2011.07.06 15:26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조합원 지위 잃은 후 세입자면 수령 가능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이던 자가 분양신청 기간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를 잃은 뒤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현금청산 했더라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에 준용해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행정 제1부(재판장 고규정)는 지난달 2일 주거이전비 등에 관한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B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B조합)은 원고 박 모 씨에게 1064만4619원 및 이에 대한 2011년 3월 31일~2011년 6월 2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다.
 
B조합은 지난 2005년 12월 30일 부산광역시 A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06년 7월 7일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원고 박 씨는 사업시행인가일 당시 이 사건 재개발 사업에 편입된 주거용 건물인 A동 소재 112㎡ 및 단층 주택 55.69㎡(감정평가서에는 48.40㎡로 기재돼 있음, 이하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소유자로서, B조합의 조합원이었다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6조 규정에 의한 분양신청 기간(2006.11. 1~2006.11.30)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했다. 이 사건 건물은 도시정비법 제47조 규정에 따라 2007년 2월 27일 B조합에 매도됐다.
 
이에 박 씨는 “B재개발 사업에 편입된 주거용 건물의 소유자이므로 조합은 (내게) 공익사업법 제78조 제1항 및 제5항, 동법 시행규칙 제53조, 제54조 제1항, 제55조 등에 의해 이주정착금 1000만 원, 주거이전비 541만5380원, 이사비 63만2378원 등 총 1604만775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조합은 “박 씨처럼 조합원이었다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자가 수용 절차가 아닌 협의에 의해 청산되는 경우에는 공익사업법 등에 따른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단에 앞서 관계 법령에 규정된 내용들을 살펴봤다.
 
먼저 도시정비법 제38조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공익사업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ㆍ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40조 제1항은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해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익사업법 제78조 제1ㆍ5항, 동법 시행규칙(2007. 4.12 건설교통부령 제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제54조 제1항, 제55조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주거용 건축물을 제공함에 따라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에 대해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소유하고 있던 건물이 도시정비법에 의해 수용된 것이 아니라 현금청산으로 매수된 경우 공익사업법을 준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현금청산을 한 박 씨는 공익사업법상 주거이전비 등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에 비춰 볼 때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에 의해 건물을 매도한 박 씨도 공익사업법을 준용해 주거이전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는 ▲도시정비법상 재개발 사업과 공익사업법상 공익사업의 유사성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도시정비법과 공익사업법상 소유권 취득에 관한 구조의 유사성 ▲이주정착금 등의 지급 취지에 비춰 공익사업법상 협의 취득과 유사한 제도인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에 의해 건물을 매도한 경우 등이 열거됐다.
 

◆공익사업법 준용이 가능한 이유는?=이번 판결의 핵심은 현금청산자를 공익사업법에 준용해 주거이전비 등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이 어떤 근거로 공익사업법에 준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먼저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과 재산권의 적정한 보호를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된 공익사업법의 취지를 언급하며, 그 적용 대상이 되는 공익사업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임대ㆍ양도 목적으로 시행하는 주택의 건설 또는 택지에 관한 사업’ 등을 명시했다.
 
아울러 도시정비법에 의해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에도 공권력에 의해 일정 구역 내 토지ㆍ건축물을 정비하는 도시계획사업의 일종이라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도시정비법상의 재개발 사업은 공익사업법상의 공익사업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또 앞서 언급한 도시정비법 제38조를 근거로 도시정비법상 재개발 사업의 소유권 취득 구조는 비록 현금청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용으로 나아간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선(先) 협의, 후(後) 수용’의 구조를 가지는 공익사업법상의 구조와 동일하다고 봤다.
 
공익사업법이 협의 취득과 수용을 구별하지 않고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건축물에 거주하는 소유자에게 이주정착금을,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에게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활 근거지를 떠나게 된 이주자들로 하여금 수용이 없던 것과 같은 상태로 생활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취지에 비춰 볼 때, 공권력에 의한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생활 근거지를 떠나게 된 건축물 소유자가 공익사업법상 협의 취득과 유사한 현금청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도시정비법에 따라 수용된 건축물 소유자 또는 공익사업법상 건축물 소유자와 달리 취급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금청산자 이주대책 관련 최초 판결에 ‘의의’
사업비 증가, 관련 소송ㆍ민원 급증은 ‘우려’

 
이번 부산지법의 판결은 ‘현금청산자를 이주대책 대상자에 포함시켜 공익사업법에 따른 이주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놓고 벌어진 업계의 논란과 관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보상 범위의 적정성 문제와 현금청산 증가로 인한 조합의 경제적 부담 증가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그 평가가 법률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고 현금청산을 받은 소유자의 경우에도 이주대책 대상자에 포함돼 공익사업법에 따른 이주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벌어진 업계의 논란과 관련한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금청산자가 많은 재개발 조합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사업비의 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미 현금청산을 완료한 소유자들의 소송과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법률사무소 정비의 윤영현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자에게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조합원 스스로 이를 거부하고 현금청산을 받는 것이므로 공익사업법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어 “다시 말해, 공익사업법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현금청산을 받는 것이지만 도시정비법은 본인의 의사에 의해 현금청산을 받는 것이고, 이는 이주대책의 일환인 아파트 분양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 만큼 역시 이주대책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이주정착금 등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자에 대한 보상 범위를 밝혀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그 보상 범위와 관련한 적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가람법률사무소의 전영상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나름의 의의가 있지만 그 보상 범위와 관련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며 “청산 금액 또는 수용 금액이 적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그것이 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조합이 이를 문제 삼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더욱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현금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번 판결이 현금청산자의 속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개발 사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사업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