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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꿀단지’서 ‘애물단지’로 추락: PF에 발목 잡힌 은행ㆍ건설사 ‘백기’; 2011.03.30 17:17 입력 | 2011.03.30 18:06 수정

서울시장ㆍ경기도지사도 ‘KO’ 조짐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선거 때마다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봤던 정치인들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뉴타운을 방치한 채 ‘출구전략’에 혈안이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도 뉴타운 사업장 가운데 사업을 포기하는 곳(군포 금정지구ㆍ평택 안정지구ㆍ안양 만안지구)이 속출하고 있다. 또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 및 경기 북부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몸이 단 것은 이들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회의원들. 하지만 뿔이 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마저 늑장ㆍ졸속 대응이란 비난을 받고 있어 한마디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여기에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 ‘설상가상’인 처지에 놓이게 됐다. 돌파구를 찾는 일이 어렵게 되자 경기도지사에 이어 서울시장마저 뉴타운 포기 또는 방향 수정을 시사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어 서울마저 포기?=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뉴타운 지정에 따라 건축허가가 제한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났다”면서 “장기간 건축허가가 제한된 뉴타운 존치지역에서는 다수의 주민들이 원할 경우 건축허가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뉴타운이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다”며 “이미 지정된 구역의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추가 지정은 없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으로, 취임 이후 서울에서 뉴타운이 추가 지정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지정된 뉴타운 지구 역시 개발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며 “이 같은 서울시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월 서울시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건축허가 제한 장기화로 인한 주민 불편과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고자 주민 의견을 수렴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부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서울시가 뉴타운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최근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의한 개발 청사진과 ‘휴먼타운’의 중점 추진 등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기존 뉴타운 정책과는 다른 방향의 개발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더욱이 이날 오 시장의 발언이 이달 초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뉴타운 전면 재검토’ 언급 이후 나온 터라 이러한 의혹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경기도 제2청사에서 진행된 의정부 뉴타운 반대 주민들과의 면담에서 “뉴타운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시작할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 주민 피해를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년 전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나빠졌고, 저출산 등으로 전망도 어둡다”고 설명했다.
 

◆민심도 걱정이지만 돈 없어 못한다?=뉴타운 사업의 양대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사업 재검토 의사를 밝힌 데에는 ‘민심 추스르기’ 차원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조달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 실질적인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시ㆍ도가 앞장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자금 조달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사, 은행 등의 상황도 예전 같지 않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6.67%로 치솟았다.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 은행권 동반 부실 논란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는 PF에 추가로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은행은 사실상 없다.
 
대출을 받는 건설사들의 처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계의 ‘큰손’인 도급순위 10위권 업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이 2조 원을 넘는 곳만 ▲대우건설(3조8628억 원) ▲GS건설(3조1495억 원) ▲대림산업(2조2820억 원) ▲롯데건설(2조1636억 원) ▲SK건설(2조7066억 원) 등 5개사에 달한다.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PF 대출 잔액이 1조 원을 넘는 건설사도 5곳이나 된다. ▲한화건설(2조1398억 원) ▲금호산업(2조1657억 원) ▲두산중공업(2조1440억 원) ▲쌍용건설(1조5555억 원) ▲한라건설(1조4683억 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급순위 1위 업체인 현대건설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되면서 당분간 저돌적인 행보가 어렵다는 점도 악재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2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미 올해 1분기에만 4000억 원(부천 심곡3Bㆍ수원 권선113-6 등)에 가까운 재개발 수주 실적을 올려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기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졸속 대응 비난…돌파구가 없다?!=이처럼 뉴타운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나마 내놓은 대책마저 늑장ㆍ졸속이란 비난을 받고 있어 관계 당국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의 보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등 여야 의원 42명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임대주택 건립 의무 비율 완화 ▲사업 지연 시 재정비촉진구역의 존치지역화(化)를 주요 골자로 한다.
 
신설된 도촉법 제13조 제4항은 ‘재정비촉진계획으로 결정된 재정비촉진구역의 경우 재정비촉진계획의 결정ㆍ고시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관계 법률에 의한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존치지역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업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3년’이란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법 시행 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등은 제4항에 의하여 존치지역으로 변경된 경우 투입된 비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정비촉진특별회계 등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한 대목(제13조 제5항)도 논란의 대상이다.
 
재개발 등으로 실제 이익을 보는 계층은 한정돼 있는데 이들이 사업을 벌이다가 사업이 지연돼 입은 손실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박기춘 의원 등이 발의한 도촉법 개정안도 추가되는 비용의 조달이 쉽지 않아 법안 통과가 불확실하다. 도촉법 제29조는 (뉴타운) 기반시설의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의 지원 한도 하한선을 10%에서 3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599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의 임대주택 건립 의무 비율 한도를 현행 ‘50% 이상 75% 이하’에서 ‘30% 이상 75% 이하’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31조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 B씨는 “부동산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임대주택 건립 비율을 완화한다고 해서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쟁점은 현재 지지부진한 사업의 포기 또는 속행 여부인데 포기 시 그동안 투입ㆍ발생한 비용의 처리, 속행 시 구체적인 추진 동력ㆍ재원 확보 등의 문제가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