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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규제 정책실효성 있긴 있나?…점검필요: 2011.04.04 11:37 입력 | 2011.04.06 21:03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지난 3월 22일 정부는 2010년 8월 29일 부동산시장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완화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부활한다고 발표했다. DTI 규제를 부활하고 보완책으로 부동산 거래 시 취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한다는 내용이었다.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DTI 규제를 부활한 것은 가계부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어서 가계부채 부실화가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DTI 규제로 인한 시장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거래활성화를 위한 취득세감면 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런 가운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가계부채 문제를 현실화할 수 있으므로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1일 한국경제연구원 이소영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현황 및 추이와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부채 보유가구의 총자산 대비 부채규모로 본 최종적인 부채상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전제한 뒤 “유사시에 부채보유가구가 부동산 처분을 통한 부채조정 및 부채상환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DTI규제가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느냐 문제를 놓고도 시장에서 갑론을박의 논쟁이 뜨겁다. 우선 DTI규제가 가계대출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의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확연히 엇갈린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DTI규제완화가 이뤄지기 전인 2010년 7월에 비해 완화가 이뤄진 후에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DTI규제부활의 의미와 한계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규제 오히려 가계부채 족쇄 될 수도
 

지난 3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 현황 및 추이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DTI 규제는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감소시켜 부동산 처분을 통한 부채상환가능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가구의 가계부채 문제를 현실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예금은행들의 금리인상 여부에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금리인상은 장기적으로 가계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되나, 일부 부채보유가구의 가계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부채조정제도나 파산제도와 같은 제도적 대비를 통해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보고서의 내용과는 별개로 논란의 핵심은, 현재 한국부동산시장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DTI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는 주장이 확연히 엇갈린다.
 
지난해 8.29 대책으로 DTI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의 배경을 살펴보면, DTI 완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의 이번 정책 발표에 대해 금융업계는 DTI 완화기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DTI 규제기간인 2009년 말~2010년 8월 말보다 오히려 줄었다며 이번 조치가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제고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DTI 최고한도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낮춘 저금리의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은행관계자들은 “대출상담 시 고객들은 DTI 한도액보다는 향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나 주택시장 전망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개인대출 전체 추이를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더불어 기타 대출도 비슷한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3.22조치에 따른 DTI 규제 부활의 실효성도 거시경제 및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추이 등을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 일각에서는 DTI 규제를 부활한다고 해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DTI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다소 둔화시켜 주택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DTI 한도액의 영향보다는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심리적 압박요인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DTI규제를 부활할 것이 아니라 민간은행들이 다양한 대출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조성이나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규제부활 불구 가계부채 우려감 ‘증폭’ 
 

정부는 4월 1일부터 DTI 규제가 부활되면 가계부채 규모나 질적인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DTI규제 부활에도 불구하고 가계 발 부채대란에 대한 우려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DTI규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연간 소득의 40~60%로 대출금액이 제한되고, 고정금리나 거치 기간 없이 바로 원금을 갚는 방식을 선택하면 최대 15%포인트 한도 내에서 DTI 비율을 상향 조정해준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대출자가 집을 사기 위해 20년 만기, 연 6% 금리로 일반 대출을 받는다면 2억9000만 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금과 이자를 바로 갚아나갈 경우 대출가능액이 6000만 원 더 늘어나고, 고정금리까지 선택하면 3000만원이 더 늘어나 3억8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에 대한 우대조치로 실수요자에 대한 여력 확대, 그리고 현행 변동금리 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탄력적인 DTI 규제로 1000조 원에 육박한 가계 부채의 규모도 줄이고 가계 부채의 질적인 구조까지 개선하기 위해서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이런 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동금리부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고정금리부대출에 비해 낮기 때문에 과거 대출상품을 갈아타거나 고정금리부대출을 신청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로 이자를 챙기려는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9%, 비거치식 분할상환의 비중은 20%에 그쳤다. 오히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는 등 가계 발 부채대란의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는 관련부처와 시중은행 등이 참여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가계부채 규모 및 증가속도 관리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제고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강화 ▲취약계층 금융지원방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 ‘DTI 상품’ 차별화로 승부
 

3.22조치에 따른 정부의 DTI규제부활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속시원하게 해소시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긍정적인 대응조치가 나와 화제다. 일부 은행들은 이달부터 최대 15%포인트까지 추가 대출이 가능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건에 맞춰 차별화된 주택대출상품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경우 가장 공격적으로 DTI 한도를 추가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고정금리 ▲비거치원금상환 ▲원리금 분할상환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상품을 내놓았다. 국민·우리은행 등도 ▲비거치원금상환 ▲원리금 분할상환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상품을 출시했다.
 
우선 지난 4일 출시된 신한은행의 ‘지금 利대로∼신한 금리안전모기지론’은 만기 또는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장기 대출이다. 기본형은 만기에 따라 연 5.0∼5.8%의 금리가 적용되고 혼합형은 고정금리 기간에는 기본형의 금리가 적용된다.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경우 기본금리에서 연 0.1%포인트의 감면금리가 적용돼 최저 연 4.9%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분할상환할 경우 DTI 한도를 15%포인트까지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거치식과 비거치식 대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4월 중 추이를 봐 가면서 DTI 규제 완화조건에 맞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비거치식과 분할상환을 선택하는 고객에 대해선 우대금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DTI 규제 완화 조건을 대출상품 내부규정에 반영, 변동금리 대출 상품이라면 비거치식과 분할상환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와 대출한도를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몇몇 은행들 외에 다른 은행들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 아직까지 장기고정금리상품 개발과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은행의 금리리스크가 어느정도 일 것인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출도 늘지 않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상품을 서둘러 출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