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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대여 혼동’ “이런 정비업체 조심하세요”: 2011.02.03 20:00 입력 | 2011.02.06 12:58 수정

손동후 기자 sondh@rknews.co.kr

자신이 돕던 준비위원장 사기로 고소
결국 법원이 무죄 판결 ‘어이가 없어’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도입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가 오히려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떤 정비업체의 경우 자신이 도왔던 대표격의 주민을 사기로 고소해 그 주민이 무죄 판결을 받는 등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재 추진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장위13구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S업체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 장위13구역에서 이용섭 조합설립추진준비위원장(이하 위원장)을 지원하던 S정비업체는 이 위원장을 사기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난달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S업체는 공소장에서 “2007년 7월경 이 위원장이 성북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S업체가 장위13구역의 정비업체로 선정되도록 돕기로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S업체는 이어 이 위원장이 추진위원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 사무실 임차보증금 2000만 원을 비롯해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매월 5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일용 직원들을 고용해 토지등소유자 2700명을 상대로 이 위원장을 홍보하고 동의서를 받는 작업을 진행했다. 
 
반면 2008년 2월 중순경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하자 이용섭 위원장은 부위원장 김 모씨와 총무 엄 모씨에게 J를 정비업체로 선정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 다른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2008년 3월 18일 경 김 부위원장과 엄 총무는 다른 준비위원회 김 감사 및 차 총무와 이용섭을 위원장으로 하고 J업체를 정비업체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통합 협의를 했다.
 
이에 대해 S업체는 이용섭 위원장이 자신들을 속이고 500만 원을 송금받고 일용 직원 약 34명을 동원해 주민동의서를 받는 등 1억1130만원 상당의 용역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실 관계는 어떠한가 = 법원은 S업체의 주장에 대해 이용섭 위원장이 사기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이용섭 위원장이 2008년 3월경 신 모씨의 준비위원회와 J업체를 정비업체로 선정하는 내용의 통합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S업체에게 정비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이고 금전과 용역을 받았는지의 여부이다.
 
또 두 준비위원회 사이의 최종 통합합의(2008년 4월 30일자)가 같은해 3월 18일자 통합합의를 기초로 이뤄진 것임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의 기초로 피고인을 비롯해 장위13구역 김 모 부위원장, 엄 모 총무 등 관계자 10명과 통합 합의서, 행정업무대행 협약서, 통합합의서 등을 꼽았다.
 
S업체가 초안한 2007년 7월 26일자 행정업무대행 협약서에는 추진위원회 승인 후 공개경쟁입찰에 의한 정비업체 선정 시까지 S업체가 이용섭 준비위원회에게 월 500만 원을 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어 이용섭 준비위원회는 S정비업체 선정 후 이자를 더해 이 돈을 변제하기로 하되 추진위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S업체는 사업비나 각종 용역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2008년 3월 18일 경 이용섭 준비위원회 임원회의에서 통합합의서를 내놓자 임원들이 항의했고 이에 이용섭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과 엄 총무가 독자적으로 작성해 자신도 2시간 전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통합합의서가 무효라고 선언하는 한편 김 부위원장과 엄 총무를 사퇴하도록 했다.
 
S업체도 2008년 3월 20일 경 통합합의서 작성 사실을 듣고 이용섭 위원장에게 항의했는데 이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과 엄 총무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다른 정비업체와 손잡고 일하지 않는다”며 S업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용섭 위원장은 2008년 3월 미아동 빅토리아 호텔에서 J업체 대표와 신 모씨 준비위원회 관계자인 김 모씨와 차 모씨 등을 만나 통합합의서는 본인과 다른 임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무효라고 했다. 
 
즉 S업체를 배신할 마음이 없고 본인은 신 모씨 준비위원회와 통합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J업체는 송 모씨가 위원장인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용섭 준비위원회의 임원회의 이후 일부 임원들이 또다른 이 모씨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이용섭 위원장은 S업체와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어 그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서명할 수 없다고 통합을 거절했다. 
 
이 와중에 S업체는 이용섭 위원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008년 3월 18일 이후 징구한 주민동의서 94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용섭 준비위원회 임원들과 별도로 회동해 피고인과 갈등을 빚었고 같은해 4월경 황 모씨 등 준비위원회 임원 일부가 이탈해 구성한 새 준비위원회와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이에 이용섭 위원장은 신 모씨 준비위원회 측과 협의해 2008년 4월 30일 통합 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은 본인이, 정비업체는 통합 준비위원회 임원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통합에 합의했다. 
 

◆ 법원 “사기죄 아니다” =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 관계를 들어 이용섭 위원장이 김 모 부위원장, 엄 모 총무에게 J업체를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신 모씨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
 
또 2008년 3월 18일 통합합의서 작성 이후 이용섭 위원장이 신 모씨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S업체와 협력 관계 하에 다른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이용섭 준비위원회의 임원들 사이, 이용섭 위원장과 S업체 사이에 통합방법 및 정비업체 선정에 관한 의견충돌이 생기고 갈등관계가 형성됐다. 
 
결국 같은 해 4월 30일 경 이용섭 준비위원회 일부 임원은 새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S업체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이용섭 위원장은 신 모씨 준비위원회와 통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김 모 부위원장, 엄 모 총무가 2008년 3월 18일자 통합합의가 이용섭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도 정비업체 선정에 관해서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 ▲이용섭 위원장이 교부받은 500만 원은 행정업무대행 협약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S업체가 주민동의서 징구 등 용역을 제공한 것이 반드시 이용섭 위원장이 S업체를 정비업체로 선정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재판부는 이용섭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용섭 위원장이 2008년 3월 18일 통합합의에 의해 이미 정비업체를 J업체로 선정하기로 하고도 S업체가 정비업체로 선정되도록 속이고 S업체가 이에 속아 금전과 용역을 교부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손동후 기자 <A href="mailto:sondh@rknews.co.kr">sondh@rknews.co.kr</A>
 
 

정비업체 ‘옥석’가리기 필요 
현장 잡음, 일부 정비업체가 조장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align=left src="/PEG/12969646753599.jpg">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재개발·재건축 업계에서 장위13구역 뿐 아니라 모든 현장에서 정비업체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비업체와 손을 잡고 일할 경우 장위13구역과 같이 사업이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법적으로 정비업체는 정비기본계획이 알려지면 가장 먼저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며 “업체와 협약을 맺은 주민이 추진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투입된 비용을 회수 못하는 일은 허다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비업체 대표는 “업체가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서 소송을 제기하면 이와 관련된 소송이 없는 현장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일부 정비업체가 현장에서 분란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주민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처음 하다 보니 어떤 업체가 전문성이 있고 신뢰받는 업체인지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를 잘못 선정할 경우 오히려 주민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어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