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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대책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전세난 해소코자 정비사업 억제책 포함; 2011.02.07 14:42 입력 | 2011.02.08 16: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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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관계 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 중인 장관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전세난이 새해에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껏 ‘큰 문제가 아니다’란 입장을 나타냈던 정부도 서민들의 아우성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는지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물가안정대책회의, 당정 협의, 제78차 국민경제대책회의 등을 거쳐 지난달 13일 서민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 실효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에는 정비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어 눈길이 간다. 특히 시·도지사에게 사업을 늦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구상이 자칫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져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무분별하게 개발이 진행돼 이주 시기가 집중될 경우 해당 지역은 물론 그 주변 지역에까지 전세난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요가 높은 서울 지역에서 실질적인 공급 방안이 재개발·재건축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되레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1·13대책 무슨 내용 담고 있나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번 대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은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공공 부문에서 올해 소형·임대주택 13만 가구를 입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소형 공공 분양·임대주택 9만7000가구를 올해 안에 입주토록 하고 공기 단축 등을 통해 입주 시기를 더 앞당기기로 했다. 지난해 소형 공공 분양 및 임대 물량이 5만6000가구였으니 70%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 2009년 12월 완공됐지만 빈집 상태로 남아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순환용 주택 1300가구를 2월 중 국민임대주택으로 분양하고 다가구 매입·전세 임대주택은 입주자 선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2만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2554가구도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세 자금도 지난해보다 1조1000억 원 증가한 최대 6조8000억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 도시형 생활주택과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민간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1조 원에 달하는 건설 자금을 2%의 낮은 금리에 특별 지원하고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감세 방안도 상반기 중 내놓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화 방편으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낸 것은 그동안 별도의 전세난 해소 대책이 필요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대책을 내놓은 지 2주가량 지났지만 서울을 비롯한 경기 지역에서 전세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인 부동산1번지가 1월 22일부터 28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경기 지역의 전세금은 이 기간 모두 상승했다.
 
서울은 재건축 단지가 많아 저가 매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강동구(0.59%)를 필두로 0.29% 올랐다. 경기 지역에서도 최근 서울시 공공관리제도 전면 시행으로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상승했다. 과천(0.74%), 의정부(0.58%), 의왕(0.55%), 군포(0.53%) 등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초기 판단 착오와 그에 따른 늑장 대응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임대시장 흔든다? 사실은···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임대시장(전·월세)을 흔들 최대 악대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꼽는 이들이 많다. 현행 사업 방식으로는 해당 구역 내 기존 주택을 전면 철거할 수밖에 없는 데다 그로 인해 상당수 원주민들이 이주해야 하므로 임대 수요 급증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관리처분 단계에 돌입해 조만간 이주가 예상되는 구역이 총 128곳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서울 89곳 ▲경기 22곳 ▲인천 17곳 등이다. 이 중 지난해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올해 관리처분인가가 예상되는 구역만 해도 ▲서울 67곳 ▲경기 12곳 ▲인천 4곳 등 총 83곳에 이른다.
 
이주 예정 세대수는 3만 가구가 넘는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발생한 이주 수요가 1만5000가구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 2배에 달하는 세대수가 이주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 벽두에도 전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도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임대 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보다는 재개발 지역에서의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재건축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나은 임차인이라는 측면에서 재개발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지역에서의 전세난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분은 전국적으로 총 102개 단지 2만6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이 중 재개발은 전년 대비 1079가구 증가한 1만4172가구(54개 단지), 재건축은 외려 전년보다 5603가구가 감소한 1만1907가구(48개 단지)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도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서울 지역에 재개발·재건축 물량(각각 6797가구·3338가구)이 집중됐다. 대표적인 구역으로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지구와 양천구 신정뉴타운 지구, 강서구 화곡3주구(재건축),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지구, 금호14·18·19구역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에서 이주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이 일대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재건축, 특히 강남권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인근 지역의 전세 물량이 벌써부터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1번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만 하더라도 청실아파트 1·2차가 이주 대기 단지다. 이곳은 기존 세대수가 1378가구에 달하고 주민들이 타 지역에 대한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일대 전세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논현동 경복아파트(308가구)도 오는 8월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등지에서도 이주 물량이 여럿 대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반포동 한신1차(790가구), 잠원동 대림(637가구), 반포한양(372가구) 3곳만 합쳐도 이주 세대수가 1800가구에 달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잠재적인 이주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를 비롯해 강남구 개포지구(2만8704가구)와 강동구 고덕지구 등에서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래서 내놓은 게 사업 시기 조정안?

 
상황이 이러하자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사업 추진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시·도지사에게 사업 시기를 늦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계 법령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국토부 방침을 놓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책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터무니없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령 개정과 조례 공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당장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더욱이 주무 부처인 국토부 역시 조례 제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설령 조례가 제정된다고 해도 이번 대책이 외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진척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공공관리제도 시행 영향과 경기 침체 여파로 정비사업 진행이 더뎠고 사업 인허가가 원활하지 못해 대기 중인 사업장이 많아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1·13대책으로 개별 사업 시기까지 조정된다면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 불만이 커질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 수요 분산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제도가 전면 시행돼 시장 축소 및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진행 중인 사업의 추진 속도를 조정하게 되면 향후 2~3년간 주택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논리였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현재 공공사업도 지연된 곳이 많은데 도심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다 보면 내ㆍ후년 입주 물량 확보가 어렵게 된다”며 “집값은 안정기조로 가는데 매수 수요는 없고 전세 수요만 급증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여 전세난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