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감정평가란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단”

“감정평가란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단”: /인터뷰/ 김정선 감정평가사(제일감정평가법인); 2010.05.11 15:56 입력 | 2010.05.11 18:06 수정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의 후덕한 인상.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탓인지 그러한 인상이 더욱 푸근해 보이기까지 했다. 단순히 인상만 가지고 속단할 순 없었지만 그가 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는지 대충이나마 짐작이 갔다.
 
국내 최고의 감정평가법인 중 하나인 (주)제일감정평가법인의 이사인 김정선 감정평가사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막상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니 외려 인터뷰를 마치고 여담을 나눈 뒤에는 그러한 소문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김 평가사로부터 업계 현안과 평가사로서 그가 가진 생각들을 들어 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감정평가업계 최대 현안은?
 
정비사업의 현안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얘기지만 공정가치평가를 함에 있어 회계사와 상충되는 부분을 들고 싶다. 각 직업마다 고유한 업무 영역이 있는데 감정평가 부분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있는 평가사가 아닌 회계사들이 시장을 침해하는 일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탁상 평가를 이뤄지게 되면 가치 산정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필요할 듯하다.
 
 

●…지난 3월 행정법원이 “재개발 구역 내에서 영업시설에 대한 보상액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었다. 다만 개별 사업장마다 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지 여부는 따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이 판결을 계기로 세입자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용 가능하도록 관계 법제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ㆍ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서 감정평가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재개발 사업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보상 기준은 ‘3개월’이다. 반면 도시정비법에서는 ‘4개월’로 규정돼 있다.
 
개인적으로 세입자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제는 세입자가 아닌 ‘소유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갖가지 부담금을 소유자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 이익이 발생하니까 세입자 문제를 책임져라’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재건축’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향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감정평가업체 선정 시 지방자치단체의 특혜 시비(특히 순번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인데.
 
수많은 감정평가법인 중에는 재직 평가사 수, 자본금 등의 규모라든지 역사와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 등에서 우수한 업체가 있고 그에 비해 열등한 업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평가사가 100명인 회사와 1~2명인 회사를 동일한 기준으로 대우한다면 외려 그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다.
 
 

●…최근 국ㆍ공유지 사용료 부과를 놓고 법원과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민간 시행자가 기반시설 조성 부담을 대신 떠안는 기부채납의 경우 국가가 현금이 아닌 토지로 보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보상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현금으로 보상하는 게 맞다. 대법원 판례도 이와 동일한 맥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례로 최근 불거졌던 반포 주공2단지와 서초구청 간 갈등에서 구청 측이 변상금 부과를 철회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이론과 현장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낄 때가 있을 듯하다.
 
역시 세입자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감정평가금액이 투기 가격에 근접하게 나오게 되면 현금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조합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외려 개발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큰 이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단 개발이 진행됐다면 조합원들, 소유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이 시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계 법제를 이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단 한 번 법을 (제대로) 만들면 1000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한다.
 
 

●…김 평가사에게 감정평가란 무엇이고 평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감정평가란 사회적 갈등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평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려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철한 직업윤리와 사명감도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해당 사업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최근 들어 감정평가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평가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한 공정성과 객관성과 같은 덕목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다. 관계 법제는 자고 일어나면 바뀔 정도로 자주 개정된다. 감정평가는 모든 것이 수치, 특히 ‘금액’으로 표시되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돼선 안 된다. 인간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전문가로서) 법을 ‘몰라서’ 일을 그르친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법의 흐름을 연구해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 (주)제일감정평가법인은...
지난 1973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37주년을 맞이한 제일감정평가법인은 5월 현재 14개 사무소(본사 포함)에 180여 명의 평가사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나라감정평가법인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했으나 그밖에 역사ㆍ자본금ㆍ재직 평가사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업계를 선도하는 감정평가법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