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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이 제 사무실입니다” - 법무법인 시티 윤영현 변호사: 2009.12.02 10:25 입력 | 2009.12.02 22:17 수정

/인터뷰/ 윤영현 변호사(법무법인 시티)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이 제 사무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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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현 변호사
 
“재개발ㆍ재건축 분야에 발을 내딛은 지 6년가량 됐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거니와 그동안 쌓은 경험 역시 많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현장’이다”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무법인 시티의 윤영현 변호사가 한 말이다. 윤 변호사의 마지막 말은 인터뷰 내내 ‘현장’을 강조하던 그의 모습과 겹치면서 정비사업과 관련된 법무를 담당하는 위치에서 현장과의 접촉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 그가 정비사업 분야에 몸담게 된 계기, 그동안의 이력과 소회, 업계 현안에 대해 법률가로서 갖고 있는 지론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 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수많은 정비사업 현장을 누비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재개발ㆍ재건축 분야를 개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과 관련된 법무를 맡게 된지 어언 6년입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꺼지지 않는 테마(Thema)’가 있는데. 하나는 ‘노무’, 둘째는 ‘세무’, 마지막이 바로 ‘부동산’이죠. 특히 ‘부동산’은 향후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세부 요인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 이상은 전도유망한 분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개발ㆍ재건축의 경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서는 대단위 규모의 주택 추가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사업 전망 역시 부동산 시장 중에서도 밝을 뿐만 아니라 직업적인 특성상 수익 창출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메리트(merit)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게 됐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그러한 관심 속에는 토지등소유자의 재산 증식 등 (그들의) 재테크에 (법률적으로) 일조하고자 하는 바람도 섞여 있었습니다.
(변호사) 1년차 때 잠실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사건을 맡았습니다. 그때 사건을 풀어 나감에 있어 검토해야 할 자료가 굉장히 많았죠. 게다가 내용 역시 대부분 생소한지라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관련 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꿰뚫어야 정비사업과 관련된 법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수월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관계 법령집을 들고 다니면서 외우는 등 수개월간 마치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처럼 공부했습니다. 아마 그때 쌓아 놓았던 지식을 놓치기 싫었던 점도 제가 이 분야에 몸을 담겠다고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지난 6년간 맡았던 업무 가운데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2가지 정도 기억이 나는데, 먼저 세입자 주거이전비 지급과 관련해 세입자에게 불리했던 조항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던 게 떠오릅니다. 아쉽게도 고법(고등법원)에서 깨지는 바람에 그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는 종전자산 감정평가(이하 감평)와 관련된 것입니다. ‘종전자산’이란 주택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현황 그대로의 토지ㆍ건물을 말합니다. 이 종전자산에 대한 감평액은 해당 사업 구역 내 조합원들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평가이며, 청산금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에 얽힌 분쟁 또한 많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사업에 편입되는 개별 토지의 위치, 도로 접근성 등에 따라 가치 차이가 큰 (재개발) 사업의 경우, 종전자산의 감평액은 조합원의 이해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므로 매우 민감한 사업 절차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규상 개별 조합원의 ‘종전자산가액’은 분양권 배분의 기준이 되는 ‘권리가액(종전자산 평가가액 - 공제 대상가액)’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종전자산가액과 권리가액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실무적인 처리기준을 별도로 결정하기도 합니다.
권리가액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권리가액이 높게 나와야 조합원의 부담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정비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이 권리가액인 셈이죠. 권리가액은 개별 건물ㆍ토지 지분 평가액에다 ‘비례율’을 곱해 구합니다. 비례율은 수익률 계산의 기준으로, ‘개발이익률’이라고도 불리며, 이는 총 수익(분양수입-사업비용)을 종전자산(건물과 토지) 총액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금액이 ‘부담금’인 것은 아실 겁니다. 결국 비례율이 높으면 권리가액도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부담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조합원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종전자산에 대한 감평 결과는 재개발 사업에 있어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필수 절차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종전자산 감평액이 (해당 지역 주민의) 기대치보다 적게 나오면서 그에 따른 불만이 터질 때 발생하죠.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이를 뒤집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종전자산 감평액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기존 감평액에 대한 위법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이의를 인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승소가 불확실했던 한 정비사업장에서 이를 극복, 해당 조합원들에게 수억 원의 이득을 주었던 점이 나름대로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앞서 세입자 문제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세입자 문제는 정비사업에 있어서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매김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을 비롯한 국가의 방치로 인해 갈수록 꼬여 가는 게 현실이죠. 통상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 세입자 아무개는 집에서 나간다’는 식으로 약정을 합니다. 대부분의 임대차계약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게 현실임을 감안하면, ‘계약’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계약상의 합의가 온데간데없고, 주거이전비 등을 놓고 분쟁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정비사업이 공익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철저한 ‘민영 사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집주인’이 ‘자기 돈’을 들여 ‘자기 집’을 헌 뒤 ‘새집’을 짓겠다는 게 바로 정비사업 아닙니까? 그런데 계약대로만 이행하면 분쟁의 소지가 없는 문제를 가지고 국가가 수수방관한 채 조합(원)에게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니까 문제가 커지는 것이죠. 세입자 문제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지, 지금의 방식대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난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볼 때 세입자 문제에 있어 더 큰 문제는 바로 위장 세입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뤘던 몇몇 사업장을 비롯해 대다수 지역에서 위장 세입자로 인해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진행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 피해는 해당 지역의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게 되죠. 이는 마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위장 세입자를 가려내 처벌하는 데에도 국가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위장 세입자가 끝까지 버틸 경우, 인도명령 신청을 통한 강제집행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도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그 기간만큼 사업이 지연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죠. 하지만 사업 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행자(통상 조합)로서는 ‘법’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위장 세입자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결국 이는 양측의 충돌로 인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위장 세입자 문제는 일반적인 세입자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해결이 지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세입자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관계 부처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순환정비방식’에 의한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순환정비방식을 통한 세입자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인식은 저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죠.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굉장히 좋습니다. 재정착률을 높이고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一擧兩得)’을 노린 것으로, 국토해양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아마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합니다.(실제로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국토해양부가 순환용 주택 공급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힘)
물론 정비사업에서 있어 재정착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고민이 묻어난 제도가 바로 ‘순환정비방식’이죠.
하지만 이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방향은 맞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죠. 생각해 보십시오. 재개발을 비롯한 정비사업이 가장 활성화한 곳, 그 필요성이 가장 높은 곳이 어딥니까? 바로 서울 도심 아닙니까? 그런데 서울 도심에 순환용 주택을 마련할 만한 땅이 있습니까? 설령 마련한다고 해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고, 섣부른 분양ㆍ임대에 나서게 되면 특혜 시비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대안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순환용 주택 지구를 조성한다고 해도 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곳으로 이주할 것이란 기대는 순진한 발상입니다. 따라서 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꿈꾸는 관계 당국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 가운데 하나인 도시정비법이 누더기 법안이 돼 그 폐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이에 대해 갖고 계신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현행 도시정비법은 수차례 개정되면서 ‘누더기’가 돼 버린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법의 체계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죠.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준거가 되는 법은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입니다. 그런데 이 토지보상법의 전제가 ‘택지개발촉진법’입니다. 하지만 이 법은 강제로 ‘수용’하는 시스템을 골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출자해 사업을 시행하는 구조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도시정비법과는 근본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관계입니다. 흐름이 달라 양립할 수 없는 법을 하나의 틀로 묶어 놓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 아닙니까.
더욱이 현재 이에 대한 법조계 차원에서의 개정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도시정비법 곳곳에 구명이 뚫려 있지만, 특히 추진위(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회계 규정 등에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추진위 단계에서 관련 법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문제’라는 인식은 오랫동안 이야깃거리였습니다. 그러한 인식 덕분에 어느 정도 제도 개선에 진전이 있던 것 또한 사실이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상존합니다. 현재 추진위 단계에서의 문제는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설립 승인도 받지 않은 가칭 추진위가 난립하면서, 그러한 추진위들과 연관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여부를 가리기가 곤란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추진위 단계에서 비리 등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추진위원장에게만 공무원에서 의제(擬制ㆍ본질은 같지 않지만 법률에서 다룰 때는 동일한 것으로 처리하여 동일한 효과를 주는 일)해 처리하는 것입니다.
추진위는 조합과 달리 법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 소재를 묻기가 어려운 실정이죠. 게다가 수많은 (가칭) 추진위가 난립하면서 그들이 각각 징구했던 동의서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지를 놓고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현 상황은 ‘답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듭니다. 사안마다 차이는 있으나 ‘가칭 추진위 단계에서의 차입금을 해당 단체가 소멸할 경우, 채권자에게 돌려줘야 하느냐’를 놓고도 시끄러운 게 사실이죠.
현행 법제가 추진위원장만을 공무원에 준해 그가 저지른 범죄를 처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추진위 단계에서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면 추진위원장뿐만 아니라 다른 임원들도 그에 연관됐을 공산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장만 무겁게 처벌하고, 추진위원 등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일종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 서면결의서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해 주셨는데, 이에 대해서는 본보도 여러 차례 비중을 두고 다룬 바 있습니다. 현행 서면결의제도의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서면결의제도는 정비사업에 있어 일종의 ‘필요악’입니다. 하지만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것을 주(主)로 본다면, 이를 남용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주객(主客)이 전도됐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합니다.
관련 법령에 의해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는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의 1/1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하죠. 대부분의 총회가 의결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사실상 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고 이 비율을 상향 조정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서면결의제도의 폐해를 개선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셈이죠.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아!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의원회의에서도 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 등과 비슷한 규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총회에서 처리되는 안건과 마찬가지로 대의원회에 위임돼 처리되는 안건 중 상당수도 사업 진행에 있어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게 많습니다. 따라서 대의원회의에서 서면결의제도가 남용 또는 악용되고 있는 소지를 근절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를 공론화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 조합장 직무대행을 변호사가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 변호사께서도 이를 담당했던 적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도시재생신문에서 조합장 직무대행에 대해 다룬 기사를 보았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직무대행자에게 필요한 미덕은 바로 ‘중용(中庸)’이란 생각이 듭니다.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지나치게 앞으로 가도 안 되고, 팔짱을 낀 채 뒤로 쳐져서도 안 됩니다. 공명심을 앞세워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하며,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뒤에서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직무대행자는 객관성과 공정성 못지않게 이러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자기 자신은 물론 해당 조합, 그리고 사업의 성공적인 청산에 이롭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현재 대다수의 조합장 직무대행 업무를 법원이 선정한 변호사가 맡는 게 관례처럼 돼 버렸습니다. 이는 개선돼야 하죠. 궁극적으로 조합원 가운데 실무에 밝고 책임감이 투철한 자가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근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해 의욕적인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변호사께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서울시는 “현행 방식대로 민간이 시행하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 나감에 있어 갈등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고 각종 비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공공이 추진위 단계까지 개입해 투명한 절차를 통해 협력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사업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권익을 증진하게 될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근본적으로 ‘민영’ 사업입니다. 하지만 공공관리자제도를 통해 관(官)이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사적 자치 및 사유재산 보장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 침해 받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놓고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 큰 문제는 조합 설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공공이 앞장서 정비업체 등을 선정했는데, 조합 설립 이후 이와 연관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해 공공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해당 조합에 물어야 하는 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공공관리자제도는 기본적으로 선거 전략에서 비롯된 제도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해당 정책의 입안자가 차기 선거에서 낙선하게 되면, 이 제도는 추진력을 급속도로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시범사업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전에 제도 자체가 중단될 공산이 커지게 되죠. 그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더욱이 공공관리자제도는 과거에 시행됐던 ‘지정개발제도’와 비슷한 제도입니다. 지정개발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며, 그것의 이름만 살짝 바꾼 게 지금의 공공관리자제도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들만 가지고 봐도 이 제도의 성공과 정착은 요원할 것이라 봅니다.
많은 분들이 업체 선정에 있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그 때문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도의 시행 주체인 관할 구청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죠. 현재 일선 공무원들은 자기 보직에서 1년가량 지나면 다른 보직으로 옮겨야 됩니다. 정비사업은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불과 1년 정도 담당할 업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공부할 공무원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공공관리자제도가 내세우고 있는 효율성ㆍ신속성ㆍ투명성 확보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까지 드러난 공공관리자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먼저 공공관리자인 관할 구청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순환보직’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비사업이 ‘민영’ 사업이라는 기본 전제를 명확히 인식해 공공의 개입 범위에 제한을 둬야 합니다. 가급적 민영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생각이죠. 하지만 제도의 순수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비사업에 임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우선 허상을 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대치를 낮춰야 된다는 말입니다. 과거처럼 재개발ㆍ재건축이 조합원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게다가 용적률이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사업성을 위해 무작정 용적률을 최대치까지 상향해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용적률’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제한을 하는 것임에도 불만이 높다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일부 사업장의 사례를 들어 조합 집행부를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터부시하는 인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을 오르내리는 몇몇 집행부의 비리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죠. 외려 이러한 경향이 오해를 낳고, 그러한 오해가 반대파에게 빌미를 제공해 사업을 지연시키는 등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 현실을 보다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순수성이 떨어지는 쪽은 조합 집행부라기보다는 반대파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에겐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뜻이죠. 전국 곳곳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원들께서도 이 말을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건전한 비판은 사업에 도움이 되지만, 막무가내 식 반대라면 그 피해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죠.
 
 


-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이제 막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들에게 이 분야는 분명 생소할 겁니다. 저 역시 4년 정도 실무를 담당하고 나니까 그제야 뭔가 보이는 듯하니까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을 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관련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숙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그래야 자신을 찾는 의뢰인에게 이를 이해 쉽게 전달할 수 있을 테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의뢰인과 자기 자신에게도 이롭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늘 현장에서, 내가 먼저 찾아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지난 6년을 보냈습니다. 현장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했던 사안들을 통틀어도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금 이 한마디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으니까요.
 

▶He is...
-연세대학교 졸업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제33기 사업연수원 수료 -재개발ㆍ재건축 전문 변호사 - 現 법무법인 시티 근무
 
▶법무법인 시티
2006년 1월 설립돼 현재 서울시 광진구 구의1동 서울동부지방법원 앞 대성빌딩 4~5층을 사무실로 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서현석 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으며, 정비사업, 행정소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