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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희 개포시영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장: 2009.12.23 15:48 입력 | 2009.12.30 15:42 수정

/인터뷰/ 이승희 개포시영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설립 추진위원장
“추진위원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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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개포동 개포시영 단지 내 개포시영 추진위 사무실에 만난 이승희 위원장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장(長)의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위원장으로부터 개포시영 재건축의 현황,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개포시영 재건축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대부분 5층 이하의 저층 아파트로 구성된 개포지구의 경우, 지난 2002년 지구단위계획에서 177%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12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추진위 사무실을 개소한 것이 지난 1996년이니까, 당시만 해도 사업이 시작된 지 8년 가까이 흘렀기 때문에 지친 주민들 사이에서 “그냥 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업을 진행할 경우 조합원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재건축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종 규제 철폐 촉구 및 악법 규탄 대회 등에 참가해 우리 개포시영을 포함한 개포지구의 사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이달 말에 승인될 예정인 지구단위계획도 수차례 수정ㆍ보완한 것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개포시영은 강남구 개포동에 있을 뿐 주거 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각종 규제와 용적률 하향 정책이 맞물려 사업성이 크게 저하돼 재건축은 표류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주민들과 추진위가 하나로 뭉쳐 재건축에 대한 열망을 지속적으로 표출한 결과,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커진 상태입니다.

 
●…지난 1997년 역대 최연소(당시 39세) 조합장에 당선된 이래 10년이 넘도록 대다수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비결은?
허허. 벌써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행정 당국의 지구단위계획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조합설립인가가 늦어져 아직 추진위 단계죠. 하지만 조만간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자신감의 이면에는 바로 개포시영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재건축에 대한 높은 이해도, 사업에 대한 강렬한 의지 등이 맞물려 있죠. 이 일대 1만 3000여 세대의 재건축 연합의 회장으로서 강남 재건축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 중심에 바로 우리 개포시영이 있죠.
특히 우리 개포시영 주민들의 열정은 유별납니다. 지난여름(8월) 이곳 주민들이 직접 동의서를 징구했던 일은 이미 각종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졌죠. 당시 동의서 징구와 관련해 OS업체에 견적을 물었더니, 4개월 동안 약 3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될 것이란 답변을 얻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OS를 동원을 강행할 순 없었죠. 결국 추진위원들과 협의해 위원들과 주민들이 직접 동의서를 걷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추진위원들은 실비만 받고 직접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서를 징구했고, 이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6일부터 시작된 추진위원들의 동의서 징구 작업은 40일 만에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1일 3명의 추진위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일궈낸 성과였죠. 당시 추진위원들에게 실비로 지급된 비용은 1500만 원이었습니다.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아꼈던 셈이죠.
추진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외에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예산 절약은 물론이거니와 추진위원들의 교육, 주민 간 협력 체제 구축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추진위와 주민 간 ‘신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특별히 하시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일정표를 가리키며) 저길 한 번 보십시오. 이달 4일, 11일, 18일. 25일을 (크리스마스니까) 제외하면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을 ‘조합원과의 대화’ 시간으로 정해 10년 가까이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한 주도 거른 적이 없죠. 이를 정례화한 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ㆍ발전시킨 것도 저의 의지와 주민들의 적극성,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소식지를 통해 추진위의 업무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홈페이지에서는 조합원들의 질문에 위원장인 제가 직접 답변을 달며 상세히 설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매주 월요일마다 주민들에게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한 요약ㆍ보고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정보 공유를 통한 투명성 확보는 물론, 추진위와 위원장에 대한 주민 신뢰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요약ㆍ보고에는 다음 주 계획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고, 이를 (조합원)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 간 대화ㆍ만남의 장소로서 ‘열린 사무실’이란 추진위의 기치를 잘 살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정비사업을 이끄는 장(長)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갖고 계신 생각은?
재건축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겪으면서 지지부진(遲遲不進)하느냐와 화합과 상생을 통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느냐로 말이죠. 전자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일이지만, 후자는 굉장히 어렵고 도달하기 힘든 경지의 사업 방향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와 같이 화합을 통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수많은 종류의 악기를 다루는 다양한 사람들을 조율해 하나의 완성도 높은 화음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지휘자의 역할이죠. 정비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조합장ㆍ추진위원장은 해당 사업을 이끄는 장(長)으로서 항상 귀를 열고 있어야 합니다. 1명의 장(長)이 사업장 내 모든 것을 볼 순 없겠죠. 하지만 들을 순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지휘자가 지휘할 때 가끔 눈을 감는 경우는 있지만, 귀는 늘 열려 있죠. 들어야 잘못된 부분 등을 알 수 있고, 알아야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신 주민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안전진단’이라는 산 하나를 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조합 설립에서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착공ㆍ분양 등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과정마다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주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열렬한 지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개포시영의 재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이기 전에 한 사람의 주민으로서 여러분과 더불어 사업의 성공을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훈 기자 <A href="mailto:hjeong25.rn@gmail.com">hjeong25.rn@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