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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흥구 방배3동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2009.12.23 15:50 입력 | 2009.12.30 15:46 수정

/인터뷰/ 성흥구 방배3동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재건축도 봉사 정신 없인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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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자료를 검토 중인 성흥구 위원장.
 
타워팰리스, 도곡 렉슬, 반포 래미안, 삼성 아이파크…….
2000년대 들어 서울시 강남권에 들어선 최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명칭이다. 이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남=잘사는 동네’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하지만 같은 ‘강남’이라고 해도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서초구 방배3동이 바로 그런 곳. 이곳은 가파른 비탈길 때문에 겨울에 눈이 오면 주민들이 제설 작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경사가 급하고 좁은 도로 탓에 화재가 나도 소방차가 진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해 주민 사이에 주차 문제로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1600명에 달하는 전체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무려 1270명이 다세대주택 소유자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 대부분은 노후돼 재건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무지 강남에 이런 곳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은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속해 있어 재건축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런 방배3동의 재건축 사업에 한 가닥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다. 바로 성흥구 방배3동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머니를 털어 가며 이곳의 재건축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10일, 방배동의 집무실에서 성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방배3동의 재건축 추진 역사는 얼마나 됐습니까?
우리 구역은 서초구에 속해 있어 투기지역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방배3동은 우면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달동네’에 가깝죠.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도로 구조에 주택 대부분이 낡아 각종 인재(人災)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노후도 등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재건축 요건을 충족하고 있죠. 실제로 방배3동의 노후도는 지난 200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51.3%에 이르렀고, 15년 이상 된 다가구ㆍ다세대주택도 전체 주택의 1/3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강남3구라는 이유만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있어 주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피폐해졌습니다. 그런 탓에 약 15년 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겨났죠.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3년 전까지 4~5곳의 가칭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난립해 서로 마찰을 빚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는 이를 하나로 통합해 우리 구역의 재건축 사업을 오늘에 이르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 있어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사업시행자로 끌어들여 사업 단계를 대폭 줄이는 등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LH를 시행자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건축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입니다. 재개발도 그러하겠지만 단독주택을 재건축하는 데 있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구역은 주민 대다수가 다세대주택 소유자로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주민 부담 절감이 사업 성공의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하죠. 밤낮없이 고민한 결과, LH를 파트너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분양한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사례가 여기에 더욱 확신을 주었죠. 이곳 주민들은 LH를 시행자로 선택한 결과 조합원 1인당 수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됐습니다. 물론 이곳은 도시환경정비사업, 즉 재개발 사업이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LH가 경기도 성남시 등에서 사업을 시행하면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감안할 때, 방배3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LH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LH와 함께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 주민들의 권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확신에도 변함이 없죠. 그래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고 있습니다.

 
●…LH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LH를 시행자로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은 가칭 추진위가 난립하던 때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생각해낸 대안이죠. LH의 단독 시행이야말로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16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여러 개의 가칭 추진위로 분열된 상황에 3면이 경사인 탓에 구역 분할마저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통합하고 신속히 사업을 진행하려면 LH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만이 입지의 약점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자산을 늘리는 지름길이란 판단이 서자 일이 외려 쉽게 풀릴 것이란 확신이 섰습니다.
그래서 주민 대다수가 다세대ㆍ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외지인이 많아 빠른 사업 속도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他) 사업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가는 것은 주민 여론을 외면하고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제작해 발송하고, 신문 등의 언론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재건축 사업에 올인(all in)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은 지역 주민에 대한 봉사 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처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결심한 게 2가지 있죠. 하나가 ‘회비를 걷지 않겠다’였고, 다른 하나가 ‘대가 없이 내 돈을 쓰겠다’였습니다. 그 결심 덕분에 지난 3~4년간 제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아까 언급했던 소식지 등을 제작ㆍ배포하는 데 드는 비용 등도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제가 국제라이온스협회 회원으로서 지난 30여 년간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죠.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 후 얻게 될 새집이면 충분한 대가 아니겠습니까. 그 외에 욕심 부릴 게 뭐가 있습니까. 제가 대다수 주민들의 중지를 모아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그 사업의 결실이 풍성하게 맺어져 사업에 참여했던 이해관계자와 주민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저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들어갈 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회수할 생각 역시 추후도 없습니다.

 
●…최근 불거진 재개발ㆍ재건축 비리에서 보듯 장(長)의 위치에 있어 검은돈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유혹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이겨내야 합니다. 협력 업체로부터 돈이나 받고 사익을 채우라고 그 많은 주민들이 추천하고 도장을 찍어 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예전에 한 업체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그것은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 사업의 성패가 걸려 있다는 막중한 책임 의식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스스로가 청렴결백해야 주민들에게 떳떳할 수 있고, 그래야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민들이 하는 것이죠. 주민들이 저를 믿고 지지해 주는 데 두려울 게 뭐가 있습니까. 사업이 잘 안될 듯하니까 욕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왜들 이렇게 반대하고 난리야. 이럴 바엔 나라도 챙기자’, ‘내가 위원장 혹은 조합장인데 뭔가 한몫 챙겨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정비사업도 끝입니다. 저는 일찍부터 마음을 비웠습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봉사 정신으로 임하고 있다고. 사업 청산 뒤 받게 될 새집이 저의 유일한 대가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아니 모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죠. 너무 맑은 물엔 물고기가 모이지 않는 법이죠. 하지만 이것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문제입니다. 저는 이 문구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투명한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정도로 달리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는 위원장이란 물이 너무 맑아 ‘나만 옳다’, ‘내 생각과 판단이 곧 법이다’ 등의 사고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같죠. 생각해 보십시오. 위원장이란 사람이 저만 옳다면서 ‘그러니 나를 따르라’라고 하면 무턱대고 따라올 사람이 있겠습니까. 아니죠. 절대 그럴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아닐까 합니다. 여론을 십분 반영해 최대한 옳은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그것이 옳다는 확신이 서면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강인한 의지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 전에 각계각층의 불만과 요구 등을 충분히 듣고, 또 듣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민들의 머릿속에 ‘아! 저 사람은 내 말을 들어주는 구나’라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신뢰감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신속한 사업 추진의 소중한 원동력이 됩니다.

 
●…지난 9월 97%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되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무엇입니까?
2010 기본계획을 수정ㆍ보완해 지난 11월 23일에 접수했습니다. 조만간 이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서울시의 현 정책을 반영한 설계안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재건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가 바로 소형 평형 및 영구 임대주택 등 서울시의 현 정책을 반영한 재건축 설계안입니다. 소형 평형 1500세대, 영구 임대주택 500세대뿐만 아니라 임대 수익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다세대 토지등소유자들을 위해 원룸형 주택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를 믿고 압도적인 표로 화답해 주신 주민들에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97%’라는 숫자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외려 두려움을 갖고 있죠. ‘이렇게 지지를 해 주셨는데 행여나 사업이 잘못되면 어쩌나’란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것의 일환으로 제가 일하는 모습을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업무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좌담회를 열어 ‘스킨십 경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누차 강조한 봉사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죠. 어제(9일)는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등에게 쌀 500포(1포=10kg)를 전달했고, 내일(11일)도 서초구청을 찾아 쌀 400포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재건축 역시 봉사입니다. 이런 저의 신념은 제가 주민 투표를 통해 대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 방배3동 재건축 사업을 상징하는 일종의 ‘모토(motto)’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먼저 ‘막연한 기대감을 버려라’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재건축을 통한 재산 증식을 마치 ‘로또’처럼 여기는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주인 의식입니다. 아직도 상당수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은 가만히 있으면 구청이, 혹은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해 주겠지’라는 헛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죠. 재건축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업의 주체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재산에 걸맞은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관할 구청 공무원들은 우리 구역을 비롯해 구내 낙후된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도 하루빨리 재건축 사업이 완료돼야 그것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반대파들이 자신들의 열세를 만회하고자 구청에 민원을 넣고, 온갖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다니는 행위는 사업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이런 점을 명심하셔서 우리 주민들께서 괜한 일로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뜬소문에 대한 진위 여부를 아시고 싶은 주민들께선 주저 말고 저를 찾아오십시오. 저의 ‘귀’와 추진준비위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정훈 기자 <A href="mailto:hjeong25.rn@gmail.com">hjeong25.rn@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