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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수립 없이 사업비 지출하면 절대 안 돼!”: 2012.08.24 14:51 입력 | 2012.09.03 17:56 수정

송윤창 기자 rknews@daum.net

도시정비법 제85조5호 원칙적으로 사전의결을 의미
사업비 예산수립하지 않은 사업비 지출은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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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총회에서 정비사업비의 구체적인 예산을 수립하지 않고,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결의만으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비를 지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 1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성동구 A재개발조합 조합장 및 총무이사가 예산에 대한 총회의 사전결의 없이 총회대행용역비 등 사업비를 지출한 것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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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도시정비법 제85조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의결을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결(2009도14296)을 전제로 하여,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라 함은 조합의 예산으로 정해진 항목과 범위를 벗어나서 사업비를 지출하거나, 채무를 짐으로써 조합원에게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는 계약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말하는 예산은 조합의 당해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계획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예산수립, 사전결의가 원칙
A조합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시공자선정을 위한 주민총회에서 정비계획용역비, 각종 총회비용, 소송비용, 조합운영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시공자로부터 53억 원을 차용하기로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공자로부터 차입하기로 한 금액을 전제로 하여, 조합창립총회에서는 조합이 추진하는 사업계약 중 1억 원 미만의 계약의 경우는 이사회에 위임하고, 1억 원 이상의 계약의 경우에는 대의원회 및 총회의 추인을 얻도록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기총회에서 예산으로 수립하지 않았더라도 사업비 차용에 대한 결의가 있었으므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0조와 시행령 제31조는 조합의 정관에 ‘조합의 회계에 관한 사항’과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회계 및 계약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예산’은 조합의 정관이 정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합은 인건비, 운영비, 예비비 외에 조합의 정비사업비에 관하여는 한 번도 별도의 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었다”며 “예산의 편성이 없이 그때그때 용역계약이 체결되고, 사업비가 지출되었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회나 이사회의 의결이 ‘예산의 집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서도 당초에 조합원총회에서의 예산편성이 없었으므로, 대의원회의나 이사회 결의로 체결된 모든 용역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법원은 A조합이 체결한 모든 용역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총회의 사전결의가 있어야 하고, 총회의 사전 결의가 없는 ‘정비사업비의 사용’은 대의원회 결의사항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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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차용과 예산수립은 별개
A조합은 시공자선정총회에서 조합은 시공자로부터 53억 원의 금액을 차입하기로 하고, 총회의 결의를 거쳤으므로, 이를 예산의 수립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시공자로부터 차입하기로 결의된 자금을 전제로 한 이사회나 대의원회의 결의에 따른 용역계약의 체결은 도시정비법이나 조합정관이 정한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4조제3항제5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예산에 대한 총회의 사전결의 없이 계약이 체결되고 자금이 집행되면, 원상회복이 어렵고, 법률관계의 혼란과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 한다”며 조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예산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절차가 없이 시공자선정총회에서 결의 받은 사업비 차입은 사업비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자금의 차입에 대해서만 결의한 것으로 예산의 수립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이후 사업비 지출에 대한 사후추인도 없었으므로 조합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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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성에 대한 판단
법원은 A조합의 조합장 및 총무가 사업비 예산을 수립하지 않고,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집행한 행위가 법률에 대한 오인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들이 재개발 조합임원으로서 상당기간동안 사업을 위해 노력한 점, 용역계약의 체결이나 집행이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개인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하여, 각각 70만 원, 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총회의 의결이 원칙적으로 사전의결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혼재된 상황에서 조합이 법률관계를 오인하여 판단했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형법 제16조에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 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는지 여부가 먼저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회의 의결이 원칙적으로 사전의결을 의미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2010년 6월 24일에 나왔고, 당시 재개발 조합임원으로 근무했던 피고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다”고 보고 “구청에 이러한 사항과 관련하여 질의를 하는 등 위법을 회피할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지출한 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