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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 보상기준일은 주민 공람ㆍ공고일”: ‘정비사업 예측 가능한데도 매입=투기’ 판단…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18만여㎡ 개발 ‘탄력’; 2010.11.24 12:07 입력 | 2010.11.24 16:46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정비사업에 따른 토지 등의 수용을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예정지에 포함된 주택을 매입한 뒤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행위는 사실상 투기와 같고 이에 따라 이러한 행위자들에게까지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관계 법령이 정한 이주대책에 따른 보상을 노리고 개발 예정지 내 토지 등을 매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원지방법원 행정 제2부는 지난달 20일 이주대책 부적격 처분 취소에 관한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김 모 씨는 경기도 성남시장을 상대로 성남시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에 대해 처분한 이주대책 부적격 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보상 기준에서 정한 이주대책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주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데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 제78조 제1항과 동법 시행령 제40조 제3항 제2호에서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주거용 건축물을 제공함에 따라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자로서 관계 법령의 고시 등이 있은 날부터 계약 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계속해 거주하고 있지 아니한 건축물의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근거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씨 등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생활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자로서 관계 법령의 고시 등이 있은 날부터 계약 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계속해 거주하는 건축물의 소유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취득한 주택의 전(前) 소유자 역시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부터 계약 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계속해 거주하는 건축물의 소유자라 할 수 없는 데다 원고들이 전 소유자의 각 주택을 취득해 거주했다고 하더라도 각 주택에 대한 전 소유자의 소유 및 거주 사실까지 원고들에게 승계되는 것 아니므로 원고들이 전 소유자로부터 각 주택의 소유권 및 주거를 승계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이주대책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남시장은 지난 2001년 12월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1342번지 일대 18만2918.1㎡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사업시행인가일부터 오는 2012년 9월 30일까지 현지개량방식으로 실시하는 내용의 ‘성남시 도시 재개발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약 4년 뒤인 지난 2006년 3월 성남시장은 이 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해 정비계획안을 공람ㆍ공고했다.
 
이듬해인 2007년 10월에는 이 사건 사업 구역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고시했다. 2년 뒤인 지난해 6월 해당 사업 구역에 편입되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 계획도 공고됐다. 
 
두 달 뒤에는 이주대책 신청 안내 공고가 이뤄졌는데 이 공고에서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2006. 3.20) 이전부터 계약 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이 사건 사업 구역 내에 적법한 주거용 건축물을 소유하고 그 건축물에 계속 거주해야 하며 이 사건 사업으로 그 건축물이 철거되는 자로서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무주택 세대주로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상태)인 자’를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편 위 사업 구역에 속한 주택을 매수해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부터 각 주택에 거주해 왔던 김 씨 등은 성남시장에게 자신들도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성남시장은 지난해 11월 원고들이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 이후에 주택을 취득하고 전입했다는 이유로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김 씨 등이 반발,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선고로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일단락됐다.
 
당초 김 씨 등은 해당 사업 관련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기준일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기준일이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이 아니라 보상 계획 공고일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또한 성남시장이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 이전에 주민들에게 주민 공람ㆍ공고일 이후에 주택을 취득ㆍ거주하고 있는 자들을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하겠다고 사전 통보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 삼았다.
 
아울러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8월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보상 기준을 정한 점 ▲자신들이 이 사건 주민 공람ㆍ공고일 이후에 사업 구역 내 주택을 취득하기는 했으나 그 이전부터 위 주택을 소유ㆍ거주했던 전 소유자의 지위를 승계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자신들을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공익사업법(제78조 제1항)과 그 시행령(제40조 제3항 제2호)의 규정은 이주대책이 이주자들에 대해 종전의 생활 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이른바 생활 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에 의해 마련된 제도라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 등이 오래전 수립된 정비계획이 공람될 때 해당 토지 등이 정비사업 시행 예정지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성남시장의 이 사건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근거로 내세운 것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12.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ㆍ구 도시정비법) 제4조 제1항과 제2항, 동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의 각 규정들이다.
 
이에 따르면 시장ㆍ군수는 정비구역 및 그 면적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정비계획을 수립해 14일 이상 주민에게 공람하되 미리 공람의 요지 및 공람 장소를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보 등에 공고한 후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이하 시ㆍ도지사)에게 정비구역지정을 신청해야 하고 시ㆍ도지사는 소정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
 
원고 등이 자신들이 매입하고자 하는 토지 등에 향후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매입했고, 이는 통상 투기 내지 보상금의 수령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써 이러한 자들에 대해서까지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공익사업법이 정한 이주대책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