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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체결한 유상양도계약도 ‘무효’”: 2011.01.18 10:47 입력 | 2011.01.18 16:41 수정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부산고등법원(이하 부산고법) 민사 제1부는 지난달 22일 매매 대금 반환을 다툰 항소심 선고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정비기반시설’로서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에 무상 양도됐어야 할 토지를 해당 자치구가 유상으로 양도받은 데 대해 해당 조합이 문제 삼자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줘 그들이 낸 대금을 돌려받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재판부는 “사실상 도로법상의 ‘도로’가 정비구역 내 토지로 편입돼 분할ㆍ용도 폐지된 경우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로서 무상 양도 대상”이라며 “이를 위반한 채 사업시행자와 국가ㆍ지자체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 대금 등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 기초 사실 및 당사자 주장 = 원고는 부산광역시 A구 B동 일대 6만6771㎡를 사업 구역으로 하는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B조합)이다. B조합은 지난 2005년 A구청장으로부터 ‘이 사업 구역 내 편입돼 재건축 사업 시행으로 용도 폐지되는 부산시 소유의 도로에 관해서 용도 폐지 후 매수할 것’을 조건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B조합은 이듬해인 2006년 피고인 부산시(장)와 사업 구역에 편입된 토지로서 기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로 사용된 부지 4876㎡를 약 72억 원에 매수키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위 매매 대금을 지급했고 해당 토지는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졌다. 한편 원고는 78억 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도로 2088㎡ 등을 새로이 설치해 피고에게 기부채납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로부터 매수한 토지는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국가 또는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피고는 계약 당시부터 해당 토지가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악의의 수익자로서 위 토지의 매매 대금 및 대금 지급일부터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해 도시계획으로 결정돼 설치된 시설이 아니며 도로법상 노선 인정 등의 도로 개설 절차도 취해지지 않은 도로에 불과하다”며 “도시정비법상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이 아니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재판부가 판단한 사실관계 =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의 판단은 원고의 주장과 맥을 같이했다.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이 사건 토지가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인지부터 따졌다.
 
재판부가 판단한 이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지난 1976년 이 사건 사업 구역을 포함한 이 일대 39만9340㎡를 C아파트지구로 지정하는 도시계획 결정이 고시되고 이어 1977년 부산시 고시로 위 도시계획 결정에 따른 지적승인 고시가 이뤄졌다.
 
▲1984년 당시 건설부 장관은 부산시장이 승인 요청한 C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승인했다.
 
▲승인된 C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이하 C기본계획)에 의하면 이 사건 도로에 대한 개략적인 도면이 나와 있고 도로 용지는 ‘도로 시설’로 건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개발잔여지건축계획의 건축계획도에도 이 사건 도로가 ‘도로’로 표시돼 있다.
 
▲위 C기본계획에 따라 당시 C아파트지구 개발 사업의 시행자이던 D주택은 이 사건 도로를 설치한 뒤 1988년 부산시에 기부채납했다. 해당 도로는 그해 부산시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됐다.
 
▲이 사건 도로는 크게 기존 아파트 단지의 중앙 도로와 그 단지 전체를 둘러싼 외곽 도로로 구분된다. 또한 이 도로는 북쪽에 위치한 A구청 앞 도시계획 시설인 도로와 연결돼 기존 아파트 단지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통행했다.
 
▲게다가 지난 2004년 재건축 사업의 시행을 위한 원고의 지구단위계획 입안 요청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사업 구역 일대를 국토계획법상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때 재건축 사업 시행에 필요한 용적률을 확보하기 위해 이 사건 도로 전부를 용도 폐지한다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승인 고시를 하고 이듬해 C아파트지구를 도시정비법상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구역으로 변경 지정했다.
 
▲이어 2005년 A구청장의 사업시행인가 이후 이 사건 토지(876㎡)가 이 사건 도로(1만9823㎡)에서 분할, 그 무렵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다. 이 사건 토지가 재건축 사업 시행으로 용도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인 ‘도로’라고 돼 있는 원고의 관리처분계획도 인가ㆍ고시됐다.
 

◆ 사실관계에 대한 부산고법의 판단 = 결론부터 말하면 부산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 재건축 사업 시행으로 이 사건 도로 중 사업 구역에 편입된 이 사건 토지가 분할돼 용도 폐지됐으므로 이 사건 토지는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의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ㆍ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결론졌다.
 
아울러 지난 2009년 6월 대법원이 선고한 판례(2006다18174 판결)를 근거로 위 규정을 위반해 사업시행자와 국가ㆍ지자체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한 매매계약이 무효화되는데 전제가 된 것은 이 사건 토지를 ‘정비기반시설’로 본 부산고법 재판부의 판단이다. 부산고법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와 같이 판결했다.
 
▲먼저 이 사건 도로는 관련 규정과 법리, 사실관계 등에 비춰 보면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돼 설치된 국가ㆍ지자체 소유의 기반시설에 해당하므로 도시정비법상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여기에는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의 고시가 있는 경우 그 내용 중 도시계획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을 구 도시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도록 돼 있는 규정이 근거로 자리하고 있다.
 
구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 제22조 제1항, 구 도시재개발법 제5조 제7항 규정 등에 의해 구 주촉법 규정에 의한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의 고시가 있는 경우 그 고시 내용 중 구 도시계획법에서 도시계획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은 구 도시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구 주촉법 등에 의해 지난 1985년 부산시 고시로 이 사건 사업 구역이 포함된 C아파트지구 내에 이 사건 도로가 설치돼 지구 북쪽에 위치한 A구청 앞의 도시계획시설인 도로에 연결됐다.
 
이후 해당 도로는 인근 주민들이 널리 이용해 왔으며 지금도 외곽 도로 부분은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교통 시설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 피고 역시 이 사건 도로를 교통 시설로서의 도로로 관리하는 등 이 사건 도로에 관해서는 구 주촉법 등에 의해 구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하고 국토계획법 부칙은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도시계획법에 의한 도시계획시설은 이 법에 의한 도시계획시설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도로는 도시계획시설이라고 봐야 한다.
 
재판부는 가령 이 사건 도로가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이 아니라고 해도 앞서 본 사실 등에 의해 알 수 있는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도로는 도시정비법상 무상 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못 박았다.
 
▲당시 건설부 장관이 승인한 C기본계획의 계획도에 이 사건 도로에 대한 도면이 나와 있었고 용도규제계획에 도로 용지는 ‘도로 시설’로 건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개발잔여지 건축계획의 건축계획도에도 이 사건 도로가 ‘도로’로 표시돼 있다.
 
▲이 사건 외곽 도로 확장 부분이 A구 고시로 ‘정비기반시설’로 고시됐고 이어 지난 2009년 A구 고시로 정비사업 시행으로 새로이 설치할 정비기반시설인 도로를 무상 귀속한다는 내용이 고시됐다.
 
그런데 이 사건 외곽 도로 확장 부분과 일체를 이루는 기존의 외곽 도로도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게다가 이 사건 외곽 도로 확장 부분의 경우 피고가 도시정비법상의 정비기반시설로 지정ㆍ고시했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원고가 78억 원 상당의 비용을 들인 도시정비법상 정비기반시설인 이 사건 외곽 도로 확장 부분 등을 기부채납 받으면서 C아파트지구 개발 사업의 시행자인 D주택으로부터 C기본계획에 따라 아파트 단지의 외곽 도로 등의 역할을 하도록 설치돼 기부채납 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이 사건 도로를 원고에게 유상 양도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심히 반한다.
 
▲법령 또는 행정처분에 의해 공공용 재산으로 사용키로 결정한 경우 또는 그러한 지정이나 결정이 없더라도 ‘국가가 실제 공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해당한다. 앞선 사실관계 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도로는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의 일종인 공공용 재산으로 유지ㆍ관리돼 왔다.
 
▲도시정비법과 시행령에 정비기반시설로서의 ‘도로’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더라도 정비기반시설의 개념 자체를 ‘국토계획법에 의해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돼 설치된 기반시설’로 한정ㆍ해석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의 입법 취지가 민간 사업시행자에 의해 새로 설치된 정비기반시설이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됨으로써 야기되는 사업시행자의 재산상 손실을 보전해 주고자 하는 데 있다.
 
이 같은 취지에 비춰 보더라도 도시정비법상 정비기반시설을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조서의 작성 등을 모두 구비한 도시계획시설로 한정해 좁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 정비기반시설로서 도로의 경우 도시계획시설조서가 필요하거나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로 개설과 같은 정도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