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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동의서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다": 서울행정법원 조합설립 무효확인 청구 인용 재확인; 2010.07.20 13:32 입력 | 2010.07.20 13:55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이른바 백지동의서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는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무효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5일 선고(2009구합44478)에서 김 모 씨 등이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조합 설립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 A조합의 설립 무효 판결을 내렸다.
 
조합이 추진위원회(추진위) 시절 이른바 ‘백지동의서’를 징구했고 동의자 수 산정에 하자가 있어 피고인 구청장이 처분한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추진위가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제출받을 당시 동의서는 기재 사항들이 누락된 상태였고 이후 추진위가 임의로 공란을 보충한 사실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러한 동의서에 근거한 조합 설립 행위는 무효이며 무효인 조합 설립을 인가한 처분의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A조합은 지난 2005년 12월 서울시 고시 제2005-419호로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이뤄진 동대문구 B동 일대 3만3282㎡의 정비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전신인 추진위는 지난 2006년 2월 동대문구청장으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5월에 조합창립총회를, 7월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했다. 당시 동대문구청장은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383명 중 308명(80.42%)이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고 판단해 그해 10월 24일 인가를 냈고 11월 3일 이를 고시했다.
 
하지만 원고들은 “인가 처분에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당연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확인을 구했다. 그들이 주장한 하자는 조합 설립 동의서 기재 내용 중 제3항이 공란인 상태에서 추진위에 제출됐고 추진위는 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피고에게 제출해 인가 처분을 받은 점이다.
 
당시 제3항에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비용의 개산액 등이 포함됐다. 또한 원고 측은 각 동의서에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고 이러한 동의서에 기초한 처분은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동의율 산정에 있어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첫째, 구역 내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를 제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 61명을 토지등소유자로 인정, 그 중 조합 설립에 동의한 53명을 동의자 수에 포함시켰다.
 
▲둘째, 구 모 씨 등 3명은 형식적으로만 건축물 대장과 무허가건물확인원이 남아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은 1개에 불과함에도 이들을 3명의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로 산정했다.
 
▲셋째, 김 모 씨의 단독 소유인 건물에 대해 또 다른 김 모 씨가 대표조합원으로 제출한 동의서는 무효임에도 위와 같은 동의서에 기초했다.
 
▲넷째, 조합원 번호 135번 등 5명은 동의서가 제출되지도 않았는데 동의자로 산정됐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위 숫자를 토지등소유자 또는 동의자 수에서 제외하면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에 미달돼 인가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판결문에 따르면 A조합은 추진위 시절 위 동의서상의 공란을 임의로 보충한 뒤 새로 출력했고, 공란이던 문서를 새로운 출력물로 교체한 뒤 피고에게 제출했다. 다만 송 모 씨 등 5명의 동의서는 교체되지 않은 채 여전히 공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해당 추진위는 송 모 씨 등 5명의 동의서를 피고에게 제출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피고도 이를 기초로 인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과 그 시행령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동의서에 기재돼야 하는 사업계획의 개요는 적어도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가 해당 사업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여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 “동의서에 기재되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는 건축비용의 개략적인 산정이 가능한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 판단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개산액의 기재는 있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위 사항은 동의서의 본질적인 내용을 구성한다”며 “그 기재 정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않거나 내용이 누락돼 있다면 그 동의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동의 철회하지 않아 공란보충 암묵동의” 주장 일축
한편 A조합이 “동의서를 받을 때 공란이었던 부분 중 ‘신축 건축물의 개요’가 조합창립총회 안내 자료를 통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전달됐고 소유자들이 이를 확인하고도 기존 동의를 철회하지 않았으므로 추진위가 공란을 보충하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5호에 A조합의 주장과 같은 동의의 철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나 창립총회에 참가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인가 신청 시까지 동의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추진위에게 동의서상 누락된 사항을 보충할 권한을 수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 분양신청ㆍ관리처분계획 의결로 하자 추인? 이유 없다!
또한 A조합이 “조합원 93%가 분양신청을 했고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총회 의결을 통해 기존 조합 설립에 관한 의사표시 하자를 추인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자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존재를 전제로 해 그 흠을 치유, 흠이 없는 행정행위로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처분이 무효인 이상 그 후 이뤄진 분양신청이나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총회 의결에 의해 하자가 소급적으로 치유돼 유효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피고 기준 삼아도 하자 중대ㆍ명백…동의율도 미달
마지막으로 조합이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한지 처분의 주체인 피고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유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란이던 부분을 임의로 보충한 것에 대해 그것을 기재한 사람의 필체가 실제 토지등소유자의 필체와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를 기초로 인가 처분을 내린 것은 해당 동의서의 진정 설립 여부를 의심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효력이 없음이 명백한 5명의 동의서를 제외하면 그 동의율이 79.11%(308-5/383)에 불과해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정족수(토지등소유자의 4/5 이상)에 미달된다”면서 “따라서 피고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각 동의서에 그 하자가 존재함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