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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법 소집권자에 의한 총회소집도 부적법하다”: 법원 결정에 고덕주공2단지 시공자선정총회 무산; 2010.07.20 13:33 입력 | 2010.07.20 13:55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21부는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고덕2단지) 조합원 박 모 씨 등이 제기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무자 정 모 씨를 대표자로 한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 대의원들의 총회 소집 요구는 적법한 총회 소집권자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없다”며 “그 소집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총회가 개최돼 결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결의가 위법ㆍ무효에 해당함이 중대ㆍ명백하므로 그러한 총회의 개최 금지를 요구하는 채권자들의 신청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로 예정됐던 이곳의 시공자선정총회는 열리지 못했고 지난 5월 조합 임원해임총회 이후 파행을 거듭하던 이곳 재건축 사업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조합장 변 모 씨가 그달 18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8개 건설사에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부터다.
 
같은 달 20일 조합의 이사 및 감사, 대의원 등이 모여 이 모 씨를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하고 시공자 선정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이 직무대행은 21일 이사회를 소집해 ▲변 조합장이 8개사에 통보한 내용을 무효로 하고 ▲자신을 직무대행자로 선임하며 ▲입찰 마감일을 6월 21일에서 24일로 연기하는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달 23일 개최된 대의원회에서도 이들 안건은 모두 의결됐다.
 
다만 이 직무대행이 “직무대행자가 임시총회를 소집하는 것이 적법한지 의문이므로 총회를 소집할 수 없다”고 하자 대의원 대표 정 모 씨는 같은 달 25일 다음 안건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소집하는 공고를 냈다. 다음 안건에는 ▲제8호 ‘시공자 선정 후 계약 위임의 건’ ▲제9호 ‘시공자 선정의 건’ 등이 포함됐다.
 

◆ 조합이 소집 안했어도 결의 하자 다툴 경우 ‘당사자’
그러자 조합원인 박 씨 등이 이 총회 개최를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조합 측은 “조합은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한 자가 아니므로 조합에 대한 신청은 피신청인 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신청”이라며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합이 이 총회를 소집한 정 모 씨 등과 공동 피신청인이 됨이 상당하다”며 조합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조합이 위 총회를 소집한 자는 아니라고 해도 이 총회가 개최될 경우 그 총회는 조합의 총회가 된다”며 “사후 (총회에서의) 결의의 하자 여부가 문제시되면 그 당사자는 결국 조합이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조합장 유고 아니므로 직무대행자의 소집은 부적법
박 씨 등은 총회가 변 조합장이 소집한 것이 아니고 그 직무대행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된 것도 아니므로 그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 측은 “변 조합장이 총회 소집을 거부하고 잠적했는데 이는 조합장 유고에 해당하고 이에 정관 등에 따라 이 씨를 적법하게 직무대행자로 선임했고 이 직무대행이 대의원들의 소집 요구를 거부해 (부득이하게) 감사인 김 모 씨 등이 총회를 소집한 것이므로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조합장 유고 시라 함은 조합장의 사망 등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 직무를 집행할 수 없는 경우”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조합장 유고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합 측은 또 변 조합장에 대해 “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변 씨가 이를 거부해 감사들이 총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관 등에 따르면 조합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 소집을 하지 않을 경우 감사 및 소집 요구자가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며 “변 씨가 (자신에 대한) 해임 결의가 있었던 상태에서 조합장으로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 소집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해임된 이사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한 것도 ‘잘못’
한편 조합 측이 “이 직무대행이 총회의 소집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감사의 총회 소집은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사 중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도록 한 조합 정관상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 씨를 적법한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합 정관 등에 따라 해임된 임원에게 임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규정의 취지는 임원의 해임 등으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에 임시로 임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예외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그 임원에게 임원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직무대행 역시 지난 5월 임시총회에서 해임됐고 그러한 자가 임시적인 업무 수행 권한을 갖는다고 해서 그가 당연히 조합의 이사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