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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승인 하자 불구 조합설립인가 무효 아냐”: 2010.06.24 14:14 입력 | 2010.06.24 22:08 수정

정비구역지정 전에 구성ㆍ승인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진위 승인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조합설립인가까지 무효로 할 수 있을 만큼 명백한 하자는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행정 제1부는 지난 4월 16일 항소심(2009누6889 조합설립 무효확인) 선고에서 원고(피항소인)의 청구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부산시장은 지난 2005년 부산시 고시로 A구 B동 일대 5만5800㎡를 C재개발 예정구역(이하 C구역)으로 지정했다.
 
C구역 추진위는 예정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387명 중 209명의 동의(54.01%)를 얻어 추진위 승인을 신청했고, 피고인 A구청장은 같은 해 이를 승인했다.
 
약 2년이 지난 2007년, 부산시장은 A구 B동 일대 5만5751㎡를 C구역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했다.
 
추진위는 재개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토지등소유자 390명 중 4명(소재 불명)을 제외한 386명에게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배포, 305명으로부터 동의(79.02%)를 받아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고 같은 해 인가를 받았다.
 
그러자 원고들은 위 조합설립인가 처분에 아래와 같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 주장했다.
 
그들은 “조합이 피고에게 인가 신청을 하면서 31명의 조합원에 대해 추진위 구성을 위한 동의서에 첨부한 인감증명서를 (조합 설립) 동의서에 유용했다”면서 “이러한 동의는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취지에 반해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31명의 동의서를 제외하면 조합의 설립에 대한 동의율이 약 71%에 불과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동의율(토지등소유자 3/4 이상)에 미달하므로 무효”라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이밖에 ▲동의서상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 등의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라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점 ▲정비구역 확정 이후에 추진위 설립이 가능한데 C구역 추진위는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이전에 설립돼 그 승인 무효이고, 이러한 추진위의 신청에 의해 조합이 인가됐으므로 그 처분 역시 무효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먼저 추진위가 피고에게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동의서 중 31장에 첨부된 인감증명서는 추진위 설립 신청일(05.12.21)보다 이전인 지난 2005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발급됐으나 그 동의서에 날인된 인영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은 동일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따라서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충족했다고 할 것이고 가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추진위가 31명의 인감증명서를 유용했다고 하더라도 제출된 동의서만으로는 피고가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또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하고 있는 동의서의 기재 내용이 관계 법령에 비춰 볼 때 조합원이 부담하게 될 비용의 분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비구역지정 전 설립된 추진위’의 효력에 대한 부분은 판결문에 다음과 같이 명시됐다.
 
재판부는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전에 행해진 피고의 C구역 추진위 설립 승인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도 “(비록) 추진위 설립 승인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명백한 것인가에 관해 보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추진위 설립 시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점 
 
▲도시정비법에 광역시장이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시장ㆍ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그 기본계획에 적합한 범위 안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는 점 
 
▲ 기본계획 수립 시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 예정인 구역의 개략적인 범위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부산시장은 지난 2005년 9월, A구 B동 일대 5만5800㎡를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점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만든 추진위 업무처리기준에는 기본계획이 수립돼 있는 경우에는 기본계획에 반영한 후 추진위 승인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는 점 
 
▲구 부산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 조례에는 정비예정구역의 추진위는 구청장에게 정비구역지정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 
 
▲C재개발 예정구역은 5만5800㎡에 조합원 수 387명이고, C재개발 사업 구역은 5만5751㎡에 조합원 수 390명이라 그 범위와 면적 및 조합원 수가 거의 동일한 점 등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추진위의 설립 승인이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없이 행해진 것이라고 해도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피고가 행한 추진위의 설립 승인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진위의 신청에 의해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됐다고 해서 그 하자가 인가 처분을 당연 무효로 만들 정도로 명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위와 같은 판결의 근거로 내세운 점은 다음과 같다.
 
▲설립 승인을 받은 추진위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가 재개발 시행과 관련된 주민 분쟁을 최소화하고 사업 수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이 사건 추진위 외에 사업 구역 내에 다른 추진위나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별도의 단체가 존재하지 않는 점
 
▲인가 처분 후 재개발 사업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더 이상 조합 설립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업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지위에 상당한 변동이 생기게 되는데, 제소기간의 제한 없이 주장할 수 있는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무효 사유는 법적 안정성이나 공익적인 측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