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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결의의 본질적 변경에는 특별결의 필요하다”: 가락시영재건축 사업시행계획 결의 무효; 2010.07.07 12:20 입력 | 2010.07.07 20:29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종전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전체 조합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이므로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지난달 10일 윤 모 씨 등이 제기한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에 관한 소송(2010구합6526)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사업 내용이 최초 재건축 결의에 비해 대폭 변경될 경우 조합원 2/3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피고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의 경우 일반 의결정족수인 1/2 이상의 동의로 결의해 패소했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이 지난 2008년 4월 서울 송파구청장으로부터 인가받아 같은 달 고시된 사업시행계획은 무효”라며 “이 계획은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은 또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가락시영 구분소유자들은 지난 2003년 5월 조합원이 될 자격을 가진 6802명 중 실제 참석하거나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4280명이 모인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총회에서는 재건축 비용의 분담에 관해 ‘건설비는 참여 업체로 선정된 시공사가 우선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재건축 결의를 의결했다(1차 재건축 결의).
 
이후 조합은 5786명의 구분소유자들로부터 1차 재건축 결의에 찬성하는 ‘재건축 결의 및 사업시행 동의서’를 제출받음과 동시에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 상가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요건도 충족해 2003년 6월 송파구청장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 후 일부 조합원이 1차 재건축 결의에 대해 비용 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무효라는 주장을 제기하자 조합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인 재건축 결의안이 담긴 새로운 ‘재건축 결의 동의서’ 양식을 만들어 다시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 2004년 6월 총회를 열고 참석자 4685명(서면결의 3809명 포함) 중 4461명의 찬성으로 새로운 재건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나아가 조합은 그 이외의 조합원들로부터도 재건축 결의 동의서를 추가 징구해 결국 아파트 단지 구분소유자(6924명)의 83.35%에 해당하는 5771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음과 동시에 아파트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 상가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요건을 충족시켰다(2차 재건축 결의).
 
서울시장은 2006년 9월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은 229.99% 이하, 층수 평균 16층 이하, 전체 8106가구 중 전용면적 기준 ▲60㎡ 이하 주택 1622가구(임대 1054가구 포함) ▲60~85㎡ 4252가구(임대 325가구 포함) ▲85㎡ 초과 2232가구 등으로 고시(제2006-315호)했다.
 
이후 가락시영 조합은 2차 재건축 결의와 달리 신축 건물의 설계 개요를 변경, 이에 대한 조합원 동의를 구하고자 총회를 소집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7월 총 조합원 6709명 중 4345명(서면결의 3537명 포함)이 참석한 총회가 열렸고 제2호 안건으로 ‘사업 추진 및 사업시행인가에 관한 건’이 상정됐다. 이 안건은 재적조합원 57.22%(383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조합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8년 4월 송파구청장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같은 해 4월 25일부터 6월 27일까지 분양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서와 분양신청 안내서 등에 제시된 분담금과 2차 재건축 결의에서 제시됐던 분담금 간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도마에 오르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3년여 만에 총 사업비가 1조8000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조합원 개별 분담금 또한 적게는 71%, 많게는 329% 급증했다. 이는 자연스레 조합원들의 반발을 야기했고 조합원 윤 모 씨 등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서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이번에 위 사업시행계획이 무효라는 판결에 따라 이곳 재건축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舊도시정비법 제16조제2항이 정한 정족수 필요
설계변경 ‘경미한 사항’에 포함돼도 소급 안 돼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대로 위 사업시행계획이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하는 지를 집중 심리했다.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가 이뤄진 당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은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주택단지 내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 내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같으며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조합원의 동의 없이 시장ㆍ군수에 신고ㆍ변경할 수 있다.
 
위 결의 요건은 지난 2007년 12월 법 개정 때 주택단지 내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 내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재건축 결의를 포함하는 조합 설립의 동의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의 의결정족수에 의한 찬성 결의가 필요하다”며 “그 후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와 동일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재건축 결의에서 정한 사항의 변경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통상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합리성 있는 범위를 넘는 본질적인 변경의 경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에 따른 찬성 결의가 필요한 재건축 결의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가락시영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중 주택 규모의 변경도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택 규모의 변경은 종전 재건축 결의 중 건축물의 설계 개요를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특별결의가 필요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의 최초 재건축 결의에 비용 분담 내역이 없어 그 결의가 무효라는 주장에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시 이뤄진 2004년 6월 2차 재건축 결의와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는 ▲건축물 높이 ▲평형의 구성 ▲평형별 세대수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면서 “▲세대수 증가에 따른 사업비 증가 ▲대형 평형 축소와 임대아파트 건축에 따른 일반분양분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많게는 300% 넘게 증액됐다”고 명시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돼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에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의 변경’이 포함됐다고 해도 이번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종전 재건축 결의에 의한 건축물의 설계 개요를 변경한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는 그 변경의 정도가 종전 재건축 결의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면서 “이 사건 결의는 시행령 개정 전에 이뤄진 데다 법을 소급해 설계 개요의 변경을 경미한 사항으로 전환, 특별결의가 필요 없게 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 정황과 관계 법령에 따라 재판부는 가락시영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는 종전 재건축 결의와 비교할 때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실질적으로 새로운 재건축 결의와 마찬가지라고 봤다.
 
따라서 이를 단순 신고로써 변경할 수 있는 ‘경미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이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의 변경은 2차 재건축 결의 이후 약 3년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통상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의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종전 재건축 결의 내용과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는 종전 재건축 결의를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구 도시정비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며 “따라서 57.22%의 동의를 얻은 이 사건 결의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고 이러한 하자는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 본질변경 없어도 비용변경 시 2/3이상 동의 필요
재판부는 또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종전 재건축 결의를 본질적 변경이 없어 특별결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 등의 규정을 유추 적용,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는 ▲재건축 조합의 정관은 법인인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 법규인데 이를 위반한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점 ▲구 도시정비법이 ‘조합의 비용 부담 및 조합의 회계, 공사비 등 소요되는 비용, 부담 시기 및 절차 등’은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정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이 제시됐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조합원의 비용 분담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건축 조합 정관의 필요적 기재 사항이자 엄격한 정관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조합의 비용 부담 등이 불가피하게 변경될 수밖에 없는 경우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안건을 총회에 상정ㆍ의결하는 것은 사실상 조합원의 비용 분담 조건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 비록 그것이 정관 변경에 관한 절차가 아니라 해도 특별 다수의 동의 요건을 규정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 등의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가락시영 조합 측은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이후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이 5070명이고 결의 당시 찬성했음에도 분양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조합원이 860명에 이르므로 이를 합하면 총 조합원 6857명 중 5930명(86.48%)이 동의했기 때문에 위 결의의 하자는 치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 결의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그 하자의 치유를 인정할 수 없는 데다 조합이 결의 이후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은 것만으로 조합원들이 종전 재건축 결의를 변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사업시행계획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이로 말미암아 조합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고자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