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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지정ㆍ고시 前 추진위승인 유효: 2010.07.07 12:23 입력 | 2010.07.08 21:24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이전에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 설립을 승인한 것은 법적 하자가 있지만 무효로까지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또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행정부(정용달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정비구역 지정ㆍ고시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위 설립을 승인한 것은 무효라며 정 모 씨(69)가 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0구합100 추진위 설립승인 무효)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없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충족되었다고 추진위 설립을 인정한 것에 법적 하자가 있지만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며 “추진위가 위치ㆍ면적이 특정된 정비예정구역을 기준으로 구성된 후 소유자 동의를 얻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추진위는 2009년 2월부터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후 설립’이라고 규정해 무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2006년 6월 대구 서구 A동 일대 4만9015㎡를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기본계획)을 수립ㆍ고시했다.
 
A동 추진위는 약 2주 뒤 정비예정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322명 중 과반수인 229명(71.11%)의 동의를 얻어 설립 승인을 신청했다. 이에 피고는 같은 해 7월 이를 승인했다.
 
그러자 정 씨는 “도시정비법상 추진위가 구성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라는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전제로 ‘토지등소유자’의 범위가 확정될 필요가 있고 토지등소유자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등에 의한 정비구역의 지정ㆍ고시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 처분에는 그러한 지정ㆍ고시가 없는 상태에서 동의 요건을 인정한 하자가 있고 그 하자는 중대ㆍ명백하므로 무효”라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 가운데 토지등소유자의 범위 확정 필요성과 그를 위한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선행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 등을 참조해 인정했다.
 
그러나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다고 해서 이 사건 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는 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A동 정비예정구역은 기본계획에 의해 그 위치와 면적 등이 특정돼 있고 해당 추진위가 그러한 구역을 기준으로 구성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았다.
 
▲추진위 승인 처분 당시 구 도시정비법에는 추진위 설립 시기를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이후로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었고 지난해 2월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그 시기를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이후’로 제한했다.
 
▲처분 당시 시행되던 ‘추진위 업무처리기준’에는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경우 그 계획에 반영된 후 추진위에 대한 승인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분 당시 시행되던 구 대구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는 ‘주민 제안에 의해 정비구역지정을 입안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 정비구역지정 전에도 정비예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토지등소유자의 개념이 상정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은 ‘광역시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이 그 기본계획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고 기본계획 수립 시 정비구역지정 예정지의 개략적인 범위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과 정비계획상 정비구역이 대체로 일치하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령 추진위 설립 승인 후 정비구역이 당초의 정비예정구역과 다소 차이가 나도록 지정ㆍ고시되는 경우 이로 인해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지위 등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정비구역지정을 거쳐 설립된 추진위 승인 이후 당초의 정비구역이 변경ㆍ고시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기본계획에 의해 고시된 정비예정구역을 기준으로 추진위가 구성된 경우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이전이라고 해도 추진위 설립 승인으로 인해 그 사업에 관한 제반 법률관계가 불명확ㆍ불안정하게 돼 정비사업의 추진이 혼란에 빠진다거나 그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법적 지위가 부당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에 중대ㆍ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전에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인정한 하자는 있으나 그러한 하자가 중대ㆍ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당연 무효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부산고등법원의 항소심 선고(2009누6889 조합설립 무효확인)에 이어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2009구합56655 추진위 승인무효)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