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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사표시 의결기관 결의로 볼 수 없다”: 2010.07.07 12:22 입력 | 2010.07.07 20:25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일부 조합원이 행한 동의의 의사표시는 조합의 의결기관이 한 결의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의사표시에 대해 조합을 상대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도 부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5월 27일 상고심 선고(2008다53430 상가관리처분총회결의무효확인)에서 원심(부산고등법원 2008. 7. 4 선고 2007나17864 판결) 판결 중 이러한 결의의 무효 확인을 청구한 부분을 파기하고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특정 조합원들의 동의의 의사표시를 ‘조합원 총회 결의’라고 명명해 조합을 상대로 이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분쟁 해결을 위해 가장 유효ㆍ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민법상 재건축 조합의 최고 의결기관은 조합원 총회로서 이는 하나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 총회 결의에 의해 전체 조합원의 의사가 결정돼 조합의 대내외적 관계에 있어 여러 법률관계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총회 결의의 효력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그 결의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법률관계에 대해 현재 분쟁이 존재하는 경우 그 결의 자체의 효력을 기판력(旣判力)으로서 확정하는 것이 분쟁의 발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장 유효ㆍ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재건축 조합의 총회 결의에서 신축 건물의 권리 귀속 등과 같은 특정 사항에 대해 조합과 특정 조합원이 협의 내지 약정을 거쳐 대의원회가 이를 인준하는 방식으로 정하도록 해 문제가 발생했다.
 
피고인 재건축 조합은 부산 동래구 A동 아파트 및 상가의 재건축을 목적으로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지난 2001년 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03년 1월에 사업계획도 승인받았다. 
 
조합원 수는 2003년 11월 기준 총 2290여 명이고,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은 각각 2270여 명과 20명이다. 또 다른 피고인 주식회사B(B사)는 위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겸 공동 사업 주체이다.
 
피고 조합의 규약에는 ‘기존 상가 입주자들의 관리처분은 조합과 당사자 간 협의를 기준으로 대의원회의 인준을 얻은 후 공동사업시행자와 협의에 따라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피고 조합의 지난 2003년 11월 관리처분총회 결의는 ‘상가 분양은 상가 조합원에게 우선 대물 보상하며 그 기준은 기존 상가의 입주 층과 사업 승인 시 정한 기준 층의 동일 층에 전체 전용면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또 ‘상가 조합원을 제외한 상가 일반분양에 관한 사항은 시공사가 따로 정해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고들은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전후로 상가 조합원들과 관리처분계획에서 언급한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1차 약정).
 
그러나 1차 약정이 체결된 후 2005년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부 상가 조합원들이 상가 설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피고들은 2006년 2월 상가 구분소유자들에게 분양 면적과 층을 재조정해주는 내용의 약정을 제의했다(2차 약정).
 
이에 상가 조합원 20명 중 16명이 위 제의를 수락했고 조합은 같은 해 4월 대의원회를 개최해 2차 약정을 가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부산 동래구청장은 2차 약정을 토대로 한 피고 조합의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했고, 20명 중 11명은 그해 8월 피고들이 제시한 신축 상가 분할안에 대해 동의하면서 ‘상가 조합원 관리처분총회 결의안 동의자 서명’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했다.
 
결국 원고 K 등 6명은 조합을 상대로 이들이 동의한 안건을 ‘상가 관리처분총회 결의’로 명명해 이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 조합의 상가 조합원 20명 중 11명 이상이 지난 2006년 8월 조합이 제시한 신축 상가 분할안에 동의했다고 해도 이러한 일부 상가 조합원들의 동의의 의사표시를 피고 조합의 의결기관이 한 결의라고 할 수 없다”면서 “위와 같은 일부 상가 조합원들의 동의의 의사표시를 ‘상가 관리처분총회 결의’라고 명명해 조합을 상대로 이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분쟁 해결을 위해 가장 유효ㆍ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특정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반대 당사자의 지위에서 한 동의의 의사표시는 조합의 의결기관이 한 결의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의사표시는 단지 조합과 특정 조합원 사이에서 권리-의무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법률 요건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지난 1991년(90다14058 판결)과 1996년(96다6295 판결)에 “재건축 조합의 재건축 결의는 조합 내부의 의사 결정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주체는 조합”이라며 “따라서 조합을 상대로 재건축 결의의 효력에 관한 확인판결(確認判決)을 받아야만 그 결의로 인한 조합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ㆍ불안을 유효ㆍ적절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대의원회 결의와 상가 조합원들의 신축 상가 분할안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가 조합의 기존 재건축 결의를 위법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위 결의와 의사표시에 대한 무효 확인을 시공사 겸 공동 사업 주체에 대해서도 소구(訴求)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대의원회가 한 결의에 대한 무효 확인을 B사에 소구하는 것은 유효ㆍ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일축했다.
 
조합이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변경함에 있어서 그것이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비춰 해당 결의 시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유추 적용해 조합원 4/5 이상의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합이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신축 상가의 권리 귀속 등에 관한 사항이 아파트 조합원들의 신축 아파트의 권리 귀속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파트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에 의해 그들의 이해와 무관한 신축 상가의 권리 귀속 등에 관한 사항이 결정돼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조합 규약이나 총회에서 위 사항이 아파트 조합원들에게 불이익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조합원이 협의 내지 약정을 통해 대의원회에서 이를 인준하는 방식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된다.
 
게다가 위와 같은 협의 내지 약정을 함에 있어서 상가 조합원들 간에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건축 결의 변경 시의 특별 다수의 정족수를 유추 적용해 상가 조합원 4/5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고 봐야 한다.
 
재판부도 “대의원회는 상가 조합원들의 특별 다수의 동의를 거쳐 성립한 신축 상가의 권리 귀속 등에 관한 협의 내지 약정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것이 아파트 조합원들에게 불이익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심사한 뒤 전체 조합원에게 구속력이 미치도록 조합 규약에 정해진 대의원회의 통상 의결정족수로 인준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원심은 “2차 약정은 지난 2003년 11월 관리처분총회에서 가결된 관리처분계획과 이를 구체화한 1차 약정에서 정한 신축 상가의 구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전적으로 상가 조합원들에게 분양되는 상가의 면적ㆍ층ㆍ분양 순위 등을 정하는 것이므로 조합의 대의원회는 조합 규약과 총회 결의에 따라 상가 조합원 4/5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다음 대의원회의 일반 의결정족수로 이를 인준하는 결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원심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조합 대의원회의 권한과 의결정족수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급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항은 특별 정족수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당사자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의원에게 의결을 위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서 법조계는 아파트와 상가가 같이 재건축될 때 양측의 이해관계가 분명히 상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용어 정리
ㆍ기판력=확정된 재판의 판단 내용이 소송 당사자 및 같은 사항을 다루는 다른 법원을 구속, 그 판단 내용에 어긋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하는 소송법적인 효력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