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법원 “벌금형 받았더라도 ‘도시정비법’ 위반 아니면 ‘임원해임, 직무정지’사유 되지 않는다”

법원 “벌금형 받았더라도 ‘도시정비법’ 위반 아니면 ‘임원해임, 직무정지’사유 되지 않는다”: 2010.04.27 11:19 입력 | 2012.01.20 02:39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추진위원회(조합)의 임원이 업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그 임원은 당연 퇴임해야 할까. 아니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위반여부에 따라서만 퇴임여부가 결정될까.
 
서울 개포동의 S재건축사업장에서 해당 추진위원회 감사인 원고 S씨가 업무수행 중 자신과 관련된 명예회손 죄로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추진위원장에 대해 “당연퇴임에 해당한다”며 위원장 L씨를 상대로 업무정지가처분 및 직무대행자선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51민사부(합의재판부)는 지난 4월 12일 “도시정비법 위반사항으로 인한 벌금형이 아니므로 업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이와 유사한 소송에 휘말린 전국의 많은 조합, 추진위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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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내용인가?
 
해당 사업장은 지난 1997년 7월 舊주택건설촉진법상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03년 5월 같은 법에 근거 재건축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다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도시정비법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종전의 조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서울 강남구청장으로부터 같은 해 12월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로 승인 받았다.
 
사업을 추진하던 중 지난 2007년 1월 해당 추진위원회의 위원장 L씨는 추진위 감사 S씨가 “임원, 대의원 등을 선동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추진위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해 재건축사업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S씨의 감사 해임의 건’등을 안건으로 한 대의원회(추진위원회)의 소집공고를 냈다.
하지만 S씨가 이에 반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09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L씨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L씨가 이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상고했으나 올해 2월 11일 대법원도 같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S씨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임원의 자격이 없다’는 도시정비법 제23조1항5호를 근거로 L씨의 위원장 직무는 당연퇴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씨의 ‘위원장 직무정지와 직무대행자 선임’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S씨의 주장이 도시정비법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으로 보고,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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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당연퇴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09년 2월 6일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신설된 제23조제1항5호의 조항을 법 시행일인 8월 13일 이전으로 소급적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조합임원의 결격사유 및 해임 사항을 지적한 해당 조항은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해당 결격사유와 관련해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일인 2009년 2월 6일 이후 최초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임원 및 위원 선임 분부터 적용하게 되어 있어 적용범위를 소급․확대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L씨의 경우 개정 도시정비법 시행일보다 훨씬 이전인 1997년 7월에 위원장으로 선임되었고, 추진위원의 임기 등에 관해 최초로 규정을 둔 해당 추진위원회의 업무규정이 시행된 2008년 9월 역시 법 시행일 이전이므로, 더더욱 이 법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추진위원회의 업무규정에도 임원이 업무수행 중 개정 도정법 이외의 법률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당연퇴임 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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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무집행정지 허용 안 돼!
 
“위원장이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 또는 정관위배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해임할 수도 없다”는 법원의 판단도 주목 대상이다.
 
법원은 S씨가 “지난 2008년 11월 판결에 의해 감사의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L씨 등이 S씨의 감사로서의 지위를 부정하고 업무를 방해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부당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기한 L씨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와 직무대행자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는 볍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기할 수 있다”며 “위원장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 및 정관위배행위 등을 한다는 이유로 그 해임을 구하는 소는 형성의 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위원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약해 보면, S씨의 위원장 L씨에 대한 ‘해임을 전제로 한 직무집행정지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어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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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업장…그동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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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당 재건축추진위원회 위원장 L씨는 제41차 대의원회의 개최 통보를 하면서, 당시 감사직을 맡고 있던 S씨의 ‘직무해임의 건’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면서 회의 개최 통보 공문에 ‘S감사가 대의원 및 조합원들에게 심야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추진위업무와 관련한 거짓 선동 및 유언비어를 일삼아 구성원간 갈등을 조장하고, 협력사나 관청 등에 불합리한 업무지시와 민원을 전달해 사업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것이 우려돼 해임요청에 관한 건을 상정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해 발송했다.
 
S씨는 이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히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추진위 임원들이 이사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배우자로 하여금 대리출석하게 하는 것은 현행 법률에 어긋나므로 임원들이 직접 출석하도록 종용했고, 추진위원회가 정비업체로부터 사무실 내의 비품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경우 향후 조합에 더 큰 손해를 끼칠 수 있으니 이를 거절하자고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또 “정비업체 직원의 추진위사무실 상근은 사업계획표에 명시된 사항이어서 요구했고, 감독관청인 강남구청에 업무집행과 관련한 적절한 감독권한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한 행위 등은 감사의 직분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법원은 “S씨의 감사로서의 직무수행은 정당했고, L씨가 대의원들에게 S씨가 감사로서 매우 부적격자인 것처럼 선입견을 갖도록 유도해 해임하고자 한 것은 적법하지 않았다”며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L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 상고를 했으나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 판결해 S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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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법률에 의한 벌금형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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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법률에 근거한 벌금형에까지 임원자격 결격사유를 적용하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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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문에서 재판부는 ‘업무추진과정에서의 위법사항과 관련한 벌금형일지라도 도시정비법 이외의 법률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임원자격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정 도시정비법이 제23조제1항5호의 결격사유를 신설한 이유는 조합 및 추진위원회의 임원들이 법 규정을 위반해 업무를 수행하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경우까지도 임원의 결격사유로 추가해 임원들로 하여금 법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법 제23조제1항3호와 4호에서는 임원이 금고이상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임원자격의 결격사유로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같은 항 5호에서는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은 경우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경우로만 결격사유를 한정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조항이 임원의 결격사유로서, 금고이상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의 경우 다른 법률에 의한 경우까지 망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형의 경우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경우로 결격사유를 한정한 것’에 주목하면서 “도시정비법의 벌칙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미한 행위까지 임원자격의 결격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23조제1항5호가 “법 제84조의2, 제84조의3, 제85조 또는 제86조의 벌칙규정에 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미할 뿐, 임원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형법을 포함한 다른 법률규정의 벌칙규정에 해당하여 선고받은 벌금형까지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 말미에서 재판부는 “기간을 소급적용해 설사 제23조제1항5호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형법에 따라 선고받은 벌금형은 위원장직무에 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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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도시정비법 및 개정법, 추진위 운영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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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도시정비법 제23조(조합임원의 결격사유 및 해임)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다.
1. 미성년자,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2.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종료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② 조합임원이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게 되거나 선임 당시 그에 해당하는 자이었음이 판명된 때에는 당연 퇴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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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도시정비법 제23조(2009.2.6 개정)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다.
1. 미성년자,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2.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종료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5.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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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재건축사업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16조
(위원의 결격사유 및 자격상실 등)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위원이 될 수 없다.
1. 미성년자․금치산자․한정치산 자
2.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종료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5. 법 또는 관련 법률에 의한 징계에 의하여 면직의 처분을 받은 날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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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은 민간’ ‘결격사유는 공무원’
“지나치게 가혹하다” 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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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도시정비법 개정 당시부터 1선 조합 및 추진위원회들은 법 제23조1항5호와 관련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반발해 왔다. 
 
강동구 고덕주공 A재건축사업조합의 J조합장은 “조합원의 자산을 담보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 특성상 조합임원들에게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백번 이해가 간다”면서도 “조합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민간사업자 수준밖에 되지 않는데, 법률이 정한 결격사유는 공무원의 그것 이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서울 성북구의 S재개발추진위원회 O추진위원장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그 특성상 사업의 시작부터 청산단계까지 끊임없는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소송의 과정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재판부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항소, 상고 등의 절차가 있는데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 측이 직무정지 등을 계속 요구하면 오히려 사업에 차질이 빚어져 조합원에게는 손해가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사업 과정 자체가 지나치게 폐쇄적이었고, 조합임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비사업 전문가인 K씨는 “2002년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 지나치게 졸속으로 만들어졌고, 그러다보니 사업의 전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르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법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이라고 한다면, 논의되고 있는 도시재생활성화법 등과 연계해 지금과 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윤창 기자 songyc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