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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000조 시대 ‘탈출구’ 어디 있나?: 2011.04.25 03:34 입력 | 2012.01.18 02:30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이후 부동산가격 폭등기에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서 발생한 가계부채는 향후 상당기간동안 한국경제의 정상적인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난 2~3년간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이 디레버리징이라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부동산거품에 대한 조정을 겪은데 반해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정부가 건설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의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오히려 그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정리해 보면, 부동산가격거품에 대한 조정을 거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규모는 꾸준히 늘어나, 이제 1000조원 시대가 눈앞이다.
 
거기에 최근에는 신용카드 대출가계의 빚 상환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제2의 카드대란사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지금까지는 주택구입 등 자산버블 때문에 발생했던 가계부채의 구조가 최근, 생계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은행도 문제다. 한국의 대부분 민간은행들의 자금조달 구조가 예금·외화차입 등 단기적인데 반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구조는 상당부분 장기대출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로 인한 위험도 상당하다. 현재 가계부채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 변동금리상품을 장기 고정금리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장기적인 자금조달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이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가능성을 비롯해 가계부채문제는 한국경제가 간과하고 넘어갈 수준은 넘어선 상황이다. 이미 곳곳에서 그 파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호에 이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점검해 보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부실의 문제도 함께 짚어본다.
(박스처리)
 


성장둔화·부동산대세하락…부채관리 시급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향후 1~2년간 예상되는 글로벌경기의 둔화다. 당연히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성장률 둔화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도 문제다. 주택을 담보로 무리한 대출을 받은 가계가 부채를 제때에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자연재해와 각국의 정정불안이다. 특히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문제, 최근 다시 불거져 나온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일본경제의 대지진피해에 따른 불확실성 등 대외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에게 글로벌 경제여건은 역대 최악이다.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면 이는 곧바로 고용감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의 대출회수율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부채가계에 대한 채무상환 압박을 가중시켜 가계부실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는 이미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미국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에 경제시스템 전반이 흔들리면서 고용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금융부채를 갚을 능력을 상실한 가계가 그들이 보유했던 주택을 대거 내다 팔면서 부동산폭락사태를 불러왔다. 부동산가격의 폭락은 곧바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던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금융시스템 전체를 교란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미국경제시스템붕괴의 경험이 현재 한국경제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 
현재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성장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성장률 둔화가 자칫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시장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장둔화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현재 간신히 버텨오고 있는 가계부채문제가 일거에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4%대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취득·등록세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이 서로 모순되는 정책들을 발표한 이유도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동결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고, 가계부채상환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도 무리한 대출을 자제하고 가계경제상황에 맞는 적절한 부채규모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이미 발생한 부채의 상환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은행 역시 주택담보대출 일변도의 대출관행을 개선하고, 지나치게 변동금리에 치중되어 있는 대출상품을 고정금리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자금의 장기적인 조달구조를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고정금리비중 확대 등 대책 마련 시급해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가계부채 연착륙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가계의 과다 차입을 축소할 것”이라며 “가계대출 제도의 개선과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경쟁억제를 위해 금융감독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은행의 가계대출은 낮은 대출금리 수준, 은행의 대출확대 노력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비은행 가계대출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 폭이 확대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2일 김 총재의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11개 시중은행장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담보 대출상품의 구조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대출거치기간 단축, 원리금 분할 상환과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을 적극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담보 대출에서 대출이자만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금도 상환하고, 대출금리도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 비중을 늘려 금리인상에도 부채가 증가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정부도 가계부채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 17일 서민금융 강화를 위한 2단계 방안을 준비했다. 부채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총유동성 규제,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일자리 창출 등 3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은 총량적 시각에서 대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계대출증가율이 명목성장률을 상회할 경우 금융회사의 충당금적립률을 상향조정하도록 한다. 
 
가계대출 건정성 강화를 위해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은행의 장기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형으로 전환하고, 향후 장기·고정금리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장기자금조달 여건이 우선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장기자금조달을 위해 우량 주택담보대출자산을 담보로 주택금융공사가 발생하는 커버드본드 발생을 늘리는 방안, 퇴직연금 의무편입 대상자산과 펀드의 유동화증권(MBS)에 대한 투자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은행의 대출이 길어질수록 대손충담금적립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모기지 개혁방안 도입, 소득 뿐 아니라 자산규모와 연령에 가중치를 두어 개인의 DTI비율을 환산하는 방안, 가계부채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일자리 창출 확대 방안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뇌관 ‘신용카드’…생계형부채도 증가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신용카드문제가 떠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국책은행 연구소인 산은경제연구소는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요인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카드대출 이용자들의 취약한 상환능력이 가계부실과 신용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카드대출 보유가구 중 하위 40%의 저소득층은 카드빚이 평균 1071만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중 하위 20%는 1076만원을 빚지고 있으며, 월세 거주자와 무직자 비중이 각각 61%와 31%다. 연구소는 이들이 담보대출이나 은행 신용대출에는 접근이 어려워 카드대출을 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다른 대출을 갚을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대환대출 규모가 가구당 717만원에 달해 이들 저소득층 가구는 대부분 카드대출 연체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이들 저소득층을 비롯한 카드대출 보유 가구의 부채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해 가계부실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는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위 40%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연간 가처분소득이 1270만원 이하에 그쳤다. 원리금 상환을 위한 금융부담이 명목소득 대비 10%나 되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4배에 달했다. 
 
한편, 최근에는 사업자금이나 생활비마련 등의 이유로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출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이 주로 생활비마련 등의 이유로 이용돼 금융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손쉽게 대출금회수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 것으로 추정돼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중에서 주택구매가 아닌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집값이 오를 때 무리하게 부채를 늘린 가계가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재 대출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데다가 이미 가계가 떠안은 부채가 막대한 점에 비춰, 자칫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데 있다. 가계자산 가격은 제자리이거나 하향추세인 상황에서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주택거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가계의 유동성위기에 따른 금융·사회적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