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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4구역 ‘갈 길이 먼데’···업체선정 잡음: 2012.02.20 23:34 입력 | 2012.02.22 21:16 수정

특별취재팀 songyc1@gmail.com

‘절차’ 무시한 용역업체 선정···조합은 왜?
이사회의결 없는 비용지출 등 “문제 많다”
 

서울 구로구 개봉4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최근 사업시행인가 세부용역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조합이 구체적인 사업비예산안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업체선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이 반발하면서다.
 
현재 개봉4구역 조합은 2종에서 3종으로의 종상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비구역지정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아직 정비구역지정 변경안에 대한 서울시의 최종 입장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시행인가세부용역업체를 선정하려고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사를 제보한 조합원들의 입장이다. 
 
특히 일부 이사들이 예산안수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업체선정의 부당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 외에 10명의 미동의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조합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과 관련하여, 법원감정결과 시세보다 훨씬 비싼 100억 원이 넘는 매도금액이 나왔는데도, 이사회 의결절차도 없이 법정기간 내에 의의제기를 하지 않아 조합원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정관 제28조(이사회의 사무)에 ‘예산 및 통상업무의 집행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장이 이사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20여억 원의 사업비를 지출했다는 사실도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시공자가 입찰보증금으로 납입한 금액 중 일부 사업비를 지출하고 남은 3억6000만 원의 금액도 이사회 의결 없이 시공사에 반환이 되는 등 법·절차상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이에 개봉4구역 조합 내부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들을 쟁점별로 정리해 본다.
 

■ 업체선정 왜 서두르나?
취재의 발단이 된 부분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4조 및 개봉4구역 조합정관 제21조에 명시된 총회의 의결사항을 살펴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율 및 상환방법’, ‘정비사업비 사용계획 등 예산안’, ‘예산으로 정한 사안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사안’ 등은 반드시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개봉4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총회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3번의 총회책자 어디에도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한 별도의 예산안은 수립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조합은 법·절차까지 어겨가면서 예산안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될 용역업체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설계를 위해 가장 먼저 투입되어야 할 용역인 측량부분은 이사회에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조합이나 정비업체가 주장하는 사업추진기간을 단축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아직 ‘정비구역지정변경고시도 되지 않은 상태’이고 ‘당장 하루 이틀 안에 정리될 문제도 아니라는 점’에서 조합이 왜 사업시행인가 협력업체를 서둘러 뽑으려 하는지,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정기총회에서 예산안을 수립한 후 대의원회의에서 업체를 선정한다고 해도 사업추진기간이 늘어나는 일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업체 선정 건도 마찬가지다. 사업시행인가에 맞춰 뽑아도 충분한 종전자산 감정평가업체를 굳이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뽑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비기반시설 및 국공유지 감정평가를 뽑는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 사업경비 누가 부담하나?
한편, 조합에서는 지분제계약이므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한 제 비용은 시공자가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에서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기사를 제보한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지난 2011년 5월 31일에 있은 주민총회 제4호 안건을 보면, ‘한화건설로부터 사업비 자금차입 및 지출, 상환방법 결의의 건’으로 되어 있다. 해안 당건의 제안사유를 보면, ‘사업추진 제 경비 180여억 원’은 시공자로부터 무상으로 차입하도록 되어 있다. 
 
상환방법은 일반적인 지분제사업과 마찬가지로 수입금으로 자동 상계처리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비가 조합이 시공자로부터 차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조합정관상 ‘업체선정은 조합의 권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안을 수립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법·절차상 맞다’는 얘기다.
 

■ 매도청구 이의제기 왜 포기했나?
재건축에 반대한 매도청구자 매도청구금액에 대한 이의제기를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컸다. 현재 법원으로부터 확정된 12명의 매도청구금액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합이 제기한 매도청구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금액으로 감정평가 되었고, 이에 대해 조합이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확정됐다.
 
문제는 아직 사업시행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근거로 개발이익을 산정했는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사업이 지체되면서 개발이익보다는 조합원분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결정한 매도청구금액은 추후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매도청구금액에 대한 잘못된 사인을 주고 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조합이 주변시세 및 매매대금보다 비싼 매도청구금액에 대해 법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스스로 포기를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의제기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나, 단 한차례의 임원회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 자금집행은 조합장 맘대로?
조합정관 제28조(이사회 사무)의1에는 ‘조합의 예산 및 통상업무의 집행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받도록 되어 있다. 제보에 따르면, 해당조합은 지난 2010년 6월 시공자선정 입찰보증금 20억 원이 사업비로 전환된 후 그 집행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이사회 의결을 받은 적이 없다. 절차를 어기고 이사회의결 없이 사업비를 조합장 단독으로 지출한 것이다.
 
특히 시공자선정 입찰지침에 따라 선정 후 사업비대여금으로 전환되게 되어 있는 입찰보증금 중, 사업비로 일부 지출되고 남은 금액 3억6000만 원도 이사회 의결 없이 시공자의 통장으로 이체됐다. 일부 이사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조합장도 사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절차 위반이 사과나 해명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데 있다. 왜냐하면 도시정비법은 절차법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도시정비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 진행되도록 규정돼 있는 이상 이 법이 정한 절차를 어기는 것 자체가 범법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