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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5구역 정비업체 ‘비리’ 따로 ‘정비사업’ 따로: 2012.02.21 02:02 입력 | 2012.04.16 21:46 수정

특별취재팀 songyc1@gmail.com

정비업체, 뇌물행위와 관련 ‘공무원’ 의제
서울시 도시정비법 위반만 면허취소 가능?
 

지난 2010년 시공자선정 관련 비리로 업체의 대표 및 임직원 대부분이 구속·기소되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정비업체가 버젓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논란거리다. 해당 비리업체인 L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한 상계5구역 재개발조합은 이에 대한 처리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계약해지를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제24조에 의거,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정비업체가 대의원 및 조합원 상당수를 (소위)관리하고 있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해당조합의 임원들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취소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는 “해당 정비업체의 대표 등 임·직원들이 정비사업 수행과정에서 비리혐의로 처벌을 받은 것은 맞지만, 처벌 사유가 도시정비법 위반이 아닌 ‘뇌물공여죄’이기 때문에 정비업면허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상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놓고도, 정부나 지자체 누구도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지 않는 속에서 조합원 피해만 늘고 있다. 정비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회피가 일상화 돼 있고, 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한 가운데 조합과 조합원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주민갈등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에서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주거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조합과 주민들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한 정치 쇼가 아닌, 비리정비업체의 퇴출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비리정비업체 처벌규정 없다
도시정비법 제84조(벌칙적용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는 형법 129조(수뢰·사전수뢰)나 132조(알선수뢰)의 적용에 있어 추진위원장·조합임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대표·임원)·직원은 공무원으로 본다. 한편, 도시정비법 제73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취소 등)은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경우나, 이 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을 위반한 때’에는 정비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 적용에 대한 해석의 예나, 서울시의 입장, 지금까지의 비리정비업체에 대한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사실상 정비업체의 임·직원이 정비사업 수행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개인 외에 업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 도시정비법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정비업체가 벌금형 이상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문제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비리는 업체선정과정에서 발생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업체선정과정의 비리와 납득할 수 없는 업체선정 및 업무처리과정이 조합원 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체선정과정의 비리가 정비업체 등록취소요건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조합과 조합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이 일반인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상계5구역 취재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일반인의 법 상식에 맞는 처벌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시공자선정 등 업체선정과정 자체가 도시정비법이 규정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인데, 핵심적인 정비사업을 수행하면서 뇌물수뢰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등록취소 요건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상계5구역 지금 어디로?
상계5구역은 현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사업차질과 관련하여 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마친 상태다. 남은 것은 용역업체 특히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컨설팅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정비업체의 몫이다.
 
현재 업체의 대표와 임원 대부분이 구속돼 있는 해당 정비업체인 L사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취재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면 왜 조합은 업무수행능력이 거의 없는 L사와의 계약해지를 못하고 있는 것일까?
 
취재결과 “일부 대의원 및 조합원들이 비리정비업체인 L사와의 계약해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의 답변이다. 조합집행부가 L사와의 계약해지를 하려고 해도 L사의 사주를 받는 일부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더 이상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대형비리에 연루된 정비업체와의 계약해지가 되지 않는 한, 재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이미 조합의 사업추진방식에 불만을 가진 일부 조합원들이 정비업체와의 계약해지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장 및 임원에 대한 불신임을 묻기로 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현재 해당 비리정비업체인 L사는 다른 정비업체와의 합병 등을 통해 비리와 관련한 자신들의 허물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조합이 자신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정비업체를 선정할 경우에 대비해 현재 남아있는 용역금액의 50% 내에서 용역을 수행하겠다고 하는 등 조합원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하여 해당 L사 측에 대한 별도의 취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 법원 “정비업체 선정무효”
비리정비업체인 L사의 선정에 대한 무효소송도 진행 중이다. 상계5구역이 정비업체 선정총회를 개최할 당시(2009년 2월) 구 도시정비법 제17조(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 등)에 의하면 업체선정 등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총회의 경우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동의의 방법에 의하도록 되어 있고, 이 경우 반드시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의 정비업체 선정총회 당시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293명 중, 인감도장을 사용한 토지등소유자는 77명뿐 이었고, 그나마 서면결의서 제출자 전부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법원은 선정 당시의 법률에 의거하여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않은 서면결의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계5구역 정비업체 논란’ 관련 반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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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2월 29일자 8면 ‘상계5구역 정비업체 비리 따로 정비사업 따로?’ 제하로 “시공자 선정 관련 비리로 대표 및 임직원 대부분이 구속, 기소된 상계5구역 정비업체 L사가 업무수행능력이 없음에도 일부 조합원들을 사주 및 관리하면서 정비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비업체 L사는 “대표 외 1인을 제외한 법인 및 다른 임직원은 뇌물공여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업무를 계속 진행해 왔다. 일부 조합원들이 L사와의 계약해지를 반대하는 것은 L사의 사주 및 관리에 의한 것이 아니며, 용역비 50%내에서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