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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범박 끝나지 않은 전쟁…싸움 이제 시작?: 2011.11.25 02:05 입력 | 2012.02.04 16:49 수정

도시재생신문 songyc1@rknews.co.kr

11월 10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계수․범박구역 옛 신앙촌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부천 소0교회 허00 목사 등이 패소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은 지 3일 후 허00 목사 등은 여전히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삿짐을 싣고 신앙촌 내로 진입하는 등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조합원의 재산권이 경각에 달린 그 시각, 현장에는 경찰과 조합장, 그리고 5명 남짓한 동네 주민들만 나와, 시위대의 건물 불법침입에 맞섰다. 이날 시위대의 건물 불법점거로 재개발사업 자체가 좌초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합과 조합원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한편, 현재 계수․범박구역 재개발조합은 설계자와의 계약을 둘러싼 조합과 일부 조합원간 갈등으로 시끄럽다.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사이, 밖에서는 합법적인 조합원 재산을 강탈당하게 생긴 것. 당시 현장 상황과 조합 내 분란의 핵심내용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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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도 그들은 ‘내 것’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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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소신교회 신도, 중국 조선족 교포 등 100여명에 이르는 일단의 무리는 허00 목사의 지휘 하에 3~4대의 차랑에 이삿짐을 나눠 싣고, 계수․범박구역 내 옛 신앙촌(입주동)으로 진입했다. 이날 관할 경찰서는 현재 적법하게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과의 충돌을 우려하여 2개 중대 병력의 의경을 현장에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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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앙촌으로 진입한 시위대는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었다. “예수 이름으로 예수 이름으로 승리를 얻었네…”하는 찬송가 소리가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한 켠에서 “예수이름으로 남의 재산을 강탈하러 왔느냐”는 몇몇 주민들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입구와 출구, 차가 진입할 수 있는 모든 곳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다.
 
이들이 마을에 쳐들어오기 3일 전인 11월 10일 대법원은 계수동 신앙촌(부천시 계수동 5-2번지, 8-10번지 일대)에 대한 소유권이 현 소유자인 조합원들에게 있다는 것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신앙촌의 소유권은 현 등기권자에게 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바로 며칠 뒤, 허00 목사 등은 3~4대의 차량에 이삿짐을 나눠 싣고 마을로 쳐들어 왔다.
 
현장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데, 교회 목사라는 사람과 하나님을 믿는다는 신도들이 어떻게 남이 살고 있는 집을 자기 것이라 우길 수 있느냐?”며 허00 목사 일행들을 성토했다.
 
한편, 이날 계수․범박 재개발구역 내에서 이 같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현장에는 조합임직원이나 정비업체 등 재개발사업에 책임 있는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허00 목사 측이 현재 조합 내부의 분쟁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희정 조합장을 조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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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싸움…누가 진실을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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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범박 재개발조합은 설계자와의 계약서작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미 조합은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2010년 11월 19일 설계자선정총회에서 의결 받은 계약서(안)와 같은 해 12월 14일 최종 계약한 계약서상의 ‘지원’이라는 문구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이 두 글자가 ‘12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이 논란의 핵심이다.
 
한편, 이희정 조합장 등 조합 측이 조합 내 분란의 책임이 정비업체에게 있다며, 최근 정비업체 계약해지 등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소집공고를 내고 총회소집절차에 들어가 양측의 싸움이 더욱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일부 조합원 측에서는 대의원회의에서 조합장 등 이사진을 직무정지 시키고, 자신들이 직무대행자를 선임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합집행부는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정비업체인 아000씨 역시 조합원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이들의 업무를 돕고 있다.
 
이에, 설계자와의 계약 등 조합과 조합원, 정비업체, 설계자의 주장과 다툼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다. 다만, 누가 적법한 조합집행부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고 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편리상 조합장 측을 ‘조합’, 현재 조합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는 조합원 측을 ‘조합원’으로 칭하기로 한다.
 

■ 조합 = 조합은 설계자와의 계약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하여, 설계자는 문구 그대로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위해 선정한 회사이기 때문에 건축설계 외에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한 다른 업무를 설계자에게 부담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설계자인 희림건축의 용역비가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비쌌던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의 일반적인 설계용역비 수준이 3.3㎡당 2만5000원~3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만9700원의 금액 내에서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모든 용역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설계자선정총회에서 의결 받은 계약서(안)와 이사회결의로 변경된 최종 계약서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당초 총회책자에 기재된 계약서(안)가 용역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분란의 소지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회책자에 기재된 계약서(안) 제3조(용역범위)의4 ‘필요시 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 및 측량, 심의 인허가 업무’ 중 환경영향평가, 측량 등 설계자선정 전에 이미 용역이 발주된 것들도 있었다는 것.
 
한편,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업무는 통상적으로나 계약상으로 수십억 원의 용역비를 받아가는 정비업체의 업무영역이지 건축설계의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조합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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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 이들 주장의 핵심은 총회에서 의결된 계약서(안) 제3조의4 ‘심의 인허가 업무’ 부분을 ‘심의 인허가 지원업무’로 바꾸었기 때문에, 조합이 설계자가 부담해야 할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세부용역비용 12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24조제3항의5에 근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조합장과 이사회가 조합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체결했기 때문에 이는 법과 정관을 위배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해당 문구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총회의 의결을 다시 받거나, 입찰제안서 위반으로 설계자선정 자체를 취소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조합이 이러한 문제들이 치유됐다고 주장하는 2011년 6월 30일 사업시행인가 예산안수립 총회와 관련하여서는 명확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설계자선정총회에서 의결된 제안조건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므로 조합장 등 집행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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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자와 정비업체 = 설계자는 이러한 주장과 관련하여 건축설계는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위해 선정된 것이기 때문에, 정비업체가 수행해야 할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업무나, 설계자가 수행할 수 없고, 별도의 인허가 사항인 측량 등 일체의 사업시행인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조합과 정비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합 측으로부터 계약해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비업체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자신들은 설계자가 사업시행인가 일체 용역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 자문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증거가 이러한 주장을 담은 2011년 4월과 9월에 조합에 보낸 자문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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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판단 = 일단 사업의 주체인 조합과 일부 조합원 측의 상반된 주장과 관련하여서는 조합원총회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시행과 재산권의 각 당사자들로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다툼과 갈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설계자와 정비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설계자의 경우, 선정 뒤 사업참여제안서의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근본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현재 조합 내 분란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설계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정비업체의 경우 자신들의 자문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나 설계자와의 계약체결 시점이 2010년 12월이고, 정비업체의 자문서가 조합에 도착한 날이 2011년 4월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2010년 12월에 체결된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되도록 자문했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이미 체결돼 업무수행 중인 계약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조합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정비업체가 갖췄어야 할 능력과 자질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