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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석수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원 뿔났다: 임대주택→일반분양 전환 수익 시공자가 ‘독차지’; 2011.07.20 09:49 입력 | 2011.07.20 10:16 수정

정훈 기자 jh25@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0px 4px 8px" height=241 src="/PEG/13111229173235.jpg" width=355 align=right>조합ㆍ전문가, “정산해야” vs 시공자, “문제없다”

 
[도시재생신문 정훈 기자]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 한 도로변에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주공2단지(이하 석수2단지) 재건축 조합원들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 강서사업소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참가자들은 ‘피 같은 조합원 돈(112억) 빨리 돌려주고 조합 청산하라’, ‘임대주택 분양 수익금 가로챈 현대산업개발은 악덕 기업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회를 주최한 김준식 조합장 등의 구호에 맞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입주까지 마친 석수2단지 조합원들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뭘까. 김준식 조합장은 “관련 법(法)의 개정으로 당초 짓기로 했던 임대주택이 일반분양으로 전환돼 그 수익이 조합(원)으로 귀속될 줄 알았는데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이 이를 가로챘다”면서 “이들은 우리 조합과 맺은 공사 도급계약이 지분제 방식이라 분양 수익이 모두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9년 4월 개정 이전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시 증가한 용적률의 25%만큼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
 
하지만 법이 개정돼 재건축 사업에서 임대주택 건설 의무 제도가 폐지되면서 재건축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기존 임대주택 물량을 일반분양분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석수2단지 조합도 지난 2003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에 용적률을 282.86% 적용받는 대신 37.68% 만큼을 임대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 2008년 11ㆍ3대책의 후속 조치로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다. 이 조치로 인해 석수2단지의 경우 임대주택 공급 물량의 50%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석수2단지 조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종전 임대주택 물량(168가구)에서 법률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물량(89가구)을 뺀 79가구(168-89)가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른 분양 수입만 112억702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합 측은 추산했다. 이를 조합원(856명) 수로 나누면 1인당 약 1500만 원에 달한다.
 
조합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A4 용지 3장 분량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는 ‘임대주택 건설로 인한 사업성 분석’ 등의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에 따르면 임대주택의 유무에 따라 석수2단지 조합원들의 이해(利害)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이 공급될 때 조합원들이 받게 되는 평균 무상지분율은 116.5%다. 반면 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는 이 수치가 132%로 증가한다. 조합원 지분을 ㎡로 환산하면 70.97㎡에서 80.41㎡로 9.44㎡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이를 3.3㎡당 분양가 1150만 원으로 곱하면 3146만 원이 된다는 게 조합 측의 주장이다.
 
김준식 조합장은 “일반분양으로 전환된 임대주택 물량이 50%라고 보면 조합원 1인당 손실은 약 1500만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공사 도급계약상 조건이 ‘확정지분제’라는 점을 내세워 임대주택 중 일부를 일반분양으로 전환ㆍ분양해 얻은 수익을 현재까지 정산ㆍ환급해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갑(조합)과 을(시공자)의 계약에 있어 확정지분제라 함은 양쪽 모두에 (수익이) ‘확정’된다는 의미”라며 “우리 재건축 사업은 계약의 전제 조건이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조건에 해당하는 특정 범위에 국한된 데다 인가를 받은 사업시행계획이 관계 법규가 변경돼 사업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할 경우 계약 변경에 따른 조합원 대물변제 기준이 변경된 것이므로 이를 무시하고 임대주택의 일반분양 전환ㆍ분양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 현대산업개발의 행태는 어불성설”이라고 성토했다.
 
석수2단지 조합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해 빼앗긴 권익을 되찾기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다. 김준식 조합장은 “신의를 저버린 시공자에 대해 조합원 856명의 이름으로 규탄하고 조합원 손실을 보전(補塡)하기 위해 충분한 논리와 근거로써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향후 현대산업개발이 안양시내에서 이 같은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관련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석수2단지 조합의 주장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의 뜻을 타냈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변호사는 “법률 개정과 그에 따른 정책 변경으로 인해 애당초 체결한 계약의 근본적인 내용이 바뀐 만큼 조합 주장대로 수익을 정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조합과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난 15일 현대산업개발 강서사업소 담당자는 “당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임대주택의 일반분양 전환으로 발생한 수익은 기본적으로 회사에 귀속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석수2단지 조합과 체결한 공사 도급계약은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검토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합 측에서 밝힌 ‘현대산업개발의 가구당 500만 원 지급 제안’에 대해 이 담당자는 “파트너였던 조합을 배려하기 위한 양보 차원에서 나왔던 얘기”라면서 “하지만 이는 공문을 통한 약속이 아니라 구두로 했던 것이며, 양측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좋게 해결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석수2단지 조합의 소송 움직임에 대해서도 차라리 법원의 판단에 의해 해결하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담당자는 “당사는 (이 사안을) 차라리 제3자인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기업 이미지 등의 이유로 먼저 나서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 관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석수2단지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795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입주가 이뤄졌으며, 30층 규모의 아파트 15개동 1134가구가 들어서 있다.
 
▲사진 설명: 안양 석수2단지 조합원들이 현대산업개발 강서사업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