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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주택재건축, ‘진흙탕 싸움’에 조합원만 ‘멍’들어: 조합, ‘설립무효’ 판결에도 총회 강행; 2010.04.27 15:28 입력 | 2010.04.28 20:18 수정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설립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조합이 총회를 열고 집행부를 구성하는 등 사업 강행 의지를 보임에 따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실에서 총회가 열렸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제1호 조합장 보궐 선임의 건 ▲제2호 임원 보궐 선임의 건 ▲제3호 조합 정관 개정 및 선거 관리 규정 제정의 건 ▲제4호 결산 보고 및 외부 회계감사 승인의 건 ▲제5호 감사 보궐 선임의 건 등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서 김 모 씨가 조합장에, 손 모 씨 등 2명이 이사에 각각 당선됐다. 부결된 제4호 안건 중 회계감사 승인의 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처리된 셈.
 
익명을 요구한 조합 관계자는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타개하고 사업 장기화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 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면서 “이날 총회는 한 점의 의혹 없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 전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조합 설립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미 총회 (개최) 공고가 난 상황이라고 하나 이러한 중대한 사실을 알고도 총회를 개최한 것은 조합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이렇다 할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대의원회의에서 선거 관리 규정 등이 결의된 데다 그달 말 선거관리위원장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지난달 초 조합 임원 입후보자 모집,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곳 재건축은 조합원들 간에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지지부진했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설립 결의는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서울북부지방법원)과 2심(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 측이 승소하면서 시행 주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재건축 조합의 설립 결의도 행정소송으로 다투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조합으로서는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쇄신하고 절차적 요소를 중시하는 행정법원의 특성상 승소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당시 재판부(대법원 제1부)는 이곳 조합원 10여 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재건축 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사업을 시행하는 일정한 행정작용(行政作用)을 하는 행정주체(行政主體)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은 1심 관할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됐어야 하는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기돼 심리됐으므로 전속 관할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합의 기대감은 행정법원의 선고로 산산조각 났다.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이 파기 이송된 사건에 대해 조합원들이 제기한 ‘조합 설립 결의 무효’ 주장을 인용한 것.
 
재판부는 판결문(2009구합42946)에 “피고(노원구청장)가 지난 2006년 6월 월계동 주택 재건축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대해 행한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주의적 청구는 각하하되 해당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 측이 총회를 열어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됐다고 하니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 현재는 갖가지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A씨는 “민사는 물론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조합이 ‘용단’을 내리기는커녕 지지자들 중심으로 총회를 열어 멋대로 집행부를 구성했다”며 “설립 초기부터 말썽이더니 끝까지 조합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해관리구역’ 지정, 사업기간 단축 위한 꼼수?

 
이곳이 지난 2005년 4월 재해관리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것을 놓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재해관리구역 지정 신청이 재건축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꼼수’며, 사업 막바지에 이를 해제해 그동안 저평가됐던 이곳의 시세를 일거에 만회할 것이란 ‘음모론’이 바로 그것이다.
 
재해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노후도 등을 충족해야 하는 기존 재건축과 달리 곧바로 추진위 구성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사업 기간도 단축된다. 다만 재해관리구역에 포함되면 시세가 주변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저지대 가운데 1990년 이후 2회 이상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의 소유주 80% 이상이 동의하면 재해관리구역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98년과 2005년 2차례에 걸쳐 50% 이상의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은 이 일대는 서울시 최초로 재해관리구역으로 신청ㆍ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곳은 곧바로 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 지난 2006년 3월 정비구역지정 결정 고시가 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추진위 승인, 불과 2개월 뒤인 6월에는 조합설립인가가 났다. 정비구역지정에서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 3개월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 이전까지는 재해관리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건물 지하층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규제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지정 사례가 1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제정된 도시정비법이 재해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위가 곧바로 구성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월계동이 바로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는 첫 사례가 됐다.
 
도시정비법 부칙(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5조 제1항에는 ‘정비구역 안에서 건축물의 건축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ㆍ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제2항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로는 ▲재해 복구 또는 재난 수습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위해 하는 행위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 등이 속한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재해관리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면 이 일대 주민들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다시 작성되는 5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을 것”이라며 “재해관리구역 지정이 재건축 추진에 가속도를 붙여줄 수 있음을 보인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재해관리구역에 지정되면서 이곳의 시세도 저평가됐다. 종전자산평가 결과 이곳의 3.3㎡당 평가액은 600만 원선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근에 지하철 1ㆍ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이 있어 역세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인근의 동신아파트의 경우(4월 초 기준) 79㎡가 최대 2억7800만 원, 99㎡와 115㎡가 각각 최대 3억8000만 원과 4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3.3㎡당 1161~1291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것. 인근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3.3㎡당 매매가가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가액이 낮다 보니 분양분 가격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재해관리구역 해제 신청 후 이것이 수용되면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를 열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변경인가를 받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이곳 사정에 정통한 J씨는 “이곳은 이미 지난 200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구역이지만 재해관리구역 해제가 이뤄지게 되면 새로운 계획에 의거해 변경인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종전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진행됐던 사업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만큼 조합원들이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혼란이 새로운 갈등을 부르고, 그 결과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동의서상 공란 임의보충 ‘위법’ 판결
조합설립 동의율도 미달 “설립무효”

 
월계동 재건축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합창립총회 이전에 징구한 동의서상 공란 보충에 대해 ‘위법’ 판결이 나면서 동시에 조합 설립 신청 당시의 동의율마저 미달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6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당시 추진위 측은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상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을 공란으로 둔 채 동의서를 받았다.
 
추진위 측은 이후 같은 해 5월 13일에 개최된 조합창립총회에서 미리 우편으로 발송했던 사업계획서상의 ‘개략적인 사업비 및 사업비 분담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추진위 측은 5일 뒤 가결된 안건에 따라 동의서상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에 일괄 수기로 철거비 7억5000만 원과 신축비 630억 원을 합산한 637억5000만 원을 기재, 노원구청에 인가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조합 설립 동의서는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개별 의사가 표시된 문서이고 작성 명의자는 토지등소유자 개인이므로 그에 대한 보충 권한의 위임 역시 당사자로부터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따라서 조합창립총회 결의만으로 동의서상의 공란 보충 권한이 적법하게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동의서를 제출한 136명 가운데 조합창립총회 당시 참가자 84명(서면 결의 71명 포함)을 제외한 52명의 동의서는 조합 측이 공란 보충 권한을 위임받지 않아 ‘무효’이기 때문에 동의율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노원구청이 인가 처분 시 유효한 동의서로 처리했던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서 136장 중 창립총회에 참석해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과 관련된 결의에 동의한 84명은 항목 보충 권한을 조합(당시 추진위) 측에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유효하다”면서도 “나머지 52장은 무효이므로 이를 근거로 조합 설립 신청 당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을 재산정하면 50.6%(84/166×100)에 불과하다”며 무효라 판결했다.
 

◆ 변경인가 시 동의율도 미달
한편 변경인가 시에도 관계 법령이 정한 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6년 9월과 12월 변경인가 처분 당시 노원구청은 건축물 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만으로 법정 정족수를 충족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계 법령은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를 ‘토지등소유자’와 구별해 사용하고 있고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는 비록 재건축 조합원이 될 수 없지만 해당 토지ㆍ건축물이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4/5 이상’의 의미는 ‘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소유한 자’뿐만 아니라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를 모두 포함해 그 4/5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며 “따라서 토지 소유자의 4/5 이상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 이상 동의 중 어느 하나만 얻으면 동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이곳 사업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수는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가 143명이고, 토지 소유자가 23명이므로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는 166명이 된다. 이 가운데 동의자 수는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115명, 토지 소유자 7명 등 122명이므로 인가 처분 당시 동의율은 73.5%에 불과해 의결 정족수(80%)에 미달한다.
 
이처럼 법원의 명확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곳 조합원들은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비용과 그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을 고려할 때 선뜻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B씨는 “이곳 조합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곳 사건과 관련 판례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업장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을 듯하다”고 말했다.
 
 

※ 알립니다
위 기사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당 조합 측의 정확한 의견을 듣고자 전화를 했으나 조합의 총무이사 김 모 씨는 “지금은 회의 중이라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며 “추후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을 잡을 수 없어 조합 측 해명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못했음을 알립니다. 추후 당사자들과의 추가 취재 과정에서 현 기사와 다른 내용이 있을 시 후속 보도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