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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2012’ 재개발·재건축 대책마련 시급: 2012.01.25 03:46 입력 | 2012.02.04 18:05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지나치게 정치적인 출구전략 경계해야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살아남아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재개발·재건축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위기에 대한, 조합·추진위·관련업체 등 업계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는 시공자선정시기를 시·도 조례에 위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정부가 입법·발의한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안)’은 폐기했다.
 
개정법에서 시공자선정시기를 시·도 조례에 위임하도록 규정하면서,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선정이 가능하도록 한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는 제도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법성을 인정받게 됐다. 반면, 돈줄이 말라버린 재개발·재건축업계는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한편, 경기도가 주민 25%가 반대할 경우 사업을 취소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시 주민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하는 ‘공공 정비계획수립 개선 지침’을 마련해 일선 구청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30%이상의 주민이 반대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한시적이긴 하지만 추진위·조합설립에 동의한 자의 50%가 동의할 경우 조합이나 추진위를 해산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출구전략 대부분이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분별하게 시작한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이 실패했듯, 출구전략 역시 지금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발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 정비사업 ‘돈(錢)맥경화’
올해에도 재개발·재건축업계의 자금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가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선정에 적법성을 부여해 줬기 때문이다. 결국 시공자선정시기를 둘러싼 그동안의 위법성 논란은 사라졌다.
 
개정법 제77조의4(정비사업의 공공관리) 제6항은 시공자선정시기를 시·도 조례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당장 재개발·재건축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시공자선정이 거의 전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비조달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벗어나면,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로 조합이 설립되었더라도 시공자선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공자가 선정되어야 조합·추진위 운영비 및 각종 사업비 조달이 가능한 재개발·재건축업계의 특성상, 서울시의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선정 방침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조합·추진위의 업무추진비와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에 필요한 수십억 원의 사업비를 조합 스스로 혹은 정비업체가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서울시나 정부가 나서서 사업비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얘기다.
 

■ 서울시 출구전략 가속
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도 가속화 할 방침이다.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25개 구 구청장들과 한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개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서울시 진희선 주거재생정책관이 보고한 ‘뉴타운 문제 진단과 수습방안’을 보면, ▲정비구역 해제 등 일몰제 시행 ▲주민 30% 이상 요청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해제 ▲주민 요청 시 추정분담금 등 사업성 정보 제공 ▲주민 과반 수 이상 동의로 추진위 해산 ▲해산 대상이 된 추진위의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의 전환 등으로 요약된다.
 
이 밖에도 ▲총회의 조합원 직접 참석 비율 상향 ▲사업비 10% 이상 증가 시 조합원 동의요건 강화 ▲ 공공관리자 업무 확대 등 주민의 알권리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주거환경관리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주거지종합관리계획 등 대안적 정비방식 도입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지분형 주택 도입 ▲감정평가액 내 2주택 분양 허용 ▲임시 상가 설치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일부 당근책도 제시됐지만 재개발·재건축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만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추진위 설립 후 적게는 1~2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 소요된 사업비용에 대한 처리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고, 출구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은 공공이 시작해 놓고, 책임은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잘못이라는 것.
 
한편, 이미 투입된 사업비용에 대해 지난해 12월 30일 통과된 개정 법안에 ‘추진위가 취소된 경우 시장 또는 구청장은 해당 추진위가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토부와 서울시 의 입장이 달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어렵다. 
 
결국 현재로서는 서울시가 기 투입된 사업비 전액을 보상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 대부분은 전망하고 있다.
 

■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기존 재개발·재건축·뉴타운제도로는 더 이상 도시재정비와 서민주거환경개선이 어렵다는 데에는 정부나 국민, 관련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논의돼 왔던 ‘도시재생 기본법’이나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다양한 입법 논의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지자체, 시민사회, 해당 지역 주민 등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과 관련된 집단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뉴타운 출구전략 등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공공의 역할 강화와 주민참여 활성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논의도, 이미 제도화 과정에 진입했다.
 
이제 조합과 추진위, 업계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존처럼 집행부 몇 사람과 정비업체 등 업자들에 의해 밀실에서 사업이 추진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