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도시재생을 보는 窓] 매몰비용2

[도시재생을 보는 窓] 매몰비용2: 2012.08.26 18:50 입력 | 2013.02.01 17:04 수정

송윤창 발행인 rknews@daum.net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align=left src="/PEG/13459746651679.jpg">매몰비용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일단 지출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기업의 광고비용이나 R&D비용 등이 이에 속한다. 원칙적으로 매몰비용이란, 한번 투입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그런데 매몰비용은 이미 투입된 경비나 노력·시간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합리적인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하는데 제약을 주기도 한다. 이유는 어떤 조직이 기존 계획에 따라 이미 많은 자금이나 노력·시간을 들였을 경우, 이를 포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업계가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겪는 ‘매몰비용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 개발이익실패, 세금으로 보전?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시작된 후 6개월.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는 제법 많은 정비예정구역, 혹은 조합·추진위가 출구전략에 따라 정비구역이 취소돼 해산절차에 들어가 있다. 지금도 사업초기에 예상했던 사업수익 달성이 어려운 많은 사업장들에서, 정비구역 취소여부를 두고 토지등소유자와 사업추진세력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도시정비사업은 원칙적으로 토지등소유자의 소유권을 담보로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이 원하는 대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주민이 원하면 뉴타운이든 재개발이든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주민의 의사를 물어 사업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입된 비용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보상하느냐가 출구전략 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정부나 서울시, 도시정비업계는 ‘매몰비용’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출구전략은 있을 수 없다. 정비구역이 취소되더라도 비용문제를 둘러싼 업체와 주민 간 기나긴 소송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올해 2월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중앙정부에 매몰비용에 대한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중앙정부는 민간이 쓴 비용을 전 국민의 세금으로 갚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상태다.
 
문제는 ‘매몰비용’이라고 불리는 뉴타운·재개발 관련 비용을 해당 사업구역의 주민이 아닌, 국민 전체가 갚아야 하느냐다. 지금까지의 서울시 방침은 예산으로 뉴타운 매몰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비판이 거세다. 개발이익을 노리고 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쓴 돈을, 전체 국민이 갚아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 매몰비용 세금보전 안 된다!
뉴타운·재개발사업의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은 그동안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적자금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 갚는 것을 전제로 한 대여의 성격이 강한 반면, 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의 경우는, 개발이익을 노리고 업체와 주민들이 써버린 돈으로, 아예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현재 뉴타운 매몰비용에 대한 서울시의 행태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나 박원순 시장이 해제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매몰비용’을 누군가가 대신 부담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 이러한 ‘잘못된 기대’가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반대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비판이다.
 
뉴타운·재개발사업은 주민의 의사나 도시주거환경개선의 목적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처음으로 공약한 뒤, 옛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공약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서울 48개 선거구 중 26곳에서 뉴타운 공약이 나왔고 수많은 ‘타운돌이’가 나왔다.
 
뉴타운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가 실패한 제도로, 정치권과 공공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얽인 실타래를 풀고 사업의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이어야지, 무조건 반대하고, 발생한 비용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또 다른 ‘나쁜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부득이하게 해산해야 하는 조합·추진위 경우도 매몰비용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매몰비용은 사전적 의미로도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개발이익을 보고 뉴타운·재개발사업에 참여한 사업주체 모두가 투자한 사업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서울시는 세금으로 매몰비용을 보전하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현재 실타래처럼 엉킨 뉴타운·재개발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금으로 매몰비용을 보전하는 정책은 뉴타운·재개발로 타운돌이를 양산한 구 한나라당의 정책만큼이나 나쁜 정치적인 정책임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