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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지 안한 조합설립동의 철회서도 ‘유효’: 2010.08.17 18:14 입력 | 2010.08.17 19:48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서울 종로구 명륜4가구역 재개발 사업이 이곳 조합의 설립인가 취소 소송 패소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음에 따라 급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8일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2009두4449)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피고(종로구청장)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종로구청장과 피고보조참가인인 명륜4가구역 재개발 조합 등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5.17 법률 제84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ㆍ도시정비법)상 조합이 지닌 행정주체로서의 성격, 그 설립인가가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동의 과정상의 흠을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하려면 항고 소송으로 그 처분의 효력을 다퉈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정비법상 재개발 조합은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조합 설립의 동의를 받은 다음 관계 법령이 정하는 요건과 절차에 따라 행정청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해 행정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등기함으로써 법인으로 성립한다.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설립된 조합은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조합에게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지닌다(대법원 2009. 9.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비춰 보면 원심(서울고등법원 2009. 2. 5 선고 2008누23148 판결)의 판시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관계 법령상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 조합설립동의 철회서 ‘유효’ 판단…동의요건 미달
이번 상고심에서는 원고 A씨 등이 제출한 동의 철회서가 조합 설립 동의 철회로서도 유효한 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9. 8.11 대통령령 제216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인가 신청 전에 동의를 철회하는 자는 동의자 수에서 제외하되 제26조 제1항 각 호의 사항이 변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동의자 수에서 이를 제외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 동의 및 철회가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에 의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철회의 상대방,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원심 재판부는 “▲원고 A씨 등이 피고에게 제출한 동의 철회서는 조합 설립 동의에 대한 철회를 포함하고 있고 ▲그들이 조합 설립에 동의한 다음 서울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상 정비구역지정 예정 면적이 증가했으므로 설립 동의 당시 예정된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개략적인 금액’ 등도 변경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이 정하는 조합 설립 동의의 철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아니므로 원고들의 조합 설립 동의는 적법하게 철회됐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명륜4가구역 추진위의 경우 조합 설립 동의서 징구 당시 토지등소유자 89명 중 72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원심 판결에 따라 A씨 등 3명의 동의가 철회된 것으로 보면 동의자가 69명(77.52%)으로 줄어 동의 요건(80%)에 미달된다.
 
이를 근거로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번에 상고심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인정돼 해당 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취소되기에 이른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 재판부의 판결과 동일한 맥락의 판단을 내렸다.
 
▲먼저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재개발 조합에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받은 행정청이 그것을 인가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가 있었는지를 심사해야 하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에서의 처분 취소 사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조합 설립 동의를 철회하는 상대방이 추진위뿐만 아니라 행정청도 될 수 있다고 봐야 하며 나아가 행정청이 조합 설립 동의에 대한 철회서를 제출받은 경우 추진위에게 이를 통지해야만 그 철회의 효력이 생긴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재판부는 사정판결(事情判決)의 필요성에 대해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이 직권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을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여 원심 판결에 힘을 실어줬다.
 

사정판결=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판결.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