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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계약 영향 없으면 하자담보책임 인정 안 돼!: 2010.08.17 18:17 입력 | 2010.08.17 19:47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분양계약 체결 과정에서 일조권에 대한 특약을 한다든지 일조권 침해를 사전에 알았더라면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조권 침해에 대한 하자담보책임(瑕疵擔保責任)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민사 제6부는 손해배상청구 소송(2009가합2272)에 대한 지난 6월 17일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등은 “신축된 아파트로 인해 일조권을 침해받았다”면서 “그로 인해 하락한 아파트의 가격만큼 배상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등의 아파트는 일조시간 기준을 일부 충족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건축 관계 법령 및 주택법상 주택건설기준 등에 적합하게 건축됐다”며 “분양계약 당시 수분양자에게 알려진 기본적인 건축계획(기본계획)대로 건축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더욱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조시간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약정이 이뤄졌다거나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만으로 수분양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을 경우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부산 금정구 A아파트 재건축 조합(A조합)과 B건설은 이 재건축 사업의 공동시행자이다. A조합은 지난 2001년 8월 B건설과 신축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B건설은 지난 2006년 2월 준공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2월부터 5월까지 입주를 진행했다.
 
원고 박 모 씨(40)와 박 씨의 승계참가인 김 모 씨(56) 등은 이 사건 아파트 중 일부 세대를 분양ㆍ매매ㆍ유증 등을 통해 취득ㆍ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사람들 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일조권 침해 등으로 발생한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수분양자들로부터 양수한 자들이다.
 
원고와 승계참가인 등은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동 사이 거리나 폭을 지나치게 좁게 건축하는 바람에 일조시간이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연속 2시간(연속 시간 기준) 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 총 4시간 이상(전체 시간 기준) 확보되는 ‘수인한도’를 넘는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손해에 대해 A조합과 B건설이 하자담보책임을 져야 하므로 둘이 연대해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 관계법령ㆍ특약에 따른 품질 미비 시 인정
재판부는 원고 김 모 씨 등 7명의 청구에 대해서는 이들이 소유한 아파트의 일조시간이 연속 시간 기준과 전체 시간 기준 중 전자를 충족해 일조 방해가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7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에 대해서는 해당 아파트의 일조 방해가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원고 측이 주장한 하자담보책임에 대해 재판부는 이들과 다른 판단을 하며 그 청구를 일축했다. 즉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하자담보책임은 분양된 아파트가 주택법 등 통상 갖춰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해 보유해야 할 품질ㆍ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여러 동의 아파트를 하나의 단지로 건축한 후 각 세대별로 분양하는 경우 기본계획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본계획은 분양계약 과정에서 계약서 등을 통해 수분양자에게 제공돼 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된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될 때에만 피고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조 등에 관한 상황에 대해 일정한 기준에 이르도록 하기로 약정이 이뤄진 경우다. 다음으로 ▲수분양자가 일조 등이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해 분양자가 신의성실의원칙상 사전에 수분양자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설명했거나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함에 따라 일조 등이 일정한 기준에 이를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이다.
 
재판부는 위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본계획에 의해 결정되는 일조 등에 관한 사항을 수분양자가 예상하고 받아들여 분양계약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고 이 사건도 바로 이 경우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분양된 아파트가 관계 법령 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분양계약 체결 당시 수분양자에게 알려진 기본계획대로 건축된 경우에 내려졌던 대법원 판례를 참조한 것이기도 하다(대법원 2010. 4.29 선고 2008다34842 판결).
 
당시 대법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지고 해당 아파트가 분양계약 당시 수분양자에게 제공된 기본계획에 관한 정보에 의해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벗어나 통상 갖춰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해 보유해야 할 품질ㆍ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자담보책임=매매 기타의 유상계약(有償契約)에 있어서 그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에 일정한 요건하에 매도인 등 인도자(引渡者)가 부담하는 담보책임.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