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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행정주체인 조합의 총회결의 무효확인은 행정소송으로: 2010.09.06 14:19 입력 | 2010.09.06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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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7월 29일 재건축 조합의 총회 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7.12. 5 선고 2005나99963 판결)의 피고(조합) 패소 부분을 파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 판결의 원고들에 대한 부분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한 1심 판결을 취소하며 이를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해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서로 내용이 다른 동의서에 의한 결의를 별개의 결의로 보고 이에 대한 무효 확인 유무도 따로 판단해야 하며 ▲행정주체인 재건축 조합이 행한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경우 행정소송법 등에 따라 행정소송으로 다뤄야 함을 명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내용 다른 동의서 의한 결의는 별개 결의로서 따로 판단해야
피고 조합은 지난 1999년 9월께부터 2002년 12월께까지 서면결의서를 받는 방법에 의해 재건축 결의(1차 결의)를 한 다음 지난 2003년 5월 27일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ㆍ주촉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이후 1차 결의의 효력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자 지난 2005년 7월 23일 정기총회 이후 다시 동의서를 받아 재건축 결의(2차 결의)를 했다. 그러자 원고는 조합이 행한 1ㆍ2차 결의의 효력을 다퉈 그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각 결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그 내용이 전혀 다른 별개의 재건축 결의라고 판단했다.
 
1차 결의에 대해 살펴보면 이 결의는 ‘주촉법과 관계 법령에 의해 재건축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본인은 당해 토지 및 건물 소유자로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 수반되는 모든 행위를 위임하고 수반되는 규정 등을 준수할 것이며 조합 설립 등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동의서를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받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2차 결의는 위 동의서와 다른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동의 및 재건축 결의서’라는 서면을 받는 방법으로 이뤄졌고 그 서면에는 ▲조합원이 소유한 토지 및 주택의 평가를 감정평가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점 ▲조합원의 예상 비용 분담액을 산출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있는 점 ▲향후 분양 신청할 각 주택별 면적에 따른 추가 부담 및 환급금에 대한 개략적인 금액에 대해 정하고 있는 점 ▲상가 조합원에 대한 분양 방법,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과 신축 상가의 분양가를 비교한 비용 부담 기준에 대해 정하도록 한 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각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별개의 청구이고 이를 심리한 법원으로서는 각 결의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의 당부를 각각 주문에 표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그런데도 하급심은 주문에 2차 결의의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만 표시했을 뿐 1차 결의의 무효 확인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은 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재판의 누락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소는 아직 1심에 계속 중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상고된 2차 결의 중 피고 패소 부분만 심리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 행정주체인 조합에 대한 결의효력 확인訴는 행정소송에 해당
재판부는 종전 대법원 판례와는 다소 상반된 취지로 2차 결의에 대한 효력을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15일 대법원 선고에서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후 조합 설립 결의, 그 변경 결의,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등에 의하지 않은 재건축 결의가 있다고 해 곧바로 조합원에게 권리 변동의 효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와 같은 재건축 결의는 사업시행계획 결의 등과 별도의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건축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적 이익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무효 확인을 구하는 2차 결의는 조합 설립 변경 결의 또는 사업시행계획 결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청구는 위 동의서에 의해 이뤄진 조합 설립 변경 결의 또는 사업시행계획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차 결의가 주촉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도시정비법 하에서 새로이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동의 및 재건축 결의서’라는 동의서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이어 “조합을 상대로 그 설립 변경 의결 또는 사업시행계획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當事者訴訟)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여기에는 도시정비법 등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 성립한 재건축 조합을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 본 해석이 깔려 있다.
 
이는 ▲피고 조합이 지난 2003년 5월 설립 인가를 받은 뒤 두 달 뒤인 같은 해 7월에 ‘A재건축 조합’을 명칭으로 해 등기를 마쳤고 ▲도시정비법(2003. 5.29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10조 제1항에 따라 도시정비법에 의한 법인으로 설립된 것으로 간주됨으로써 도시정비법상 행정주체로서의 자격을 갖게 된 점을 고려한 판단이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피고는 공법인으로서 행정주체이므로 피고를 상대로 설립 변경 등에 관한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1심은 서울행정법원의 관할”이라며 “당초 행정소송으로 제기돼 이를 부적법한 소(訴)로 보아 각하할 것이 아니라 행정소송법,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할 법원에 이송함이 상당하다”고 결론지었다.
 

당사자소송=법원이 어떤 사건에 대립되는 이해관계인을 당사자로서 소송에 관여하게 하고 그 소송 진행에 입각해 심판하는 소송 절차. 행정법에서 행정청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ㆍ불행사의 결과로 생긴 법률관계를 포함해 그 밖의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법률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