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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7구역 동대문구청과 문화시설부지 놓고 다툼?: 2012.04.25 08:50 입력 | 2012.04.25 15:01 수정

송윤창 기자 rknews@rknews.co.kr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302px; HEIGHT: 238px" align=left src="/PEG/13353302291387.jpg" width=299 height=381>조합․조합원, 원안대로 문화시설부지 매입 원해
구청, “예산 없다” 서울시에 매입비 지원 요청
시, 사업계획변경 해 대학생주택 건설방안 제시
대학생주택이 혐오시설? or 공터가 혐오시설?!
서울시 제안 수용 여부 조합원의 선택만 남았다
 

내년 2월 준공을 앞둔 동대문구 전농7구역 재개발사업이 정비계획상 문화시설부지 매입문제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동대문구청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 2006년 수립된 정비계획에 따라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인 문화시설부지 매입비 214억 원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2010년부터 예산을 편성하여 단계적으로 해당 문화시설부지를 매입하겠다던 동대문구청이 돌연 입장을 바꿔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다른 뉴타운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자금지원은 거부했다. 대신 정비계획을 변경해, 문화시설 대신 대학생주택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당초의 계획대로 문화시설부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대문구청은 주민의 의사를 물어 대학생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조합에 요구한 상태다. 구청의 예산부족으로 해당 부지의 매입이 늦어질 경우, 내년 2월 준공되는 아파트 단지 내에 방치된 공터가 생겨 오히려 흉물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취재에 응한 조합원 K씨는 서울시가 제안한 대학생주택 건립방안에 대해 ‘혐오시설’로 표현하면서까지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구청이 당초 계획대로 해당 부지를 매입해 주던지, 아니면 차라리 아파트를 더 짓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시설부지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현재 전농7구역 조합집행부는 큰 고민에 빠졌다. 예산이 없는 동대문구청에 무조건 매입을 요구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서울시와 구청의 제안대로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려고 해도, 일부 반대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어렵다.
 
이에 준공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전농7구역 도시계획시설 매입문제의 논점이 무엇인지, 현재 동대문구청과 조합, 그리고 일부 반대조합원들의 주장에 대한 현실성 여부 등을 살펴본다. 
 

■ 문화시설부지는 어떤 것?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시설부지는 지난 2006년 2월 16일자로 고시된 전농7구역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에 따라, 조합이 확보한 전농동 325-8번지 일대(면적 : 4915㎡, 학교부지 옆)에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이다. 토지매입가격만 214억여 원에 이른다. 여기에 문화시설에 대한 건축비까지 포함하면 동대문구청이 수립해야 하는 예산의 범위는 더욱 커진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해당 부지를 매입해 문화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지난 2009년 3월 16일 철거를 앞두고 전농7구역 조합은 동대문구청에 해당 문화시설부지에 대한 매각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동대문구청은 2009년도 예산안에 문화시설부지 매입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예산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2010년에도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해당 문화시설부지에 대한 매각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조합은 매입지연에 따른 금융이자 발생 등 조합원 피해가 막대함을 주장하면서 빨리 매입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부지매입이 어려웠던 동대문구청은 서울시에 토지매입비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2012년 3월 2일 서울시는 다른 뉴타운지구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자금지원은 불가함을 통보했다. 
 
대신 서울시는 기존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을 해제하고 대학생주택을 건립하는 내용의 사업계획변경(안)을 동대문구청에 제안했다. 구청은 이러한 내용의 사업계획변경 추진여부를 묻는 공문을 조합에 보내왔고, 이후 구청과 조합, 일부 반대조합원 간의 ‘갑론을박’의 논란이 시작됐다.
 

■ 구청·조합·반대조합원 입장은?
취재결과 동대문구청은 당초 정비계획대로 문화시설부지 매입을 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세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해당 부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제안한 대학생주택으로의 대체방안에 대해 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 답변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조합이 조합원 의사를 물어 정비계획변경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 구청의 입장이다. 다만, 문화시설부지를 매입하더라도 해당시설을 건축할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으로 미뤄볼 때,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준공 후 공터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공터가 쓰레기장으로 변하거나 상당기간동안 흉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합은 당초 정비계획대로 동대문구청이 문화시설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구청이 예산이 없어 당분간 토지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서울시가 제시한 정비계획 변경 후 대학생주택 건립방안을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의 의사를 묻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 23일 열린 44차 대의원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했다가, 일부 반대조합원들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시설부지에 대한 매입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시의 제안대로 대학생주택 건립과, 해당 건물 1~2층을 당초 예정대로 문화시설로 지어 활용하는 방안을 총회에서 논의하고자 했으나 포기했다.
 
일부 반대조합원들은 동대문구청이 당초 계획대로 문화시설부지를 매입한 후 문화시설을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가 제안한 대학생주택에 대해 ‘혐오시설’로 단정하고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동대문구청이 예산이 없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라리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대학생주택이 ‘혐오시설’?
논란의 핵심은 대학생주택이다. 서울시나 구청의 제안에 따르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대학생주택은 대학생임대주택의 개념으로 정리된다. 서울시립대·고려대·경희대 등 주변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1·2층은 당초 계획대로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당초 정비계획대로 문화시설로도 이용이 가능하고, 대학생주택이라는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시와 구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학생주택 건립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생각은 완강하다. 이들은 ‘대학생주택=기숙사=혐오시설’로 단정 짓고, 주택단지 내에 대학생주택을 짓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비계획에 따라 문화시설을 짓던지, 아니면 차라리 공원으로 활용하도록 해달라는 것. 이와 관련하여 동대문구청장 및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등도 방문하여 해결방안에 대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래저래 조합집행부만 난감한 상황이다. 예산수립이 어려운 구청의 입장을 모르는체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일부 조합원의 반대목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구청의 요구대로 조합원 의사를 물을 경우, 반대조합원들로부터 구청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그렇다고 해당 부지를 그냥 방치하면, 쓰레기장으로 변해 진짜 ‘혐오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서울시가 제안한 대학생주택이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처럼 ‘혐오시설’이냐의 여부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대학생들이 주택단지 내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될 경우, 음주·고성방가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져 아파트가격 하락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대학문화와 대학생들의 면학열기 등을 지나치게 과거의 잣대로만 보고 평가·절하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대학생주택 건립으로 ‘문화시설을 통한 주민복지와, 공공복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조합원의 선택만 남았다
논란의 핵심은 동대문구청이다. 예산수립에 대한 계획도 없이 무리하게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을 정비계획에 반영해 놓고, 준공을 앞둔 시점에 와서 매입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단순 ‘착오’가 아닌 ‘공공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당초 계획대로 문화시설부지 매입을 요구하는 조합이나 일부 반대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정당성을 얻는 이유다.
 
하지만 전농7구역 조합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동대문구청이 해당 문화시설부지에 대한 매입비 예산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시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조합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토지매입비를 지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나 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당초계획을 고집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1~2층은 당초 계획대로 문화시설을 짓고, 나머지는 대학생주택을 지어 활용하는 방안, 아니면 동대문구청이 예산을 수립하여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자를 선정하여 문화시설을 지을 때까지 해당 부지를 방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조합이 빠진 딜레마의 핵심이다.
 
‘약속대로’라는 명분도 중요하고, ‘현실적 어려움’이라는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만 남았다.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대학생주택 건립이라는 서울시나 동대문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이던지, 예상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동대문구청이 당초 계획대로 해당 부지를 매입해 문화시설을 지을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편, 해당 문화시설부지에 일반 분양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비계획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또 19대 총선 당선자가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서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동대문구청이 예산을 수립할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정비계획상 도시계획시설의 용도를 변경하는 수준에서 주민과 구청이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