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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핀이 풀려버린 한국경제…‘제2리먼사태’ 오나?: 2011.09.25 16:43 입력 | 2012.02.05 17:20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gmail.com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위기가 미국으로, 또 아시아로 계속해서 번지고 있다. 정부 간 공조가 사라지고, 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은 주식과 위기취약국인 한국 등의 채권을 팔고 안전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쌓이고 있다. 증시는 해외시장의 조그만 악재에도 휘청거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되면서 외환시장 역시 불안하다. 한달 간 환율이 9%넘게 치솟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거기에 가계부채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그동안 위기 때마다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가계 역시 불안하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문제는 이미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이를 해결할 방안 역시 마땅치 않다. 가계부채를 조정할 금리정책 역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함부로 쓰기엔 위험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자칫 수출 등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해결할 방도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고, 시장 전문가들은 ‘제2리먼사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위기가 위기인 것은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유사한 위기상황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가 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그동안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 및 위기타개 방안 등을 살펴보고 현재의 상황을 점검해 본다.
 


기업부실이 원인이 된 1997년 IMF위기
 

1997년 IMF사태로 알려진 한국의 금융위기는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된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기업들이 지고 있던 막대한 부채와, 단기외채문제가 더해져 한국은 국가부도위기에까지 몰렸다.
 
이로 인해 원화 값이 급락해 환율이 2000원대까지 치솟았고, 증시는 문자 그대로 ‘붕괴’됐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연쇄부도사태를 맞았고, 이에 따른 대규모실업사태가 전국을 휩쓸면서 신세를 비관해 자살하는 가장들이 늘었다.
 
급기야 한국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고금리정책을 통해 국내금융시장 안정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했다. 또한 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를 막고 국내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규모 빅딜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부의 노력에 더해 ‘IT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나섰다. ‘IT버블’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당시의 위기타개를 위한 1등 공신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거기에 건실한 가계 역시 위기해결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2002년 ‘카드대란’이라는 오명이 있기도 하였지만, 가계소비 진작을 통한 국내시장 활성화는 유효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시작된 전 국민적인 부동산투기는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잔고를 남기며 한국경제의 새로운 문제로 부각됐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기억인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버블붕괴로부터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저소득층 상대의 부동산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시작된 글로벌금융위기가 한국에서는 단기외채문제 등 외환시장불안을 초래했고, 주식시장 역시 반 토막이 났다.
 
미국 발 부동산 버블에서 시작된 글로벌금융위기가 한국의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과 기업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졌고, 한국에서도 자산가격 버블붕괴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여 국내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붕괴를 막았다.
 
당시 G20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공조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재정지출확대, 통화스왑 등을 통한 외환시장의 불안해소 등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특히 한국정부는 세계 각국의 부동산버블이 꺼지는 상황에서도, 부동산버블붕괴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제 세제에 대한 감세정책 등을 통해 부동산버블을 지켰다. 와중에 한국은 글로벌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모범국가로 대내·외에 선전됐다.
 
하지만 상처는 깊었다. 한국 부동산버블의 깊어진 상처는 2010년부터 시작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로,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졌다. 또한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통한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유럽 발 재정위기로 시작된 2011년 위기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시작된 ‘2011년 글로벌금융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과 미국의 정부부채에 대한 시장의 불신으로 시작된 글로벌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는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인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가계가 과도한 가계부채문제로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면서, 수출경기가 악화되고 각국의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해외 발 자그마한 뉴스에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외환시장의 경우에는 그 변화폭이 2008년 리먼사태 때보다 오히려 크다.
 
선진국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출경기 역시 악화되고 있다. 수출경기가 악화되면서 ‘저성장·고물가’의 악령이 한국경제에 엄습하고 있다. 
 
실물경제를 확인할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대비 광공업 생산은 올 1월 4.4%에서 3월 1.8%, 6월에는 0.9%로 떨어지더니 7월에는 급기야 -0.4%로 돌아섰다. 특히 전월대비 건설투자는 5월 3.7%에서 6월에는 14.5%로 높아졌다가 7월 -15.1%로 급속히 하락했다. 광공업과 건설은 우리 경제에서 생산과 내수를 대표하는 두 축이다. 
 
수출과 내수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물가는 계속 사상최대의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계부채 문제는 논란의 수준을 넘어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 올 2분기 가계부채는 전분기에 비해 27조5556억원 증가한 1050조119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959조814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90조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1997년이나 2008년 위기 모두 과다한 부채가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위기 때와는 달리 정부가 마땅한 위기대처 방안을 쓸 수가 없다는데 있다. 현재 위기의 근원이 각국 정부부채라는 점에서 재정확대를 통한 위기 극복은 애초에 어려워진 상태다. 
 
거기에 한국의 경우 2008년 이후 각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과도하게 저금리기조를 유지해 온 탓에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여력이 거의 없다. 각국의 상황이 비슷해 글로벌공조 역시 어렵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은 주로 가계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글로벌위기로부터 시작된 2011년 한국경제 위기의 종착지는 가계부채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계 모두 부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건실한 것은 기업이다. 지금까지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가계가 자신들을 희생하여 정부와 기업을 살렸듯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주목된다.
 


한국정부 위기대응 컨트롤타워가 없다
 

유럽 발 재정위기가 ‘2011년 글로벌금융위기’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위기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부처 간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하여,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모두 제각각이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당면한 과제라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수장들의 이에 대한 인식은 제각각이다. 
 
“가계부채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김석동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상황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김중수 한국은행총재) “가계부채 문제 등은 손에 쥔 달걀과 같아 너무 세게 쥐면 깨지고 약하게 쥐면 놓치게 된다”(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등.
 
이미 글로벌 실물경기의 위축이 시작됐지만,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는 수출경기 부진을 통한 심각한 경기침체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수출·가계부채·물가·금리·환율 등 제기된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